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위스키 바로 알기...부상하는 일본 위스키
[경과]
작년 최고의 버번 위스키는?...희귀한 버번들 12 Rare Bourbons That Are Worth Tracking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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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병에 표기된 숫자의 의미는?
종종 우스개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특정 위스키 12년을 구입해 10년을 둔다. 그렇다면 이건 22년일까? 아니다. 그냥 12년이다. 그렇다면 12년과 17년을 섞었을 때는 어떨까. 그런 경우는 가장 짧은 연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므로 12년이 된다.
12년, 17년, 30년 등 위스키 병에 표시된 숫자는 위스키 원액이 오크통 속에서 숙성된 시간이다. 오크통에서 나와 병에 들어간 뒤에는 더는 숙성되지 않는다. 정통 위스키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3년 이상은 숙성 시켜야 한다.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될수록 통상적으로 귀한 위스키로 여겨진다.
오래 숙성시킨 위스키는 왜 비쌀까. 숙성되는 과정에서 원액은 오크통 조직에 흡수되거나 수분과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매년 2% 정도 그 양이 줄어든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를 일컬어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표현한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좋아지는 데다 양도 줄어들면서 더 희소해지고 비싸지는 셈이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중에는 위스키 병에 연산이 표기되지 않는 제품들도 꽤 많다. 연산 미표기(NAS·no age statement) 위스키다. 말 그대로 연산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년 이상의 저연산 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들 때 주로 이런 방식을 취한다. 3년과 12년을 섞었을 경우 원칙적으로 표기한다면 3년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아예 이를 표기하지 않는 것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류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홍준의 홍보 고문은 “시장 전반적으로 고연산 원액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연산 미표기 제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3대 싱글 몰트 위스키
세계 5대 위스키, 그리고 버번 위스키의 정체
‘빔산토리’ 일본 위스키 인기 고공 행진의 이유는
발베니 12년산 공병 1만원에 팔려
위스키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발베니, 맥켈란 등 인기 위스키는 품귀 현상을 빚은 지 오래고, 매장에선 ‘위스키런’(위스키 오픈런을 합한 신조어)도 일상이 됐다. 일본 위스키 야마자키, 히비키 등을 구하기 위해 일본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 역시 낯설지 않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양한 위스키 제품과 어떻게 마시는지, 어떤 안주와 페어링하는지에 관한 정보가 쏟아진다. 중고매매사이트에는 위스키 공병까지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연간 수입량은 전년보다 72.6%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감소하던 수입량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팬데믹 이후 혼술 문화, 홈술 문화를 즐기게 된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위스키 열풍이 불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이야기다. 폭탄주에 섞어 먹는 위스키에 익숙하던 기성세대들에겐 이런 현상이 다소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구하기 힘든 싱글 몰트 위스키
오픈런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위스키 시장에서 요즘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꼽히는 3대 제품이 있다. 발베니, 야마자키, 카발란이다. 세 제품의 공통점은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점이다. 발베니는 스코틀랜드산, 즉 스카치 위스키이고 야마자키는 일본산, 카발란은 대만산이다. 카발란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소품으로 등장한 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취향에 맞는 싱글 몰트 위스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데, 취향은 고사하고 싱글 몰트니 뭐니 하는 위스키 이름이 헷갈리고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위스키의 세계는 복잡하고 오묘하다. 위스키는 발효된 곡물을 증류해 오크통에 넣어 오래 숙성시킨 술이다. 위스키의 다양한 갈색빛은 오크통의 색과 향을 흡수하면서 만들어진다.
우선 원료로 구분했을 때, 위스키는 몰트(malt), 그레인(grain), 블렌디드(blended)로 나뉜다. 몰트는 싹을 틔운 보리, 즉 맥아로 만든 위스키다. 그중에서도 단일 증류소에서 원액을 만든 것이 싱글 몰트 위스키다. 공정이 까다롭고 생산량이 많지 않으므로 당연히 비싸다. 특정 증류소의 개성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오랫동안 지켜온 고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유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로 발베니를 비롯해 맥켈란, 글렌피딕, 더 글렌리벳 등이 있다.
