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흑석 집 값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주택자 매물 쏟아지자, 잠실 4억·흑석 2억 '뚝 뚝'

서울 인기 아파트값도 떨어져

 

    최근 송파·성동·동작구 같은 서울 인기 주거지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씩 떨어진 가격에 팔리는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로 매물이 쌓이자 인기 지역 아파트 값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에서 ‘부자 감세’라며 금기시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주택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 셈”이라며 “정상적인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초 강남은 굳건

(편집자주)

 

"잠실 흑석 집 값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인기 지역 아파트도 ‘억대’ 하락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 29층 매물이 지난달 18일 22억5000만원에 팔렸다. 한 달 전 최고가(17층·26억5000만원)보다 4억원이나 내렸다. 단지 내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4월에 팔린 집이 지하철역과 인접한 ‘로열동’인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5~6월 들어 시세가 크게 하락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단지(9510가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84㎡가 올해 초 2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5월엔 20억~21억원대에 여러 채 거래됐다.

 

 

 

동작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84㎡도 지난달 26일 21억원에 팔렸는데, 올해 2월 실거래가(25억4000만원)와 4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입지·조망이 비슷한 같은 동, 같은 층 실거래가(23억원)보다 2억원 정도 내렸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삼성’,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도 5월 실거래 가격이 이전보다 2억원가량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前週) 대비 0.01% 떨어졌다. 연초부터 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값은 3월 대선 직후 잠시 반등 기미가 보였지만, 5월 말부터 다시 내림세다. 이번주에 마포(-0.02%), 성동(-0.01%) 등 인기 지역 아파트 값이 줄줄이 내렸고, 강남구도 상승세를 멈추고 12주 만에 보합(0%)으로 돌아섰다.

 

다주택자 규제 없애자 매물 25% 급증

서울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따른 매물 증가가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9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818건으로 3개월 전 대선일(3월 9일, 5만131건)보다 25%나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건을 넘어선 것은 2020년 8월 이후 1년 10개월여 만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이 우위를 점한 시장에서 매물(공급)이 늘면 매도자 간 경쟁이 생기고 가격이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가세한 상황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부진해 매물이 계속 쌓이고, 급매물만 가끔 거래되면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왕십리의 한 공인중개사는 “급하게 집을 처분하고 싶은 일부 다주택자가 호가를 낮춰도 매수자들이 ‘집값이 더 내릴 수도 있다’며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 문의 자체가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는 투기 수요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규제는 과감히 완화하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면서 전셋값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1주택자 실거주 의무처럼 전·월세 시장 불안만 부추기는 규제는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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