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미달 노정희..."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 없다" 동아일보

 

 

어이 언론들!, 왜 뒷북치나

이제 와서 싸우면 뭐하나

그냥 한번 해보는 소리지?

(편집자주)

 

노정희, 대법관·선관위원장 자격 미달

사퇴 거부로 파격 발탁의 의심만 커져

 

   1949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의 최고재판소가 강도치사 사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증거 조사에서 절차상의 하자가 있으니 다시 판결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하급심의 판결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하급심은 최고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전면 개정 등 다소 예외적인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형사소송법 시행 규칙을 근거로 재판을 했던 것이다.

 

미달 노정희..."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 없다" 동아일보
정원수 논설위원

 

최고재판소의 실수이긴 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다지 심각한 사안이 아니었다. 사건의 실체적 내용이나 피고인의 형량과는 전혀 관계없는 절차적 문제를 둘러싼 설왕설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일본 법조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듬해 해당 판결을 한 최고재판소 판사들에 대한 징계 여론이 비등했고, 의회가 나서서 탄핵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갔다.

 

2019년 5월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군형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고등군사법원으로 파기 환송됐다. 육군 훈련장에서 대대장이 부사관을 폭행한 사건인데, 대법원은 “폭행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 기각을 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형법은 폭행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이지만 군형법은 아닌데, 대법원이 법리를 오인한 것이다. 고등군사법원이 대법원 판결을 치받았고, 대법원도 뒤늦게 실수를 인정했다.

 

대법원의 잘못으로 하마터면 가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나올 뻔했다. 최고재판소 오판 사건과 비교하기 어려운 치명적 오류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징계 얘기조차 없다. 오히려 노 대법관은 2020년 10월 헌법기관장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영전했다.

 

 

 

대법관이 겸직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데, 청와대와 협의한다고 한다. 대법관으로서 자격 미달인 노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으로서 적격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오판 사건 이전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노 대법관의 자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의 인사가 아닌 청와대의 인사 아니었겠느냐고 의심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노 대법관의 가족이 노무현 정부 때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이력까지 거론한다고 한다.

 

노 대법관의 파격적인 발탁은 이런 의심을 키웠다. 선관위원장은 법원장을 지낸 선임 대법관들이 주로 맡았다. 지명 당시 임기가 1년 미만 남아 있던 대법관 2명을 빼면 노 대법관은 11명의 대법관 중 서열 8위였다. 첫 여성 헌법기관장을 원했더라도 노 대법관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서열 5위였던 박정화 대법관이 있었다. 그런데 2024년 8월까지 재임할 수 있는, 법원장 경력이 없는 노 대법관이 선택 받았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4년 총선까지 4년간 선거 관리를 맡긴 것도 이례적이었다. 선관위원장은 통상 1, 2년 정도 맡는다.

 

이른바 ‘소쿠리 대선’ 파문으로 선관위 내부의 사퇴 압박에도 노 대법관은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 법원 내부에선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해도 대법관직은 유지하는데, 왜 안 물러나느냐”며 의아해하고 있다. 노 대법관의 책임 회피로 그를 헌법기관장에 발탁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발탁 배경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를 대법원이 계속 모르는 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 없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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