그레인 위스키는 호밀, 옥수수 등 기타 곡물로 만든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맛의 균형을 잡은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위스키의 90%는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보면 된다. 발렌타인, 조니 워커, 로얄 살루트, 시바스 리갈 등이 대표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희소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싱글 몰트 위스키가 고급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싱글 몰트 위스키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블렌디드 위스키 중에서도 마스터 블렌더의 손맛에 따라 명품 위스키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위스키 장인이라 불리는 마스터 블렌더는 수십 종류의 원액을 섞으며 최고의 풍미를 찾아낸다.
버번이 ‘힙’하다는데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전년보다 72.6%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버번 위스키만 놓고 봤을 때 120% 늘어났다. 금액 면에서도 전체 위스키는 52.2% 증가했으나 버번의 수입 금액은 110%나 뛰었다. 다양한 위스키 중에서도 버번의 인기가 폭증했다는 이야기다.
버번 위스키는 뭘까. 이번엔 위스키가 만들어진 지역에 따라 종류를 나눠보자. 가장 유명한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이 스카치 위스키다. 스카치 위스키를 필두로 아이리시, 아메리칸, 캐나디안, 재패니즈 위스키 등이 5대 위스키로 꼽힌다. 이중 아메리칸 위스키를 대표하는 술이 버번 위스키다. 켄터키주에서 시작된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 함유량 51% 이상인 원액을 사용해 내부를 불에 태운 새 오크통에서 숙성 시켜 만든 것이다. 바닐라 향이 있는 달콤한 풍미와 맛, 알싸함이 특징이다. 버번 위스키는 특히 2030세대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달콤한 풍미 때문에 위스키에 입문하기 좋을 뿐 아니라 묵직함에서 오는 ‘타격감’이 젊은 층을 사로잡는 매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싱글 몰트 위스키나 고가의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값이 훨씬 싸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였다.
버번 위스키의 대표적 브랜드는 와일드 터키, 메이커스 마크, 버팔로 트레이스 등이다. 콜라와 섞어 마시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던 잭 다니엘은 버번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테네시 위스키다. 테네시주에서 독자적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테네시 위스키는 버번과 거의 비슷하나 숙성시키기 전에 단풍나무 숯에 여과시키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버번과 테네시 위스키를 아메리칸 위스키로 통칭하는데 대부분이 버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번(Bourbon)이라는 이름은 미국 켄터키주의 버번 카운티에서 유래했다. 이 이름은 프랑스 부르봉(Bourbon) 왕가와 같다. 독립을 지지해 준 프랑스 부르봉 왕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독립전쟁이 끝난 뒤 미국이 이 지역을 부르봉(미국식 발음은 버번)이라고 칭했다.
부상한 일본 위스키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후 일본 맥주는 급전직하했지만 위스키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토리 야마자키, 히비키 등을 구하기 위해 일본행에 나선다고 할 정도다.
위스키의 주류는 서양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일본 위스키의 품질과 경쟁력은 인정받은 지 오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주요 품평회에서 주목받았으며 2014년에는 산토리 야마자키가 본고장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를 꺾고 세계 최고 위스키로 선정됐다. 미국의 유명한 버번 위스키 짐 빔을 보유한 빔(Beam)을 인수한 빔산토리는 현재 세계 3위의 위스키 회사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본 위스키의 공급 부족은 오랜 경기불황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기가 침체되고 2000년대까지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자연히 일본의 위스키 산업도 위축됐다. 수요가 줄어드니 주류회사들 입장에선 원액 생산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수년간을 충분히 숙성 시켜야 하는 위스키의 특성상 이 같은 공급 부족은 당분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은 어떻게 세계적인 위스키 강국이 됐을까. 여기에는 핵심적인 두 사람이 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쓰자카, 그리고 산토리의 창업자인 도리이 신지로다. 다케쓰루 마쓰자카는 24살이던 1918년 스코틀랜드에 유학해 양조법을 제대로 공부했다. 돌아온 그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이는 도리이다. 산토리는 태양의 선(sun)과 도리이라는 이름을 합친 것이다. 두 사람이 1923년 오사카에 세운 야마자키 증류소는 일본 최초의 위스키 양조장이자 위스키 산업의 기반이 됐다.
국내의 위스키 산업은 그동안 외국에서 원액을 수입해 병입하던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인이 만든 첫 싱글 몰트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가 출시됐다.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제품의 실험과 향후 행보에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
박경은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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