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ㅣ 잘 나가던 서울 빌라,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 때문 위기에
'토지70% 확보' 조건에 소송까지..암초 만난 도심복합사업
증산4 등 7곳 31일 도심복합사업 본지구 지정 예정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강제수용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 사유지 7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데 이어 본 지구 지정이 예정된 일부 구역에서는 반대 주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강제수용 시 '사유지 70% 확보' 조건 붙어
증산4구역 등 반대 주민들은 법적 대응도 예고
"문제 없다"는 국토부, 전문가들은 "리스크 있다"
중토위, 도심복합사업 ‘사유지 70% 확보’ 조건부 동의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도심복합사업 지구지정을 위해 진행된 제2차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및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 심의에서 신길2, 부천원미, 쌍문역서측 등 3개 지구 안건이 조건부로 가결됐다.
여기서 중토위는 사유지 면적 기준 협의보상률을 70% 이상 확보하고 나서 수용재결을 신청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토지보상은 큰 틀에서 보상협의,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 단계로 진행되는데, 중토위에 수용재결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보상협의를 하지 못한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다. 중토위가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토지수용이 불가하다. 따라서 국토부는 수용재결을 신청하기 이전 협의보상 과정에서 사유지 70% 이상 보상률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본 지구로 지정되는 후보지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본 지구 지정을 위해 중토위 심의를 받는 다른 지구들에도 계속 비슷한 조건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오는 31일 증산4구역 등 7곳을 첫 본 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도심복합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도심복합사업 본 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주민동의율은 소유주 기준 66.7%(3분의 2), 면적 기준 50%(2분의 1)인데, 지구 내 사유지 면적 70%를 협의보상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또 생기면서 본 지구로 지정되더라도 토지 수용을 못해 실제 착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나올 수 있어서다.
증산4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도심복합사업은 토지 면적 기준 동의율을 합산할 때 국공유지를 찬성표로 집계해 민심을 왜곡했는데, 다시 사유지 70% 동의를 받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사유지 70%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시간만 지체되고 그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증산4 비대위는 국토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증산4 비대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확한 사업 개요나 주민 동의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사유”라며 “본 지구 지정이 되는 대로 행정소송,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문제 없다” 입장…전문가는 “리스크 우려”
다만 국토부는 사업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중토위에서 조건을 달 때 75%까지 확보하라고 하는데, 이에 비해 70%는 더 낮은 수준”이라며 “나아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거나 미등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사업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이 중토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행법상 토지 수용을 하려면 국토부 장관이 중토위와 협의해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탓에 그간 협의가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이 본인에게 협의 요청을 구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중토위원장을 국토부 장관이 아닌 자로 임명하도록 하는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구역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이 사유지에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있다. 해당 주택은 LH 등 공공기관이 소유주이나 면적 집계 시에는 국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포함된다. 후보지 중 하나인 수유12구역에는 구역 내 사유지로 집계되는 LH 매입임대주택이 145채(4057㎡)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중토위 조건과 반대 주민들의 소송 등은 실제 사업을 지연이나 중단시킬 수 있는 리스크이자 걸림돌”이라며 “이는 국토부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간재개발(75%)보다 동의율을 완화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상황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동의율을 낮춰 사업을 추진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나리 (lord@edaily.co.kr) [이데일리]
인기 끌던 '빌라' 신통기획에 발목 잡히나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는 서울 빌라가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 정비구역 지정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내달 28일 이후 신축빌라를 매수하거나 다가구를 쪼갠 곳을 매매하면 현금청산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 차단 목적을 넘어선 권리침해 소지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매수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통기획 투기방지 대책으로 서울 전역 사정권
내년 1월28일 이후 매수하면 현금청산 대상
빌라 매수 나선 실수요자 재산권 침해 우려
서울 전역서 신통기획 추진..2023년까지 권리산정기준일 적용
서울시는 지난 28일 신속통합기획 최종 후보지 21곳을 발표하면서 투기 차단 대책도 함께 내놨다. 문제는 공모에서 탈락한 지역뿐만 아니라 추후 공모에 참여할 지역 모두 권리산정기준일을 내년 1월 28일로 지정·고시한 점이다. 권리산정기준일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으로 지정일 이후 매수하게 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곳은 서울 전 지역에 걸쳐 있다. 이번 공모에서만 총 102곳이 몰렸다. 이 외의 지역에서도 신통기획 신청을 위한 동의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곳도 많다. 내년 1월 28일 이후 빌라를 매수할 경우 자칫하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권리산정기준일은 2023년 말까지 적용된다.
시장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비싼 아파트를 대체하는 빌라 매수에 눈을 돌린 실수요자는 까다로운 매수지역 선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지역이라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 “신축빌라 말고 구옥은 괜찮은 것이냐”, “구역지정도 안한 곳인데 일반인이 어떻게 알 수 있느냐” 등의 문의와 심경을 토로하는 글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거래절벽에 놓인 빌라 매수세는 신통기획의 영향으로 더욱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 들어 급증하던 빌라 거래는 최근 가격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관망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재산권 축소’라는 불확실성 요소까지 더해졌다.
최근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올 1월 5883건으로 아파트(5771건)를 앞지른 후 계속 웃도는 상황이었지만, 5월 6000건대 기록 후 4000~5000건대로 줄었고 지난달 3000건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 “구역 지역지정전 권리산정기준 지정은 재산권 침해 커”
전문가들은 탈락지역까지 권리산정기준일을 묶은 것은 재산권을 현저히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세대·다가구를 매매 할 경우 신축빌라나 쪼개기 매물이 권리산정일 이후에 등기가 완료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예림 정향 변호사는 “민간 재개발은 정비 예정구역을 지정하고 나서 권리 산정 기준일을 별도로 고시하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있지만, 신통기획이나 공공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으로 지정될지 알 수 없어 법적으로는 소급입법 논란까지 나올 수 있다”며 “특히 나대지에 새로 신축빌라를 지은 경우 권리산정기준일 이전까지 세대별로 소유권이전 등기가 완료되지 않으면 분양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 매매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실수요자에겐 신통기획이 빌라매수금지법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며 “구역 지정 이후에 권리산정일을 지정해야만 실수요자들이 마음 놓고 내 집마련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sjsj@edaily.co.kr)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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