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탈원전...결국 원전 설계팀 해체 수순 밟는다
"해외 원전 수주는 형식적"
기술 모두 이전 조건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 중국에 송두리째 넘어가고 있는 중
(편집자주)
국내 원자력 발전 기술의 집약체인 한국전력 산하 한국전력기술에서 '원자로 설계 전담조직'을 해체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계가 사실상 고사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공기업마저 원전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원자로 설계 조직을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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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한전기술은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원자로설계개발단을 원자력 총괄사업본부 산하 조직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주요 인력이 포진한 설계 부문을 가동원전사업처·열전소자사업처·원자력융합기술처·원자력사업기술처 등 4개 사업처로 각각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원자로설계개발단은 현재 사업·기술관리(44명), 설계(263명), 사업지원·행정(47명) 등 총 3개 분야 35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전기술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개편안을 최종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기술 측은 "조직개편안은 공식 발표한 사항이 아니며, 검토 중인 단계로 아직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내용 역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로 설계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탈원전 대못'이 박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련 노하우가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원전 수출이나, 건설이 보류되고 있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설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판 '분서갱유'(중국 진나라 때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사건)"라고 규정했다. 그는 "조직을 흩뜨려 버리면 기술과 인력을 다시 모으기 어렵고, 결국 미래에 원전 설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전기술, 원자로 설계부서 해체 추진 논란
한국형 원전 개발한 주역들
해체땐 기술력 약화 불가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 주요국들이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공기업조차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국 탄소중립 목표 위해
잇따라 원자력발전 확대
한국은 원천기술 조직 쪼개
"수출 경쟁력마저 잃을 우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기술이 원자로설계개발단 전문인력들의 분산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원자력 학계와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는 원전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자국의 핵심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전력기술이 분산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 원자로설계개발단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주역으로 꼽힌다. 범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기술 자립 정책을 추진한 1985년 이후 36년 동안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 설계 부문에서 방대한 기술과 정보를 축적해왔다. 국내 원전 관련 회사들과 함께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 APR-1400을 개발하는 등 혁혁한 성과도 냈다. 이 중 OPR-1000 원전은 국내에 12기가 건설됐고, APR-1400 원전은 국내 4기 건설에 더해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를 수출하기까지 했다.
업계에선 원자로설계개발단의 현재 운영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별 분산 배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맡은 업무에 비해 개발단 인력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데다 기술 개발과 사업 설계 업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계 구조라서 다른 사업처에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으면 원활한 업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전문인력들이 일반 부서로 흩어지면서 기술 노하우 전수와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술 유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한전기술이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명목은 '경영 효율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당장 신규 원전 설계 업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원자로설계개발단을 분리해 다른 조직에 배치하겠다는 건데 굉장히 근시안적인 단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내에 원전은 짓지 않더라도 수출은 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는데 조직을 쪼갤 경우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흩어지면 기술도 흩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정부는 원전 건설 공백기였던 1970년대엔 OPR-1000, 1990년대엔 APR-1400 등 미래 먹거리에 해당하는 일감을 주면서 국가 기술을 관리했다"며 "APR-1400 이후 신규 노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 정부가 강조한 원전 수출을 위한 노형을 개발하도록 하면서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세계 각국은 원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선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국은 2035년까지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기로 하고,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백상경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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