그렇다면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일시적인 외로움과 만성적인 외로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레메스는 "현재 겪고 있는 증상이 일상 생활과 업무, 인간관계 형성에 방해가 되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의료 전문가에게 가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바운드 알베르티는 강요된 외로움과 스스로 선택한 외로움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와 건강 문제부터 빈곤과 차별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상황 때문에 원치 않게 고립되는 이들도 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지역사회와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분명한 이점이 입증되었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이 타인 특히 낯선 사람과 관계 맺기를 꺼리고 있다.
2014년 시카고 대학과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연구진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시카고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침 출근길에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표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무작위로 대화를 나누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가만히 있게 한 결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을 즐거웠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가진 비관적 편견과 관련된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는 기차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여행중에 기꺼이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0%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대화 상대를 찾아냈다. 이 연구 결과에 활용해 어떤 영국 철도 회사는 2019년 BBC와 함께 "수다를 떠는 객실" 실험을 진행했고, 또 한 버스 회사는 운행하는 노선에 "대화 시작" 카드를 배치하기도 했다.
실제와 달리 자신에 대한 타인의 호감도가 낮다고 믿는 이른바 "호감도 차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그런데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특징이 행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바운드 알베르티는 "외로울수록 그리고 외로움이 습관화될수록 타인에게 손을 내밀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혼자 있는 것과 거절당했다고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면 누군가의 표정이나 몸짓이 자신을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됩니다."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을 귀찮게 하라고 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정중하게 옆에 서 있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 보자.
또는 매일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보자.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시도를 많이 할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고 한다.
안부를 묻거나 감사 인사를 나누는 짧은 대화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은 단순히 관계를 형성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즉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레메스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꼽았다.
그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은 우리를 자기 자신 및 우리가 겪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자신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외로움은 덜어줍니다."
접촉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물리적 접촉의 정도는 개인마다 매우 다르다.
하지만 물리적 접촉의 부족함과 외로움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20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짧은 신체 접촉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소외감을 덜 느꼈는데, 특히 연인이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하지만 타인과 함께 있는 것만이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바깥으로 나가 자연을 즐기는 것도 소속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실제로 과밀화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을 발견한 2021년 연구에서는 자연과의 접촉이 외로움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에 노출된 사람들이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28% 낮았던 것이다.
레메스는 "자연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자연은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소속감, 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외로움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인 것 같다.
관계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친구든 연인이든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가면을 써야 하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느낄 때가 그럴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면 상대방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친구나 연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그 대가로 상대방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들어보자. 만약 관계가 서로에게 해가 된다면, 그 관계를 떠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벽이 생겼거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요구가 생긴 경우 중에는 이러한 장애물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그 감정이 말하려고 하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레메스는 또한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대답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외로울 때 "왜 내가 외로운 것일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스로 만든 대답은 중대한 차이를 빚을 수도 있다.
예컨대 "내가 외로운 이유는 사람들과 연락을 많이 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면, 이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남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야겠다"는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들어있어서,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비호감이라서 외로운 것" 또는 "운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어떨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이 되거나 되거나 운이 좋아야 한다"는 추상적인 해결책은 실현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레메스는 "핵심은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