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중흥그룹 인수 후 해외수주 1/6 토막...왜?

 

“정창선 회장이 잘못 산걸까”.

해외시장서 외면받은 대우건설, 수주 6분의 1토막

 

   정창선(79) 중흥그룹 회장이 계산을 잘못 한걸까.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 성적이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순위는 43년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해외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던 중흥그룹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돈 많다고 중형기업이 국제적 기업 아무나 인수하는게 아냐

탄탄한 고유의 조직력 및 정서 이해할 수 있어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냐 그것은 차선책

(편집자주)

 

대우건설, 중흥그룹 인수 후 해외수주 1/6 토막...왜?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조감도 /대우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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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만에 처음으로 10위권 이탈… 신규수주도 4건 그쳐

4일 해외건설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총 6억3542만5000달러(8건)로, 2020년 수주액인 39억428만달러(29건)의 6분의 1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연간 수주액이 10억 달러를 넘기지 못한 것은 2016년(7억8703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순위도 뚝 떨어졌다. 대우건설은 1978년 해외건설 수주 8위를 기록하며 10위권 안쪽으로 입성한 이후 43년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직전 4년(2017~2020년)간 대우건설은 5위권 안쪽의 실적을 매번 달성했다.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도 각각 2위, 9위의 수주실적을 낸 바 있다. 악재 속에서도 회사를 지탱해 준 해외 사업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신규 수주도 양적·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해외 수주는 신규 수주와 기존 수주의 증액 계약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4건으로 2017년(4건) 이후 4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사업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규모 플랜트 공사나 원전 공사 수주는 찾기 어렵고, 주로 빌라·주거개발사업, 토목공사로 구성됐다.

 

신규사업은 ▲베트남 THT 2단계 빌라 공사 ▲베트남 푸꾸욱 주거개발사업 1단계 ▲싱가포르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CR108 공구 등이다. 과거 수주 텃밭이던 중동 지역 신규 수주가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새 시장으로 떠오른 북미·오세아니아와 유럽에서 수주도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장기간 진행돼 온 사업들은 공기가 끝났다. 총 11억7169만 달러 규모였던 쿠웨이트의 클린 퓨얼 프로젝트(2014년 착공)는 2020년 준공됐고, 같은 해 18억6645만 달러 규모인 사피 민자발전소 건설공사(2014년 착공)도 마무리됐다. 2020년 말 수주한 이라크 알 포 항만공사처럼 공기가 3년 이상 남은 사업도 있지만,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 실적이 바닥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국에서 발주한 사업이라도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는 판단이 들어 예년만큼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지 않은 결과”라면서 “공사가 마무리된 사업들도 손실을 보던 곳들이 많아서 내부적으로는 해외현장의 불확실성이 많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실적은 2년 연속 ‘300억 달러’… 대우건설 ‘나홀로 불황?

하지만 건설업계 전반적인 실적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06억 달러였다. 2020년 수주액인 351억2917만 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직전 5년(2016~2020년) 평균치인 294억 달러보다도 많다.

 

대우건설, 중흥그룹 인수 후 해외수주 1/6 토막...왜?
그래픽=이은현

 

2020년 보다 실적이 좋아진 곳도 여럿이다. 2021년 1위를 기록한 삼성물산의 경우 수주액이 69억6851만 달러로 1년 전(45억6488만 달러)대비 52.7% 급증했다. 4위 현대엔지니어링도 2020년 23억8322만 달러에서 지난해 29억571만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6위 두산중공업은 7억8727만 달러에서 20억9317만달러, 7위 DL이앤씨는 4억7602만 달러에서 17억1986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실적이 악화한 건설사도 대부분 평균을 이탈하지는 않았다. 2020년 나란히 업계수주 1~2위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수주액이 각각 76억3937만 달러에서 35억6101만 달러, 64억5462만 달러에서 33억8927만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직전 5년(2016~2020년) 평균 수주액(삼성엔지니어링 40억2502만 달러, 현대건설 34억185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사들은 수주국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총 318개사가 91개국에서 501건을 수주했다. 지역별로는 중동(37%), 아시아(30%), 유럽(15%), 북미·오세아니아(13%) 순이었다. 최근 북미·오세아니아와 유럽이 해외공사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북미·오세아니아는 620%, 유럽은 188%가 늘었다.

 

 

중흥그룹 고심 깊어질 듯… “지역 다변화·경쟁우위 확보 과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확대를 공언한 중흥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대우건설에 대한 상세실사를 진행하면서 해외사업 전문가 3명을 영입해 해외현장을 점검할 정도로 해외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달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대우건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수록 이번 인수를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던 중흥그룹의 계획은 멀어지게 된다.

 

대우건설, 중흥그룹 인수 후 해외수주 1/6 토막...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1.12.9 /중흥그룹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 아시아 시장에 집중된 수주지역을 중동·북미·오세아니아와 유럽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승준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달리 주로 나이지라아나 이라크와 같이 자신있어하는 국가에 수주 역량을 쏟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신있는 국가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것도 좋지만, 현대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에 비해서는 중동 등 국가에서 수주를 거의 못하고 있는 만큼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서 수주액을 늘리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케이프 투자증권은 지난달 6일 낸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의 경쟁우위 분야로 원자력 시공분야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설비 EPC(설계·조달·시공) 분야를 꼽은 바 있다. 그러나 LNG액화설비 분야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을 따낸 후 추가 실적이 없고, 원전 분야는 2017년 요르단 연구용 건설공사 수주 이후로 멈춰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상세실사 과정에서 해외사업과 관련해 리스크요인으로 간주될 사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해외현장 부실이나 우발채무와 같은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온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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