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왜 5030 안전속도에 화를 낼까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수 감소 효과 불구
운전자들 극심한 불편 호소
일반도로를 시속 50㎞, 주택가 등 이면도로를 시속 30㎞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 결과 교통사고 건수는 물론 사망자수도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은 여전하다.
이미 소달구지 수준
안전속도 5030에 뿔난 운전자들
전문가들은 제한속도를 낮추는 건 전세계적인 추세라면서도 도심 교통 체증을 완화할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 왕복 4차선 이상 큰 도로도 제한속도가 시속 30㎞로 설정되는 등 운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교통환경도 개선돼야할 사항으로 꼽혔다.
16일 경찰청,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전속도 5030 전면 시행 이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수가 모두 줄었고 통행속도는 시속 1㎞ 감소하는데 그쳤다.
관계 기관들은 도시 지역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행한 '안전속도 5030' 정책 효율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월 17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100일동안 교통사고와 통행속도, 제한속도 준수율 등을 조사했다.
'안전속도 5030' 후 사고건수·사망·중상 동반 감소…과태료는 10.1%↑
조사 결과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824명에서 올해 760명으로 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행자 사망자는 274명에서 242명으로 11.7% 줄었다. 특히 전치 3주 이상 중상자는 28.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안전속도 5030 적용 대상 지역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12.6% 줄었다. 보행자 사망자는 16.7% 감소했다. 안전속도 5030 적용 대상 지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따른 주거·상업·공업지역 내에서 제한속도가 시속 50㎞이내인 곳을 뜻한다.
이는 정책이 적용되지 않은 지역 사망사고 감소 폭보다 2.7배 큰 수치다. 경찰은 제한속도를 내리면서 사고발생 시 충돌 속도가 줄어들어 보행자 교통안전 확보에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속도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도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과태료는 1907억3176만원이 부과돼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어났다. 과속 단속 건수는 388만7783건으로 7.2% 증가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새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많은 것도 있지만 이를 적발하기 위한 단속 카메라 등 무인단속장비가 늘어난 이유도 크다. 조사 기간 동안 무인단속장비 대수는 22.2% 증가했고, 과속장비 1대당 단속 건수는 12.3% 감소했다.
이미 꽉꽉 막히는 서울 주요 도로…평균 속도가 시속 19.9㎞인 곳도
사실상 교통량이 많은 서울 시내의 경우 '안전속도 5030'과 관계없이 이미 시속 50㎞ 이하로 달릴 수 밖에 없는 도로가 많다. 이미 차가 수시로 막혀 운전자들의 불만이 가득한데, 명시적 제한속도까지 내리니 운전자들의 반발심이 커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내놓은 지난해 시내 주요 일반도로 평균속도를 보면 기존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넘기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돼 교통량이 크게 줄어든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규제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진다.
주요 일반도로 중 가장 빠른 영등포구 노들로도 시속 41.6㎞로 이미 제한속도보다 느리다. 서울 강남권 양재대로·영동대로·반포대로 등은 시속 30㎞ 이하다. 종로구 종로의 경우는 시속 19.9㎞로 매우 느린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시민 A씨(37)는 "이미 막힐 때는 '소달구지'타고 기어가는 수준인데 그나마 정체가 풀려있을 때도 시속 50㎞에 맞추라는건 도로 여건을 전혀 고려 안한 탁상공론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명피해 막기 위해선 제한속도 줄여야 하지만…"운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도로 환경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도심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말한다.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고 발생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고 당시 시속 10㎞만 줄어도 중상의 인명피해가 경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다만 운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도로 인프라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왕복 4차선의 넓은 도로에 제한속도가 시속 30㎞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교통량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속도제한을 걸어둔 도로들은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적응기간을 보통 3~6개월로 보는데, 빨리 가고 싶어하는 운전자들의 욕구는 알지만 (제한)속도가 낮을 수록 교통사고 발생이 줄어드는 건 맞다"며 "속도가 줄어들면 사고 피해도도 크게 낮아지는데, 크게 다칠 사고도 경상으로 끝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운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속도 제한 구간도 다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누가봐도 시속 50㎞ 구간인데 30㎞로 설정돼있거나 하는 실정과 어긋나는 부분들은 개선되어야 하고,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프라 확충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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