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원전은 사기극... 친환경 구실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 청구” 그린피스 창립자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패트릭 무어 박사 쓴소리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脫)원전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를 일컫는다.
“좌파 정부와 시민단체, 환경을 정치 도구화”
무어 박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로만 대체한다는 건 심각한 망상”이라고 했다. 원전이나 화석연료 같은 기저(基底) 발전 없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금 감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 설치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전 같은 ‘덜 비싼 기술’을 사용할 때보다 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일부 정부가 마치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환상을 주고 있는 데다, 결국 값비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어떤 식으로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무어는 그린피스 1세대다. 창립부터 세계적 환경 단체로 성장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그러다 1986년 그린피스를 떠난다. 그는 15년 동안 벌인 활동을 정리하면서 그린피스가 “더 이상 과학과 논리에 기반한 ‘환경 단체’가 아니라, 선동과 선정주의에 빠져 돈과 권력을 탐닉하는 ‘기부금 모금 단체’로 변질했다”고 했다. 있지도 않은 재앙을 과장하고 인류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면서 결과적으로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무어는 2006년 미국에 원전(原電) 지원 단체를 만들었다. “청정·안전·효율 측면에서 미래 핵심 에너지원은 원자력이어야 한다는 과학적 판단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은 경제 전반의 ‘기생충’”이라면서 “넓은 면적의 땅을 낭비하고, 햇빛이나 바람이 없을 때는 원자력·수력·천연가스 같은 안정적 에너지원이 뒷받침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어는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저서 ‘종말론적 환경주의’에서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정책과 환경 운동은 일종의 ‘종말론’과 닮아있다고 주장한다. “대중에게 두려움을 조장하고 죄책감을 심어주어 그들에게 지지를 이끌어내거나 기부금을 타내기 위한 낭설을 꾸며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마다 가용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 또한 나라별 상황에 맞게 짜여야 하는데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개입되다 보니 ‘합리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아프리카나 인도를 비롯한 인도양 일대 섬에 서식하는 바오바브나무를 예로 든다. 이 나무들은 수령(樹齡)이 2500년 넘는 것도 있다. 환경론자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이 나무들이 죽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나이가 많이 들어 자연적으로 고사하고 있다는 게 그의 반박이다.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흔한 선동은 1973년 북극 인접 5국(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등)이 북극곰 보호 조약을 체결하면서 실제론 개체 수가 늘었다는 사실을 가린다.
무어는 환경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환경 탈레반’이라고 부른다. 과학적 근거나 합리적 토론으로 다투지 않고 의견이 다르거나 선동에 걸림돌이 되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사람들이다. “좌파 정부와 환경 단체는 스스로를 ‘녹색(친환경론자)’으로 착각하면서 남들보다 우월한 듯 행동합니다. 진정한 환경 운동은 ‘탈원전’ 같은 정부 구호에 맞장구치는 게 아니라 선동에 휘말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근거 없는 공포가 올바른 과학을 침몰시킨 결과”라면서 쓴소리를 내놓았다. 무리한 태양광·풍력발전소 증설에 대해서도 “탄소 중립을 추진하려 울창한 산림을 밀어내 태양광 패널로 덮고, 어민들의 반대에도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를 세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은 에너지 빈곤국으로 가는 ‘어리석은(foolish) 정책’”이면서 “무리한 탄소 중립 이행 계획은 과학적·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증명된 바 없는 ‘정치적 목적’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데 대해 “환경적 목적을 달성한다면서 실상은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토대로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국가인 데도 정치가가 의도적으로 귀를 닫고 있다”고도 했다.
현 정부 역점 사업인 전북 군산시 새만금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도 “갯벌이야말로 반드시 보호돼야 하는 생산적인 해양 환경인데 ‘친환경을 위해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에 태양광을 짓는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며 “오히려 갯벌을 유지하고 원전 2~3개를 증설하는 것이 땅도 적게 차지하고, 생물도 보호하며, 에너지도 더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무어 박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린피스를 떠난 뒤로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과잉 환경 담론을 비판하고 원전과 GMO(유전자변형식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과학적 환경주의자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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