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의 엔데믹(endemic)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엔데믹이 가능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신종플루처럼 동네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약을 먹고 나을 수 있는 풍토병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타미플루와 같은 범용 치료제가 없으며, 변이 발생이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섣부른 기대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2년을 넘게 인류를 위협한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내심 반갑다. 

 

건설안전의 엔데믹(e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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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공급과 수요의 동시 위축은 지난 대공황과 비교될 만큼의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경기 침체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변수 요인이 아니라, 백신 확대와 집단 면역 등으로 인해 관리 가능한 상수 요인이 됐다. 

 

 

 

이처럼 와일드카드(wildcard) 형태의 단발성 이벤트도 그 영향력이 감소하면 더는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건설산업의 상황은 좀 다른 듯하다. 작업 중에 아무도 다치고 죽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건 오래전부터 중요하고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도,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계속 일어났고, 사망자는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 중이던 고층 아파트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는 붕괴사고로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사고는 40건이며,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47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건설산업에 있어 안전은 더는 ‘상수’가 아니라 기업의 환경을 흔드는 ‘변수’가 돼 가고 있다.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 의무 이행을 위해 고강도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사고로 인해 경영자의 징역, 영업정지 및 벌금 등의 처분을 받으면 기업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는 곧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관리 강화가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이라는 변수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군다나, 구조적으로 사고 제로가 불가능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처벌 중심의 접근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 수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에 따른 처벌 강화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왜일까. 여전히 안전은 공사 기간이나 공사비보다 뒷전이며, 현장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기기만이 가득하다. 

 

 

 

또한,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확보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항상 등장한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현장은 구현이 가능한 걸까. 의문스럽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사고 발생의 팬데믹(pandemic)을 막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최고 가치는 안전이라는 인식의 엔데믹(endemic)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에서 안전이 가장 먼저라는 인식이 엔데믹, 즉, 풍토병처럼 굳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 고치기 어려운 버릇이나 습관을 일컫는 고질병이라는 단어처럼 안전이 최고라는 생각이 건설산업 참여자 모두의 당연한 습관이 되기를 기대해 본

다. <e대한경제, 4.18>

손태홍(연구위원ㆍthsohn@ceri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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