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또 인상..."치솟는 물가와의 전쟁"

 

미국과의 긴축 보폭 맞추기 시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총재 공석 속에 이뤄진 금리 인상 결정이다. 그만큼 치솟는 물가와의 전쟁과 미국과의 긴축 보폭 맞추기가 시급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또 인상..."치솟는 물가와의 전쟁"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석 달 만의 인상이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1.5%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없이 열렸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는 19일 열린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총재 공석 사태 속에 금통위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의 물가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팎의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1%가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분간 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발표한 3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5.5%, 전달보다는 7.3%나 뛰었다. 1년 전보다 원유(85.8%)와 옥수수(34.8%)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미국과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거세다. 지난달 미국의 CPI 지수가 1년 전보다 8.5% 뛰며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8.3% 급등했다. 중국의 PPI 급등은 인플레이션 수출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또 인상..."치솟는 물가와의 전쟁"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들썩이는 물가는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깨울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5일 올해 물가상승률이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로 부담도 줄었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강도와 속도를 높여가는 것도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양적 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도 5월부터 시작된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0.25~0.5%다. Fed가 두 번만 빅스텝을 밟아도 금리 상단이 연 1.5%로 올라선다.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들 사이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순식간에 역전될 수도 있다.

 

한은 입장에서는 여유가 있을 때 금리를 올려야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막을 수 있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진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또 인상..."치솟는 물가와의 전쟁"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이 후보자도 지난 1일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볼 때 한미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면 원화 가치가 절하(환율 상승)되는 쪽으로 작용해 물가에 미칠 영향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변수는 금리 인상이 불러올 수 있는 경기 침체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들은 이자 부담이 늘어 소비를 줄이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가 진 빚은 1862조원 규모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이 늘어난다.

 

 

 

이미 지표금리인 국채 3년물 금리는 13일 기준 연 3.001%로, 지난달 2일 연 2.187%에서 1%포인트가량 뛰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일 "정부 (성장) 목표치(3.1%)에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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