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규제완화] 어쩌나! 밥그릇 뺏긴 전문건설업계 "이러다 다 죽는다"
업역규제 부활 요구
작년부터 전문·종합 ‘업역 규제 폐지’ 시행
“종합건설 시장에는 아예 진출조차 하지 못한 채 우리 시장만 뺏기고 있다.” (전문건설업체 A사 관계자)
최근 한 지자체에서 3억원 규모의 건축토목공사를 발주했는데 결국 종합건설업체가 낙찰됐다. 요구된 전문 업종만 10개나 되면서다. 이 공사 입찰에는 전문건설업체 3곳, 종합건설업체는 157곳이 참여했다.
전체 교차수주 공사 중 82.6%가 종합건설
전문업체 70% '면허 1개'..종합시장 진출 불가능
4억원 규모의 한 초등학교 교사수선공사의 경우 실내건축이라는 전문공사임에도 전문업체(138곳)보다 종합업체(250곳)가 더 많이 몰렸다.
7일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행된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의 업역 폐지로 인해 양측이 함께 수주전을 펼친 공공공사는 3727건(1조247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82.6%(3081건)는 종합건설업체가 가져갔다. 전문건설업체 몫은 646건(17.4%)에 불과했다. 수주 금액도 종합건설업체가 9689억원, 전문건설업체가 2785억원으로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종합건설은 토목, 건축 등 2개 이상의 전문공사로 구성된 시설물을 시공하는 반면 전문공사는 실내건축, 도장 등 시설물의 일부 혹은 전문분야를 시공한다. 이에 건설기본법 제16조에 따르면 복합공사는 종합건설, 단일공사는 전문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법을 개정해 업역 규제를 허물었다. 지난해부터 공공공사를 시작으로 종합·전문건설기업간 상호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상호 경쟁을 통해 역량 있는 건설업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동안 만연해있던 페이퍼컴퍼니와 하도급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건설업체는 하도급 관리만으로 건설공사 운영이 가능해 페이퍼컴퍼니를 양산했고,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하청업체로 전락해 저가 하도급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 됐었다.
하지만 상호시장 개방 이후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사업 확장은 커녕 자본과 인력을 내세운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일감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문건설은 종합건설에 비해 대부분 영세하다”면서 “업역 폐지 이후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까지 싹쓸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 2인 이상, 자본금 1억5000만원만 충족하면 되지만 종합공사업의 경우 기술인력 5~6인, 자본금 3억5000만~5억원을 갖춰야 한다. 현재 등록된 전체 전문업체(5만214개사) 중 91.1%(4만5701개사)는 1~2개의 면허만 보유하고 있다. 면허 1개를 보유하고 있는 전문업체도 70%(3만5126개사)에 이른다. 전문건설업체의 종합건설 시장 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소규모 전문건설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억원 이상의 공사는 상호시장 개방을 유지하되 그 이하 소규모 공사는 기존의 업역체계를 복원하거나, 내년 연말까지 유예된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해 종합업체의 진출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이를 5억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호 시장이 전면 개방됐다. 올해는 전체 공사 규모의 70%를 차지하는 민간발주공사까지 업역 규제가 폐지되고 컨소시엄 참여는 2024년부터 허용된다”면서 “지원도 보호도 없이 한 울타리에 호랑이와 토끼를 넣어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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