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대변신] "20 30대, 지금 부자 아니지만 퇴직후 부자 준비하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 국회 처리 임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 국회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연금투자 붐이 일면서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대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연금자산을 은행 예금에 넣어둔 채 세액공제 혜택에 만족했던 투자자들이 투자를 통한 적극적인 노후자산 증식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총 1조1095억원의 연금저축·개인형 퇴직연금(IRP) 자금이 은행·보험사 등에서 옮겨왔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에서 다른 증권사나 은행, 보험사 등으로 빠져나간 연금은 뺀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으로 순유입된 연금 자금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1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넘어온 연금 규모는 2512억원에 불과했다. 2년 새 연금 이동 규모는 4배 이상 급증했다.
내년 하반기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연금 투자 붐은 지금보다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쌓여 있는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1조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한 규모 자금이 실적배당상품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실적배당상품 투자로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머니무브'가 진행되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연금에서 '운용' 개념이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보험사 등에서 증권사로 연금 계좌를 옮기는 이유는 적극적인 연금 운용과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아직 은행에서는 연금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ETF 투자를 할 수 없어 2차전지, 전기차, 반도체 등 테마형 ETF 투자를 원하는 연금 가입자가 대거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으로 연금 계좌를 옮긴 투자자 3만6000여 명의 연령대를 보면 5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50대 비중은 지난해에 35.91%였고 올해도 35.45%로 가장 높다. 40대 비중도 높다. 지난해 30.77%, 올해 30.23% 등이다. 아직 4050세대가 연금 투자 주축 세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변화 기류도 감지된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비중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20대 비중은 2020년 1.62%에서 올해 3%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30대 비중도 19%에서 20.91%로 늘어났다. 2030세대 비중은 지난해 20.62%에서 올해 23.91%로 높아졌지만, 4050세대 비중은 지난해 66.68%에서 올해 65.68%로 감소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투자는 빨리 시작할수록 장기투자에 따른 복리효과가 극대화가 된다"며 "MZ세대가 연금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노후자산 증식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퇴직연금제도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기간 중 사용자가 퇴직급여 지급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이 재원을 사용자(기업) 또는 근로자가 운용하여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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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열린 한국연금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선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과 수수료율을 차감한 국내 퇴직연금의 2015~2020년 실질 수익률은 연 0.43%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자산의 위험자산 배분 비중이 연금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고, 이런 자산배분 차이는 운용수익률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를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장기투자일수록 자산배분 중요성은 절대적"이라며 "복리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기투자에 적합성을 갖는 투자포트폴리오가 개발되고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으로 연금 계좌를 옮긴 투자자들이 주로 매수하는 ETF로는 타이거(TIGER) 미국나스닥100과 타이거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가 꼽혔다. 타이거 미국나스닥100은 미국 대형 기술주를 담고 있다. 타이거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로 중국의 전기차 밸류체인에 투자한다. 타이거 미국나스닥100과 타이거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의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35.45%와 53.39%에 달한다.
ETF는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단기 매매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연금 전문가들은 장기 성과가 입증된 펀드 투자를 기본으로 할 것을 주문한다. 은퇴 목표 시점에 맞춰 알아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생애주기형 펀드인 TDF는 필수다. TDF는 상품명 뒤에 2030, 2040 등 숫자가 붙는다. 이 숫자는 가입자의 목표 은퇴 시점을 나타낸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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