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결정은 졸속 ...헌재는 역사적 무게감 가져야": 이인호 헌법학자

 

 

박근혜 파면 결정은 졸속 … 헌재는 역사적 무게감 가져야 한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유례 없는 독특한 구조 …《민주적 신임도》크기는?

대통령 > 헌법재판소

대통령 지명 > 대법원장 지명 > 국회 추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무게》

 

탄핵심판에 임하는 헌법재판관의 자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토) 오후 7시 24분에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투표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이다.

재적의원(300명) 3분의 2(200표)를 넘긴 것이다.

 

 

76년의 헌정사상 3번째이며,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8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불행한 헌정사가 짧은 시간에 되풀이된 것이다.

 

이로써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게 되었다.

 

향후 제기될 여러 헌법적 쟁점이 있지만, 여기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 재판인지, 그래서《탄핵심판에 임하는 헌법재판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절차의 중대한 취약성

헌법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여 파면(罷免)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국민이 제정한 헌법에 따른 절차이므로,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것의 정당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국민적 신임(信任)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절차에는 중요한 취약성》이 있다.

 

《대통령 파면》이란《국민인 주권자가 대통령 선거에서 내린 민주적 의사를 파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주권자의 의사를 파기하는 심판기관》은 적어도《그에 버금가는 민주적 신임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적 신임(信任)의 크기》따져 보라

그런데 대통령과 헌법재판소는《국민적 신임(信任)의 크기》가 다르다.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신임은 대통령의 신임보다 매우 약하다.

 

《민주적 신임(信任)이 약한 헌법재판소》가《국민의 신임을 온전하게 가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헌법이론적으로 타당한가》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구성방식은《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방식》이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3명 지명, 국회가 3명 선출,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3명 지명한다.

 

 

이들 중 헌법재판소장만을,

《대통령이 지명》하고《국회가 동의》하여 임명하기 때문에《온전한 민주적 신임》을 가진다.

 

그러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단독으로 지명하는 5명의 헌법재판관》은《민주적 신임이 취약》하다.

특히《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의 재판관》은《더욱 취약》하다.

《대법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직접 받지 않고, 대통령과 국회의 신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에서 선출되는 3명은 관행적으로 여야의 각 정파가 나누어서 지명한다.

《각 정파에서 지명된 재판관은 온전한 민주적 신임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 법률조항도 이 정도로 위헌 선언 안 한다! 하물며 대통령 탄핵을 이 따위로?

이렇게《대통령보다 국민적 신임이 약한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심판권을 행사하여《대통령 파면》이라는《주권적 의사를 파기하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한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가 갖는 국가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던 2017년의 헌법재판관들》은《대통령 탄핵심판의 헌법적 의미와 그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밝힌 파면 사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①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갖는 공익실현의무를 위반했고,

② 특정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으며,

③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실로 놀라운 판단이었다.

《법률조항도 이 정도 사유로 쉽게 위헌을 선언》하지 않는다.

 

역사의 교훈에서 배워야

미국 230년의 역사에서 대통령이 탄핵되어 파면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를 당했던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1865-1869)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자신의 1표 차이로 탄핵을 기각시켰던 상원의원 에드먼드 로스(Edmund G. Ross)가 왜 탄핵 기각에 표를 던졌는지 그 이유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대통령이 불충분한 증거와 당파적인 이해로 인해서 내쫓기게 된다면, 대통령직의 권위는 실추될 것이며, 결국은 입법부의 종속적인 기관으로 지위가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기각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의 훌륭한 정치조직을 타락시켜서 의회 내의 당파 독재정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이 나라가 탄생한 이래 가장 교활한 위험이다.

만약 앤드류 존슨이 비당파적인 투표에 의해서 무죄로 방면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당파에 의한 통치의 위험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고, 국가마저 위험 속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 존 F. 케네디 저/배철웅 역《용기 있는 사람들》민예사, 2001, 170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크게 길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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