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기 좋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망가져 가고 있다...왜

 

"왜 이리 됐을까?"

세계 공항 순위도 급락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젊은 직원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또 간부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나왔는데, 해당 간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간부들 폭행, 군대식 문화”

MZ 세대 직원 사표 러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옥 시사저널 edited by kcontents

 

이 회사는 인천공항의 경비·보안을 담당하는 계약직 용역 업체가 공사 자회사로 전환된 곳이다. 보안 검색 3곳, 경비 4곳 등 7개 용역 업체가 하나의 자회사로 합쳐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제로(0)’를 선포해 경비·보안 직원들을 공사 본사로 직고용하려 했지만, 법적 문제로 공사 직고용이 어렵게 되자 만들었다.

 

공사 본사 정규직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애초 목표가 바뀌긴 했지만, 보안·경비 업종에 일하려는 젊은 층에는 인기가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1~2년 새 조직 내부 문제가 곪아 내부 조직이 뒤숭숭하고, MZ 세대 직원들의 사표는 이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보안 홈페이지에 회사 사업 개요가 적혀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배경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 없는 것이다./인천국제공항보안 홈페이지 

 

 

과거 군 괴롭힘 문화에 MZ세대 사표 행진

최근 인천국제공항보안은 최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매달 4~5명씩 사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사표를 낸 직원들이 현장 매니저(과장급)를 ‘하급자 괴롭힘’ ‘규정을 어긴 행위’ 등으로 본사 감사실에 감사해달라고 요구한 일도 있었다.

 

20대 A씨는 약 3년간 일했던 이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서울과 가깝고, 세계 최고 국제공항에서 일한다는 점,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신경을 쓴 곳이라는 점 등이 매력으로 다가와 입사했다”며 “실상은 과거 군대식 괴롭힘 문화가 팽배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직원 얘기론 나를 두고 상급자가 ‘다음 타깃은 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해당 상급자가 나에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상급자가 “마음에 안 든다”며 자신을 괴롭혀 퇴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다른 직원은 ‘너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를 수 있다’는 말을 상급자에게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해당 직원 역시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년간 근무한 30대 B씨 역시 퇴사했다. 그는 “군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새벽 경비 근무 때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괴롭히는 선임들이 꽤 많다”고 했다. 또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월급은 세전은 270만~280만원, 세후 230만~240만원 정도로 용역 업체 때보다 약 10만원 정도 올랐다”며 “조직 문화가 좋다면 그래도 계속 다닐 생각이었는데, 이마저도 실망스러워 결국 관뒀다”고 했다. 이 회사에선 한 상급자가 술자리에서 하급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져 징계위원회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군 출신이 많다는 이유로 특정짓긴 어렵지만, 회사 내부에서 이런 식의 다툼이나 언어 폭력 등이 자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본사는 취업하고 싶은 공공기관 1위인데...

인천국제공항 본사는 최근 직원 68명에 대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220대 1 수준으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공항 본사는 공공기관 중 가장 가고 싶은 곳 1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대학생 1079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이 뽑은 일 하고 싶은 공기업’ 설문 조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위였고, 이는 4년 연속이다. 지방 공항으로 순회 근무를 서야 하는 한국공항공사나 다른 공공기관, 공기업에 합격한 직원들도 이곳에 지원한다. B씨는 “보안·경비 자회사도 초반엔 비슷했는데, 현재는 본사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며 “오히려 다른 공공기관, 공기업 경비직으로 이직하려 한다”고 했다.

 

 

공사 본사는 내년 초에 세 곳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의 임원 수를 현재 9명에서 최대 15명으로 늘릴 구상을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공항이 정상화할 경우를 대비해 용역 업체들의 합(合)으로 된 자회사 내부 체계를 제대로 세우겠다는 취지다. 자회사가 인천국제공항보안 사례처럼 여러 내부 문제가 있어 이를 바로 잡을 고위 간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낙하산 인사 자리 늘리기’ ‘내부 고위 간부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자리 개설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본사 윗선 간부들도 자회사로 가고 싶겠느냐”며 “’현재 사정이 좋지 않은 자회사에 가서 기강을 잘 세워주길 부탁드린다’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인천공항공사보안 사장 관련 의혹 제기 글/청와대 게시판

 

청와대 청원 글에 사장 관련 의혹 제기

지난 1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인천국제공항보안 사장에 대한 엄중 감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엔 그가 여성 직원 2명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일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언론 보도엔 그가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내용을 적을 글을 게시판에 부착한 내용도 보도됐다.

 

그런데 청와대 청원 게시글엔 해당 사장에 관한 다른 내용도 적혀 있다.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쓰고, 사용 내역 처리도 허위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 글엔 “수십 차례에 걸쳐 수백만원 상당의 가족, 지인 등과의 식사 비용을 자택 근처인 서울 등 모처에서 회사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며 “10여분 간격으로 쪼개기 결제를 하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은 직원들과 식사한 것으로 허위로 처리하도록 지시한 것이 드러났다”고 적혔다. 그가 근무 중인 특수 경비원들을 강제로 동원해 고구마 캐기 활동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한 직원은 “회사와 거리가 먼 여의도, 강남 등에 사용 내역이 나왔고, 일부 직원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이름이 올라왔다는 말이 돈다”며 “영종도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중에 역시 경비직으로 분류되는 행정 직원을 동원해 고구마 캐기를 했다면, 이는 경비법에 위반된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당사자는 “사실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장은 법인 카드 사용 내역 등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절대로 가족과 식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 다른 자회사 사장들이나 회사 직원들과 식사했다”며 “회사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법인카드 사용 규정이 미비했을 때 지인이나 회사 조언을 받을 법무법인 관계자 등을 만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법인 카드를 쓰기 전 회사 담당 부서로부터 서울까지는 사용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업무 관계자나 직원과 식사만 했다”고 했다. 그는 ‘쪼개기 결제’에 대해선 “나와 동행하는 운전 기사 분의 식사 결제 내역이다”며 “증명 가능하다”고 했다.

 

고구마 캐기 동원 관련 “우리 회사는 7개 용역 회사가 합쳐진 곳이고 회사마다 2~3명가량 행정 직원들이 자회사에 합쳐졌다”며 “이 직원들이 서로 잘 모르는 채로 일할 수 없어 영종도에 봉사활동을 간 것”이라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고구마 캘 수 있다고 해서 고구마 캐기를 한 것이지 내가 지시한 것이 전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세상에 법인 카드 내역이 다 남는데 쪼개기 결제나 가족과 사용하는 짓을 하겠느냐”며 “본사 감사실에서 제대로 감사를 진행해 내 명예를 회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는 “성추행 의혹 문제는 현재 본사 감사실이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18일 올라온 게시글에 대해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김정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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