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아이 낙전 설계자는 누구? [정숭호]

 

 

코나아이 낙전 설계자는 누구?

2021.11.17

 

대장동 비리의 폭발력에 가려졌지만, ‘이재명 경기도’의 경기지역화폐 운영과 관련한 의혹도 매우 매우 시커멓다는 보도가 잦았습니다. “무엇을 또 해먹었다는 소리냐?”라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는데, ‘낙전(落錢)’이라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단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습니다. “경기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의 진짜 수입은 낙전에서 나올 것”이라는 등의 기사에서입니다. 경기지역화폐는 일종의 카드인데, 발급받아서 원하는 만큼 액수를 충전하면 경기도가 예산, 즉 세금에서 그 액수의 10%를 더 충전시켜줍니다. 20만 원을 충전하면 22만 원을 쓸 수 있는 거지요. 사용처가 경기도 내로 한정되어 있지만 10% 덤 덕분에 사용자가 늘었습니다. 4년 동안 적자였던 코나아이의 장부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잠깐,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기프트 카드(Gift Card)’라는 거 아시나요? 카드에 일정 금액이 충전된 기프트 카드는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물을 고르느라 머리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 받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살 수가 있어서 좋기 때문이랍니다. 인기가 높아지자 미국 웬만한 유통업체나 온라인 전문 쇼핑몰치고 기프트 카드를 발행하지 않는 곳이 없고, 스타벅스 같은 이름난 식음료업체에서도 카드를 예쁘게 꾸며 내놓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는 소비자 눈길을 끌기 위해 디자인에 공을 무척 들인 각종 기프트 카드 판매대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 요즘에는 결혼답례품으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국내외 기업들이 기프트 카드 발행에 목을 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낙전(落錢)’ 수입이 무척 짭짤하다는 거지요. 예전에 공중전화 기본요금이, 예를 들어, 70원이면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하고 30원이 남아도 ‘기술적인’ 이유로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이 30원을 낙전이라고 했지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액수일 수 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전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공중전화 낙전 액수가 어마무시한 규모인 것으로 밝혀지자 “일부러 낙전이 생기도록 설계한 게 아니냐?”라는 호통이 예전 체신부 국정감사장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당시 전화 사업을 독점하던 KT는 낙전수입을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에 쓰게 됐지요.

 

기프트 카드의 낙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발행한 10만 원짜리 기프트 카드를 선물로 받아 9만8,000원을 쓰면 2,000원이 남지만 이걸로는 커피전문점에서 작은 쿠키 하나 못 사먹습니다. 물론 2,000원에 자기 돈을 보태면 뭐든 더 살 수 있겠지만 기프트 카드를 이런 식으로 끝까지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꽤 많다는군요. 

 

 

‘알디슨’이라는 경제전문 블로거가 작년 초 미국소비자연맹 통계를 토대로 쓴 글에서 본 건데, 미국에서는 기프트 카드 판매일부터 6개월 안에 70%가 소비되고, 1년이 지났을 때쯤에는 약 80%가 사용되며, 6%는 판매 후 1달러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총 판매액의 10~19%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낙전 수입(Breakage Income)은 전액이 발행 업체의 이익으로 떨어집니다. 스타벅스의

 

미국 슈퍼마켓 매대에 걸려 있는 기프트 카드. (출처 Flickr.com)

 

경우 2017년 1억 달러였던 낙전 수입이 2018년에는 1억6,000만 달러, 2019년에도 1억4,00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이런 ‘메리트’를 놓치기 싫어 국내외 유통업체와 식음료 서비스업체들이 기프트 카드 판매에 힘을 쏟는 겁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대장동 비리와 함께 경기지역화폐도 이재명 경기도의 부정과 부패를 밝히려는 야당과 언론의 큰 표적이었습니다. 대장동 비리의 주인공 화천대유에 각종 특혜가 주어졌듯 경기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에도 보통의 계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엄청난 구조적 특혜가 주어졌고, 관련된 인사에서도 계약 당시 이재명 측 인물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코나아이는 이재명이 지사로 취임한 해인 2018년 12월에 경기지역화폐 운영사로 지정돼 카드발급, 충전금 관리, 정산 등의 업무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작년 3월 감사보고서에서 상장폐지를 전제로 하는 ‘한정’ 의견을 받아 7개월간 거래정지를 당할 정도로 부실 경영을 지적받은 코나아이는 190억 원 흑자 회사로 떠올랐습니다.

 

국감에서 야당은 코나아이가 지역화폐 운영사로 선정된 경위가 석연치 않고, 경기도가 코나아이에 운영권을 준 후 이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을 산하기관으로 설립하면서 이재명 측 인사를 집어넣는 등 대장동 비리와 흡사한 구조적 비리가 있다고 경기도와 이재명을 공격했습니다. 지역화폐 충전금-사용자들이 예치한 돈-을 다른 시·도에서는 직접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경기도는 코나아이에게 맡겨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업체가 갖도록 하고 있으며, 코나아이를 위한 홍보비용도 경기도가 지급하고 있다는 것 등도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었습니다.

 

 

​경기지역화폐에서 발생하는 낙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살펴보니 어쩌면 이게 가장 어두운 의혹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나아이는 경기도 외에 인천과 부산광역시 등 여러 지자체의 지역화폐도 운영을 대행하고 있는데 이들 자치단체에서는 낙전을 회수해 세입으로 처리하거나 사회환원사업 기금에 편입하는 데 반해 경기도는 코나아이가 전액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대장동사업을 하면서 성남시로 가야 할 돈을 자기네 주머니에 집어넣은 게 자동 연상되는 대목입니다.

 

​낙전에 대한 계산은 발생 후 5년이 지나야 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되어 있어 현재는 코나아이가 얼마를 먹을지 알 수 없습니다. 경기지역화폐 발행액수는 2019년 5,611억 원에서 2020년 2조8,519억 원, 2021년 8월 말 기준으로는 3조1,198억 원으로, 합하면 6조5,328억 원입니다. 이 중 낙전이 5%라면 코나아이는 3,266억원을, 10%면 6,500억 원 이상을 낙전 수입으로 챙기게 됩니다. 경기지역화폐 발행액수가 늘어날수록 코나아이에게 떨어지는 낙전도 폭증하게 됩니다. 이러니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코나아이의 낙전 수입은 누가 설계했는가?”

“이 설계는 윤리적, 법률적으로 정당한가?”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낙전 수입은 전액 코나아이의 것인가, 누구랑 나눠 먹도록 설계된 건 아닌가?”

"그렇다면, 그 누구는 누구란 말인가?"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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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숭호

1978년 한국일보 입사,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여러 부서의 부장, 부국장을 지냈다.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뉴시스 논설고문, 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 역임. 매주 목요일 이투데이에 '금주의 키워드' 집필 중. 저서: '목사가 미웠다'(2003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2015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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