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태양광 공사현장서 고농도 독성물질 검출 ㅣ고장난 측정기 들고온 환경청 “새만금 태양광 침출수 정상이네!”

 

슬래그로 만든 도로와 주변 땅, 민관 점검단서 오염 첫 확인

독성 침출수, 8개월간 새만금호로 흘러들어간 셈

 

   새만금 일대에서 건설되고 있는 육상태양광 부지에서 흘러나온 독성 물질이 새만금 갯벌과 공사 현장 부지를 광범위하게 오염시킨 사실이 정부 조사로 처음 확인됐다. 육상태양광 공사 현장 내 수십㎞ 도로에 42만t 규모로 깔린 제강(製鋼) 슬래그에서 강한 부식성 물질이 흘러나온 것이다. 새만금개발청 등은 그동안 “제강슬래그는 친환경 재료”라며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새만금 태양광 공사현장서 고농도 독성물질 검출
2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2·3구역 일대에서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제강슬래그 추출수 검사 결과 측정기에 시료의 농도가 ‘pH 12.85’로 나타났다. pH 12.5 이상이면 폐기물관리법상 ‘지정폐기물’로 분류되는 강한 알칼리성의 독성 물질이란 뜻이다. /새만금슬래그반출범시민대책위원회

 

환경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점검단은 2일 새만금 육상태양광 2·3구역 내 도로와 저수지 등 새만금 일대 5곳에서 침출수를 채취해 pH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시료에서 pH 9 이상의 알칼리성 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슬래그가 깔린 도로에서 가장 높은 수치(pH 12.85)가 나왔고, 도로 주변(12.1~12.3), 저수지(9.26~10.6) 순으로 농도가 높았다. 폐기물관리법상 pH 12.4를 넘는 액체는 부식성 폐기물인 ‘폐알칼리’로 분류된다. 부식성이 워낙 높아 토양, 수질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주기 때문에 폐기물 가운데서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지정 폐기물’에 해당한다.

 

침출수 시료를 채취한 저수지 두 곳은 물 375만L가 저장되는 가로 30m, 세로 50m, 깊이 2.5m의 큰 웅덩이였다. 일반적인 저수지의 pH 농도는 7.5(중성) 안팎이다. 이렇게 많은 물이 고인 곳에서 측정한 pH 농도가 9~10 이상 나왔다는 것은 그동안 고농도의 독성 물질이 꾸준히 배출됐다는 뜻이다. 육상태양광 도로 조성 사업은 올 4월 시작됐다. 지금까지 8개월 동안 독성 물질이 무방비로 흘러나와 환경을 오염시켜 온 것이다.

 

 

 

이날 합동점검에는 환경부, 전북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군산시, 새만금개발청 등 정부 기관과 태양광 사업자, 폐기물 업체,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 25일 열린 첫 합동점검에서 환경부는 고장 난 측정기를 가지고 와 침출수를 검사한 뒤 ‘정상 수치’로 발표했다가, 함께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대표가 주머니에 있던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가 측정기 오류를 밝혀내는 일도 있었다.

 

두 번째 조사가 이뤄진 이날 전북환경청은 영점이 제대로 잡힌 측정기 2대를 동원해 검사를 실시했다. 시민단체 측은 “정부 기관이 또 사기를 칠지도 모른다”면서 별도의 측정기 1대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한 시료에서 pH 12.85가 나오자 시민단체는 “당장 폐기물을 새만금에서 걷어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환경오염 사실을 확인한 정부도 고민에 휩싸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강슬래그를 걷어내지 않고 조치를 취하는 법, (제강슬래그로 깐 도로를) 걷어내는 법 등이 있을 텐데, 어떻게 처리할지 관계 법령 등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어느 쪽이 되든 큰 후유증과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육상태양광은 갯벌로 만든 3.6㎢ 남짓 부지에 태양광 300㎿(메가와트)를 짓는 사업으로, 건설 현장 내 도로 35km가 전부 슬래그로 만들어졌다. 육상태양광 부지뿐 아니라 새만금 일대의 군산 어린이생태공원 주차장, 자동차대회경기장 등에도 깔렸다. 당초 도로 기층재로 순환골재를 사용하기로 돼 있었지만, 2구역 사업자인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가 돌연 재료를 바꾸고 해당 지자체 등이 이를 묵인하면서 제강슬래그 42만t이 깔렸다.

 

슬래그는 도로를 만들 때 부재료로 흔히 쓰이지만 비·눈과 지하수 등이 닿으면 유해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새만금 공사 현장에선 올 4월 첫 삽을 뜬 이후부터 완공을 앞둔 현재까지 슬래그가 그대로 야외에 노출된 채 공사가 진행돼 왔다.

