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문정권 교통정책] ‘안전속도 5030′ 논란...왕복 8차선에 육교있는데 50㎞로?

 

수원 덕영대로 가보니

 

  지난 8일 오전 7시. 경기도 수원의 동서축을 시원하게 가르는 왕복 8차선 덕영대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 차량과 통학 버스 등이 빠르게 내달렸다. 하지만 내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치가 보였다. 곳곳에 표시된 제한속도는 ‘시속 50km’. 덕영대로는 과거 속도제한이 시속 70~80km였지만, 1년여 전부터 시속 50km로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보행자 안전을 높이자는 취지로 전국 도시 내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스쿨존 등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춘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잘못된 문정권 교통정책] ‘안전속도 5030′ 논란...왕복 8차선에 육교있는데 50㎞로?
지난 8일 오전 7시쯤 경기도 수원의 8차선 덕영대로를 차들이 달리고 있다. 육교 하단에는 속도제한 시속 50km를 알리는 교통안내표지가 붙어 있다. /배준용 기자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되자 덕영대로는 운전자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왕복 8차선에 육교까지 설치된 인적 드문 간선도로의 속도를 50km/h로 제한하는 게 보행자 안전을 위한 것이냐”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7시 덕영대로를 달리는 차량 중 시속 50km 아래로 달리는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논란은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안전속도 5030을 재검토해 보행자가 적은 도로 등은 제한속도를 60km/h로 다시 상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쿨존 속도제한도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야당은 “경찰이 인수위 한마디에 보행자 안전정책을 뒤집었다. 국민 안전보다 정권 눈치가 더 중요한가”라며 반발했다.

 

경찰 “정권 바뀌었다고 푸는 거 아냐”

경찰은 “현재 지방별로 완화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추진한 건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측은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되자 단속카메라에 자주 걸린다거나 교통체증으로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민원이 적지 않았다”며 “서울시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실태 조사를 했고, 이후 내부 방침을 바꿔 적정한 도로에 대해 시속 60km로 제한속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지방청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민원이 많은 구간이라고 해서 속도제한을 풀 수는 없지 않으냐”며 “검토는 시작했지만 속도제한을 완화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스쿨존 내 속도제한 완화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지방청 관계자는 “스쿨존이라고 해도 주거지와 인접한 경우에는 야간에 보행자가 꽤 있기 때문에 속도제한을 푸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며 “일단 시범지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문정권 교통정책] ‘안전속도 5030′ 논란...왕복 8차선에 육교있는데 50㎞로?
지난 8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도 수원 왕복 10차로 봉영로에서 차들이 달리는 모습. 신호등에는 시속 50km 속도제한 표지판이 붙어있다./배준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안전속도 5030 완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배경에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원처럼 도시 설계 단계부터 도로 인프라를 잘 구축한 지역에서는 “왕복 6~10차선에 육교까지 있는 도로에 시속 50km로 제한하는 게 보행자 안전을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속도제한 탓에 전보다 정지 신호에 더 많이 걸린다” “달려야 할 때 차가 나가지 못하니 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불만도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속도 5030의 효과는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7일부터 7월 26일까지 100일간 교통사고 등을 분석한 결과 안전속도 5030 적용 지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대비 12.6%, 보행 사망자는 16.7% 감소했다. 운전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통행량이 줄어든 결과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경찰청이 안전속도 5030이 적용되지 않은 지역과 비교했을 때에도 사고 건수와 사망 사고는 상대적으로 더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반발은 끊이지 않는다. 일부 운전자들은 “안전속도 5030을 도입한 나라들은 도시 내 속도를 제한하더라도 시 외곽 지역이나 야간에는 제한속도를 완화해주는데 한국은 그런 조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과속 단속 장치가 있는 구간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관행이 있어 시속 50km로 제한을 하면 급감속이 늘어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사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저속 주행으로 연비가 나빠지고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있다.

 

”일방적 교통정책이 불만 키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안전속도 5030을 밀어붙인 게 운전자 불만을 키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교통정책도 많은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하향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상향식으로 추진해서 갈등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면서 “안전속도 5030도 국민의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했지만, 하향식으로 일방 추진하다 보니 반발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안전속도 5030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운전자들이 속도를 10km/h만 줄여도 사고 감소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지난 2018년 실험한 결과 시속 60km로 추돌 시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92.6%, 사망할 가능성은 85%에 달했으나 시속 50km로 추돌할 경우 중상 가능성은 72.7%, 사망 가능성은 55%로 감소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와있다.

 

반면 교통체증과 통행 시간은 속도제한 탓보다는 교통량과 신호 체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안전속도 5030 정책에 참여한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보통 도시에서 20분 정도 운행하면 10분 정도는 신호 대기로 보내는 시간”이라며 “제한속도를 높여도 운행 시간 차이는 2~3분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교통공단이 전국 12개 주요 도시에서 주행 실험한 결과, 도시 지역 13km 구간을 시속 60km와 시속 50km로 달려보니 통행 시간 차이는 평균 2분 정도에 불과했다.

 

운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일부 도로의 속도제한을 완화하는 대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무혁 연구원은 “신호 대기를 줄이기 위한 교통 체계 및 신호 연동 체계 전반을 개선하고 대중교통을 더 확충하는 근본적인 대책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조선일보

 

시민들은 왜 5030 안전속도에 화를 낼까

 

[잘못된 문정권 교통정책] ‘안전속도 5030′ 논란...왕복 8차선에 육교있는데 50㎞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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