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끝났는데도 건설업계가 불안불안한 이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끝내면서 산업계가 속속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초긴장' 상태다. 레미콘, 철근과 같은 핵심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건설 현장의 정상화까지 아직 갈 길이 먼 데, 이번엔 레미콘 노동조합도 일정 수준 이상 운임을 올려주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서다.
레미콘 수급 빠듯…"정상화까지 1주"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끝났지만 대규모 건설 현장에선 여전히 레미콘(콘크리트) 공급이 빠듯해 '골조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는 전체 공기의 50%가량을 차지할 만큼 핵심 공정이다.
이날 오전부터 시멘트공장에서 시멘트는 정상적으로 출하되고 있지만, 레미콘업체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시멘트 재고가 바닥난 레미콘공장들은 당장 시멘트가 필요하지만 이를 배달하는 전용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TC)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용 시멘트는 일반 시멘트와 달리 수분이 날아가면 안 돼서 전용 장치가 부착된 차량으로만 운반해야 한다.
이미 레미콘공장들은 대형 건설 현장 중심으로 일주일가량 레미콘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통보 중이라고 한다. 보통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하루 100대의 레미콘 차가 들어온다. 콘크리트를 붓는 타설 작업은 공정 특성상 목표한 콘크리트 물량을 모두 부어야 작업이 끝난다. 콘크리트가 모자란다고 나중에 다시 붓는 식으로 공사를 이어갈 수 없다.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기 전에는 공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경기 외곽 인근의 대형 토목 공사 현장들은 일제히 타설 공사를 멈춘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자재 담당자는 "레미콘 회사도 약속한 대로 공급량을 맞추지 못해 공사에 차질이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며 "일주일가량 공사 지연을 각오하고 있는데 이미 공기가 많이 늦어져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레미콘 노조 파업 예고까지 겹쳐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5차 교섭 끝에 협상 타결 후 업무에 복귀한 15일 오후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 파업과 유사한 파업의 가능성도 건설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차량 차주의 90%가 속한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수도권 160개 사업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레미콘 회사들과 진행 중인 '운송료 27% 인상안' 협상은 현재 지지부진하다.
레미콘운송노조 관계자는 "최근 경윳값 급등 등을 감안할 때 큰 폭 인상(지난해 8%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가장 실효성 있는 쟁의 활동인 '운송 거부'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생산된 레미콘을 옮길 수단마저 사라지면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셧다운(폐쇄)'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건설업계 임원은 "자잿값 급등 여파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철근, 레미콘 등 각 노조가 동시다발적으로 총파업을 예고해 업계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미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 건설사들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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