 

그동안 숱한 환경오염 우려에도 육상태양광 부지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새만금개발청 등은 오히려 “제강슬래그는 친환경 재료”라는 입장을 보였다. 오염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개발청이 시시콜콜한 현장까지 전부 확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조사를 통해 이 같은 환경오염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새만금호(湖)의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새만금 육상태양광 부지 관로 형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합류식 관로’를 쓴다. 관로는 분류식과 합류식으로 구분되는데, 합류식 관로란 물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오수·정화 처리를 거쳐 인근 새만금호로 내보내는 것이다. 결국 수개월간 제강슬래그에서 배출된 강한 독성 물질이 그동안 새만금호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환경부는 “일부 시료에서 고농도의 알칼리성 물질이 나온 것은 맞지만, 추후 조처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전북환경청, 군산시 등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새만금슬래그반출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단 한 곳에서라도 지정폐기물에 준하는 독성 물질이 나왔다면 그 물질은 당장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김은경 기자 조선일보

 


 

새만금, 제강슬래그 논란에 하수시설 미생물 떼죽음 등 환경오염

 

   “환경부가 고장 난 측정기 들고 와서 뻔뻔하게 실험 결과 조작해도 되는 겁니까?”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 태양광 2·3구역 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25일 소동이 벌어졌다. 민관 합동으로 열린 태양광 공사 현장 내 제강(製鋼)슬래그 침출수 실험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와 시민단체 간에 고성이 오간 것이다. 합동점검단은 이날 공사 현장에서 채취한 제강슬래그 침출수를 비커에 담아 pH 농도 측정에 들어갔다. 제강슬래그 포설 지역에서 강알칼리성 물질이 나오는지 가리기 위해서였다. 전북지방환경청 측이 직접 준비한 pH 측정기에서 결과 값이 ‘7(중성)’로 나오자 공무원과 태양광 업체 측은 “정상이네!” 하며 소리쳤다.

 

새만금 태양광 공사현장서 고농도 독성물질 검출
전북 군산시 내초동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공사현장./2021.10.25./김영근 기자

 

그런데 조사에 함께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가 “결과가 이상하다”며 주머니에서 리트머스 시험지를 꺼내 비커에 담갔다. 예정에 없던 실험이었다. 중성이면 연녹색 리트머스지에 변화가 없어야 하지만, 종이가 침출수에 닿자마자 강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진한 보랏빛으로 변했다. “정부가 눈앞에서 사기를 치려다 걸렸다” “리트머스지가 없었다면 속아 넘어갈 뻔했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환경청은 “측정기가 고장 난 것 같다”며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산업폐기물인 제강슬래그는 올 4월부터 3.6㎢(약 109만평) 새만금 육상 태양광 부지 내 도로 35㎞에 42만t가량 깔렸다. 야외에 그대로 노출된 이 슬래그에서 유해 물질 유출이 우려된다는 본지 보도<10월 28일 자 A1면> 이후 환경부 등 정부 기관은 “유해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환경부, 전북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군산시, 새만금개발청 등 정부 기관과 태양광 사업자, 폐기물 업체,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첫 민관 합동점검은 환경청이 고장 난 측정기를 가져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갯벌로 만든 부지에 30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이 사업은 지난 4월 첫 삽을 떴다. 공사장 내 도로는 당초 순환골재를 깔도록 돼 있었지만 갑자기 재료가 제강슬래그로 바뀌면서 환경오염 논란이 일었다. 슬래그는 도로를 만들 때 부재료로 흔히 쓰이지만, 비·눈과 지하수 등이 닿으면 유해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에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새만금 공사 현장에선 수개월째 이런 조치가 없었다. 환경 당국은 문제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새만금개발청은 “제강슬래그는 친환경 재료”라고 주장했다.

 

새만금에선 또 다른 환경오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내 산업단지 등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군산공공하수처리장에선 ‘정화용 미생물’이 올해만 벌써 수차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농도 독성 물질이 하수처리장 유입수를 통해 흘러들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을 통해 전북도에서 받은 ‘군산하수처리시설 중금속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시한 ‘정기 슬러지(하수처리 또는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검사’에서 기준치보다 2~5배 이상 높은 납, 수은, 비소 등이 이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정화용 미생물은 이런 독성 물질을 정화하지만 워낙 독성 물질 농도가 짙어 미생물들이 모조리 죽어버린 것이다. 군산시와 환경 당국은 7개월째 이 독성 물질이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공사현장서 고농도 독성물질 검출
고장난줄 정말 몰랐나 - 지난달 25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공사 현장에서 정부 기관 관계자가 제강슬래그 침출수가 담긴 비커에 측정기를 넣고 pH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당시 결과값은&lsquo;7(중성)&rsquo;로 정상이 나왔지만, 함께 점검 에 참여한 시민단체에 의해 고장난 기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만금슬래그반출범시민대책위원회

 

 

공교롭게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육상 태양광 부지 도로에 제강 슬래그를 깔기 시작한 올 4월부터다. 군산시는 군산산업단지 내 업체가 전(前) 처리(하수·폐기물 등을 처리할 때 미리 중금속 물질 등을 걷어내는 것) 없이 공업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오리무중인 상태다. 군산시 측은 “의심 사업장을 방문하고 관로(管路) 조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중금속을 배출한 업체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박규홍 중앙대 교수는 “지자체가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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