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의 과세단위, 납세자가 유리한 방식 선택할 수 있어야" 한국경제연구원
소득세의 과세단위는 과세표준 및 세율과 함께 소득세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특히, 소득세는 누진세율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의 과세단위를 개인단위주의 또는 소비(가족)단위주의에 따를 것인지에 따라 납세자의 소득세 납부액이 차이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단위로 과세하고 있지만, 부부의 경우 생활공동체라는 경제적 실질에 어긋나기에 과세단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단위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자산소득에 한하여 부부단위합산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2002년 헌법재판소가 자산소득부부합산주의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자산소득이 있는 혼인한 부부를 소득세 부과에 있어서 차별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36조 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 보장)에 위반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완전한 개인단위주의로 전환하게 되었다. 당시 자산소득합산과세는 이자·배당·부동산임대소득을 주된 소득자에게 합산하여 부부단위로 과세했고, 헌법재판소는 “혼인한 부부에게 더 높은 조세를 부과하여 혼인한 부부를 독신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취급하고 있다”며 위헌판결했다. 이처럼 소득의 합산은 혼인한 부부에게 세제상 불이익을 안길 수 있다. 부부단위로 과세할 경우, 결혼은 결혼 전보다 세부담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와 B는 결혼 전 1년에 각각 2,500만원의 소득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결혼하여 부부의 총 소득이 5,000만원으로 된 경우, A와 B의 세금을 개인단위로 계산하면 각각의 세부담은 267만원(총 세부담은 534만원)인 반면,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두 사람의 소득을 합한 부부단위의 세부담은 678만원이다.
소득세의 과세단위를 개인단위로 과세할 것인지 부부단위 등의 소비단위로 과세할 것인지는 외국에서도 논쟁이 지속되어 왔고, 일본·영국·캐나다 등에서는 개인단위로 과세를 하고 있지만, 미국·프랑스·독일 등은 부부소득에 대해 합산하여 과세하고 있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1957년 부부합산제도는 혼인 및 가족의 보호에 위배된다며 위헌을 선언하였고, 이에 2분2승제의 합산제도를 채택하였다. 미국은 1913년 소득세 도입 시의 개인단위과세에 1930년 부부합산의 2분2승제를 수용하였다. 연방부부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반으로 나누고, 이 금액을 남편과 아내의 각각의 소득으로 해서 신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州별로 부부재산제도가 달라 세부담의 불공평성을 초래하였기 때문에 1948년 선택적인 2분2승제를 채택했고, 부부는 임의적인 선택으로 각자의 소득을 별도로 신고하거나, 2분2승제에 의해 공동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2분2승제도 독신자에게 불리한 세제가 될 수 있어, 미국은 세율표를 단일세율표에서 복수세율표로 다양화했다. 현재 미국의 세율표는 개인단위과세 선택 기혼자, 공동신고의 2분2승제 기혼자, 독신자, 그리고 독신세대주의 4종류로 구분되고 있다.
현행 개인단위주의는 부부의 경우 민법상의 부부재산제도와 조화되지 못하고, 부부가 경제공동체라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개인단위주의는 높은 누진세율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득의 인위적 분산을 초래하여 과세의 형평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부부단위합산주의도 혼인한 부부를 독신자에 비해 차별하므로, 부부에 관한 소득세의 과세단위는 수정된 부부합산주의와 개인단위주의 중에서 납세의무자가 유리한 데로 선택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정된 부부합산주의는 2분2승제, 더 나아가 가구구성원 수를 적용하는 N분N승제가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저출산 대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부부와 다자녀가구에 대한 소득세 과세단위상 배려를 통해 혼인과 출산을 장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N분N승제는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세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개인단위과세에 비해 세수입이 줄 수 있지만, 초국가적인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라면 得이 失보다 많을 것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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