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원전 기술자 이탈 , "안전점검할 원전기술자가 없다"

‘원전 정지’ 올해만 3번…“원전 기술자 이탈 부작용”


원안위 안전점검 후 ‘원전 정지’ 올해만 3번째

전문가들 "원전 전문가 이탈에 업계 사기 저하"


  안전성 점검 이후 재가동한 원자력발전소가 멈춰서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급진적 ‘탈(脫)원전 정책’ 이후 원전 기술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원전 점검과 가동에 필요한 전문 인력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의 신월성 2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안전성 점검 이후 사흘 만인 지난 6일 자동 정지됐다. 출력상승시험을 진행하던 중 출력 30% 단계에서 주급수펌프 1대가 정지했다. 증기발생기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가 정지된 것으로 원안위는 추정하고 있으나, 상세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잦은 드론 출몰에도 원점 확인도 못해...안전불감증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전 사고·고장은 총 9건이었다. 이 가운데 원안위가 정기정검을 마치고 재가동을 허용한 후 일주일 내 자동정지가 발생한 경우는 3건에 달했다. 사진은 신월성 2호기. / 조선DB


원안위가 정기 점검을 마치고 재가동을 승인한 원전이 곧바로 멈춰서는 사고가 일어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지난 5월에도 한빛 1호기가 원안위 재가동 승인 하루 만에 멈춰 섰고, 앞서 1월에는 원안위가 계획예방정비 최종 단계에서 재가동을 승인한 한빛 2호기가 이틀 만에 정지됐다.




한빛 1호기의 경우 열출력이 급증하는 이상 현상으로 멈춰 섰는데, 원안위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과 절차 위반 등 인적 오류가 사고 원인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빛 2호기 역시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자동 정지됐다. 원안위는 "운전자가 증기발생기를 수동 조절하던 중 수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원전 안전’을 내세우고 있으나, 원안위 안전점검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앞서 두 차례 사고 원인이 운전자 조작 미숙, 절차 위반 등 인적 오류인 만큼 운영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우수 원전 기술자들이 해외로 이탈하면서 인력 공백이 생겼고, 원전 업계 전반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원전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으로 원전 미래가 불안정해지면서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주저앉았다"면서 "남아있는 전문가들도 원전 운영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이 최근 불거진 ‘원전 정지’ 사건을 직접적으로 일으켰다고 단언할 수 없으나, 현재 원전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가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연관성은 높다는 설명이다.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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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5월 한빛 1호기 사고는 원안위 조사 결과 무자격자가 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원자로를 조종하는 등 운영기술지침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인력 공백과 사기 저하에 따른 운영관리 체계 부실, 전문가의 원전 업무 기피 현상 등이 전반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최근 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 경험 있는 전문 인력이 대거 퇴직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자칫하면 지식의 연결성 측면에서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원자력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안위에 원전의 작동원리를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다. 엄재식 위원장은 사회복지학 전공이고 나머지 위원들도 화공학 교수, 지질학 교수, 예방의학 전공 의대교수, 탈핵 운동을 했던 민변 소속 변호사다. 원자력 전공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원안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잇따른 원전 정지 사고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월성 2호기와 관련해서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상세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11일 완료 예정이던 신월성 2호기 정기검사는 사건조사가 모두 완료된 이후로 연장된다.

이재은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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