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노가다'] 건설현장을 뛰는 젊은이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
"젊은이들! 응원합니다!"
"몸은 고돼도 짜릿한 전율...아는 사람만 안다"
늘어나는 공사장-공장 일감 콘텐츠
“그렇게 벌어서는 답 없다” 냉소에도
“땀 흘려 번 돈 가치있게 쓸 것” 꿋꿋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광풍의 시대. 근로소득에 대한 냉소가 커지고, 그중에서도 육체노동의 가치는 더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꿋꿋하게 현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공사장, 제조공장 등 일감이 있다면 어디든 간다. 그리고 본인의 노동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주변에서 “힘들게 조금씩 벌어서는 답이 없다” 해도 이들의 메시지는 투명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
일당 올리기-현장 적응법-안전화 선택법, 본인의 노동 영상에 자세한 팁 덧붙여
업체가 직접 ‘초급 토목공사’ 올리기도… MZ세대들 질문 주고 받으며 정보 얻어
“건강하게 번 돈, 가치 있게 쓸 것”
유튜브 채널 ‘심사장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심준섭 씨(26·한국외국어대 휴학 중)는 평일엔 경기 화성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전기·배관 설비 공사를 한다. 공장 숙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심 씨는 남들이 쉬는 주말에도 근처 다른 공사장에 나간다. 창업자금을 벌기 위해 올해 초 육체노동에 뛰어든 그는 촬영이 허가된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본인이 일하는 모습을 촬영한다. 2월부터 일당 빠르게 올리기, 현장 적응법 등의 영상을 업로드해 왔다. 심 씨는 “코인이나 주식은 요행을 바라는 것 같다. ‘제로베이스’에서 땀 흘려 번 돈을 더 가치 있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공장 콘텐츠를 올려 구독자 1만5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노가더 HooN’의 운영자 임상훈 씨(33)는 11년 차 현장 베테랑이다. 3∼6개월 단위로 공장을 옮겨 다니며 전기 공정이나 설비 노동 콘텐츠를 제작한다. 3∼6명이 함께 생활하는 숙소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부터 일하는 모습, 식사 순간까지 자유롭게 담는다. 대기업 공장별 장단점, 주의사항, 월급, 퇴직금 같은 정보도 공개한다. 임 씨는 “속칭 ‘노가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바꾸고 건강하게 일하는 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6월부터 공장 콘텐츠를 올려 구독자 1만5000명을 보유한 ‘청년일꾼 일꾼킴’ 채널의 운영자 A 씨(31)는 부사관 전역 후 투자 실패로 큰돈을 잃었다. 2019년부터 경기 이천과 용인, 충남 아산의 여러 공장을 오가며 일을 익힌 경험을 토대로 좋은 숙소 고르는 법, 실업급여 받기, 좋은 안전화 구매법 등의 영상을 올린다. 그는 “현장 일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 정보 찾으러 유튜브로 가는 MZ세대
육체노동 현장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웃고 즐기는 채널에 비해 구독자 수는 적지만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종종 있다. 특히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은 육체노동의 특성상 일을 시작하기 전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이 많다. A 씨는 “자영업자, 휴학생, 여성 등 다양한 분들이 어떻게 일을 시작할지 몰라 적응법, 유의사항에 대해 묻는다”고 전했다.
댓글창에는 응원도 가득하다. 임 씨는 “‘덕분에 건물이 지어졌다’며 고마워하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심 씨는 “‘이런 자녀를 둔 부모님은 뿌듯하겠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동년배 사회 초년생들이 질문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직접 나선 중소기업도 있다. 철근 조립업체 ‘금성철근’이 자체 유튜브 채널에 올린 ‘토목공사 갈고리 돌리기 초급편’의 조회수는 600만 회를 넘었다. 황세연 금성철근 대표는 “팬데믹으로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가 줄면서 국내 젊은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유용한 콘텐츠를 추가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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