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중요해 [노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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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중요해
2022.06.22

달력을 보다 문득 학창 시절 강의실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경제학 원론인지 사회학 개론인지 헷갈리지만 여러 학과 학생들이 모이는, 교양필수 과목 시간이었습니다. 조교 선생이 들어와 100여 명의 출석 확인을 하는 게 그 수업의 시작이었죠. 잠시 당시 상황을 그려보겠습니다.

조교: “오뉴월! 아, 미안, 다시 부를게요. 오뉴…오뉴…아니, 오오…오유월.”
학생들: “하하하하”
목소리(얼굴은 못 봄): “오뉴월? 이름만 들어도 덥다. 하하하. 누구야?”
오유월: “제가 오유월입니다. 뉴월 아니고 육월도 아닌 유월입니다. 오.유.월.”

2학년 봄, 새 학기에 만난 친구 오유월의 첫 모습입니다. 이름만큼이나 얼굴도 예쁘지만, 당당함이 가장 큰 매력인 친구입니다. ’유월‘은 시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늘 자랑합니다. 유월이의 언니는 시월입니다. 유월과 시월이 사는 집. 시(詩) 제목 같지 않나요.

’京我(경아), 서울=나‘. 서울시장이 되라고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이름이죠. “이름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입니다. 아버지의 희망대로 내 이름에 어울리게 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서울시장이 되진 않았지만, 강원 광산촌 출신인 내가 서울 도심에서 일하며 거의 매일 시청 근처를 걷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20여 년 전 서울시 산하 연구원에서 일한 것도 이름 덕을 봤지 싶습니다.

 

 



이름엔 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사물의 이름을 지을 때 공을 들이는 이유일 겁니다. “좋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독일 속담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PR(피알:피 터지게 알린다) 시대’엔 한 번 듣고 바로 기억되는 이름은 개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잠시 스쳤던 사람이지만 기억하는 이름 몇 개가 있습니다. 강한힘 기운찬 주인공 최고야 황금빛 등입니다. 얼굴은커녕 어떤 자리에서 만난 사람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이름만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성(姓)과의 조화를 생각지 않고 지은 이름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강아지 고추양 김개년 김샌다 김팔랑 나죽자 마진가 목소리 박비듬 방귀녀 변기통 석을년 설사국 성병 왕변태 어흥 오지게 임신중 조진년 조까지 지자랑 지애미 피바다 피해자 하숙년 하지마…

어린아이들이 친구를 놀리려고 부르는 ‘별명’ 같지만 개명 신청자들이 적어낸 실제 ‘이름’입니다. 학창시절은 물론 직장생활까지도 힘들게 하던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으로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두 손, 두 발 들어 응원합니다.

부모든 조부모든 이름을 지은 사람은 이름 한 자 한 자에 심오한 의미를 뒀거나 특별한 사연을 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름은 평생 불리는 것이니 뜻뿐만 아니라 발음도 신경 써야 합니다. 부르는 사람도 불리는 사람도 편안해야 좋은 이름이니까요.

대통령 집무실 이름이 어떻게 지어질지 궁금합니다.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로 부르기로 결정했다지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에게 당부합니다. 좀 늦더라도 ’국민과의 소통‘ ’민생 제대로 챙기기‘ 의미를 담아 좋은 이름으로 정하시길.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노경아
경향신문 교열기자, 사보편집장, 서울연구원(옛 시정개발연구원) 출판 담당 연구원, 이투데이 교열팀장을 거쳐 현재 한국일보 교열팀장.

ⓒ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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