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부동산 분석] "윤석열호도 당분간 집 값 잡기 어려울 것"

 

'부동산 딜레마'에 빠진 윤석열호..

"당장 집값 올라도 중장기적 안정 확신을 줘야"

부동산 전문가 8인 지상 좌담회

 

   “지나친 규제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저희들은 매우 신중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정책)은 매우 안정 위주로 (추진하고),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던 연장선이다.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규제완화를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규제 해빙기 급격한 시장 변화 불가피

단기간 집값 상승 효과 받아들여야

우선순위 로드맵 만들어 정책 신뢰감 높여야

 

[전문가 부동산 분석] "윤석열호도 당분간 집 값 잡기 어려울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발표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완화 추진이 집값을 자극하자, 윤 당선인측이 규제완화에 대해 잇따라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내내 괴롭히던 ‘부동산 딜레마’다. 규제를 풀자니 집값이 뛸 것이 우려되고, 그냥 놔두자니 시장 왜곡이 심화돼 민심이 이반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대출규제도 풀겠다고는 공약했으나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걸린다.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비판하며 당선된 윤 당선인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8일 부동산 부문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대학교수, 경제학자, 연구원 등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규제완화에 속도조절을 해야 할까? 규제완화 공약은 수정해야 하나? 부동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가? 등에 대한 공통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한 규제완화 기조는 유지하되, 공약은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집값이 뛰는 건 일시적인 현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한문도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등 8인의 답변을 지상 좌담회 형식으로 풀었다.

 

“일시적 집값 인상은 불가피”

 

-윤 당선인의 규제완화 공약은 대부분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흘러나오는 ‘규제완화 추진 계획’만으로 벌써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이 자극을 받으면 규제완화 추진 동력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당장 새 정부 내각의 핵심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규제완화 추진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발언을 한 게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어떻게 봐야 하나?

 

 

 

▶조주현(건국대 명예교수)= “집값 상승이 무서워서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집값 상승 우려 때문에 서울에 주택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지난 5년간 시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규제완화를 추진하면 물론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

 

▶김진유(경기대학교 교수)= “사람이 아프면 수술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의 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받으면 당장은 아플 수밖에 없다. 후유증도 있을 수 있고, 이후에도 한동안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병이 든 상태를 치료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걸 감내해야 한다. 그걸 감내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송인호(KDI 소장)= “당장은 집값이 올라도, 중장기적으론 가격이 내려간다는 걸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규제를 하면 규제가격으로 인해 생기는 프리미엄(웃돈)이 있기 마련이다. 그걸 해소하는 과정에서 갭(가격 차이)이 벌어진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새 정부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도 작용할 것이다. 정부가 꾸준한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하면 결국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점을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통계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홍춘욱(EAR리서치 대표)= “중요한 건 국민들이 대선 직후부터 집값이 오르는 것조차 새 정부 때문이라고 여겨선 안된다. 그건 이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주택수급 환경 등 시장 상황 때문이란 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쨌든 집값이 오르면 비판 여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윤 당선인이 공약에서 제시한 규제 완화 계획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가?

 

▶김덕례(주택산업연구원 실장)= “모든 공약은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원래 그렸던 모양과 조금 다를 수 있다.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겠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문도(연세대 겸임교수)= “대외변수 등을 고려해서 세부 내용과 추진 일정 등은 당연히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야 추진 가능한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바로 추진하긴 불가능하다. 추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당장 추진이 어려우면 정책적인 보완이 가능한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홍춘욱=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임대차3법을 개정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현재 국회 상황에서 최소 2년 동안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법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시점에 막연하게 ‘규제도 풀고 집값도 잡겠다’, ‘다 할 수 있다’고 하는 순간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이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령이나 정부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국민에서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15억원이상 대출금지 같은 규제는 시행령을 고치면 바로 개선할 수 있다. 민간 공급 제한 기능이 큰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임대차3법 규제 문제의 경우도 제도 자체를 바꾸진 못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다.”

 

 

“우선 순위 로드맵 필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해도 가장 시급한 정책은 없나? 새 정부가 규제완화 공약을 세부적으로 다듬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일단 인수위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공급계획도 연도별로 수요를 예측해서 장기적인 공급 로드맵을 내놓았으면 한다. 세금 규제완화 계획도 마찬가지다.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수요자들이 불안하지 않다. 집주인들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재국(금융연수원 교수)= “너무 많은 것을 단기간 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 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당장 전월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8월부터 임대차3법 규제로 5% 전세 인상 상한 규제를 받던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와 신규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은 알려진 것처럼 같은 단지 같은 크기라도 신규 계약과 5% 상한 규정을 받은 재계약 매물간의 가격차이가 굉장히 크다. 기존 재계약 전세가 신규계약을 시작하면 급등한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로 돌아서면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

 

▶김덕례= “정부는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전세 급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들어 ‘착한 임대인 지원’ 같은 정책이다. 신규 계약도 5% 이내 인상률을 적용하거나, 장기 임차인을 두는 임대인에게 세금이나 거주의무기간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정부가 임박한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차원의 공급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줘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단기간 성과 기대 위험하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표방하고 나선 윤석열 정부에선 아무래도 집값 급등의 경고가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하는 ‘부동산 딜레마’ 상황에 처한 윤 정부의 부동산 기조는 어때야 할까?

 

▶조주현= “‘해빙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지고, 얼음이 녹은 자리에 꽃이 피는 시기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진행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문도=“문재인 정부에서 단기간 무리하게 추진했던 규제는 합리화하는 게 맞다. 그렇다고 단기간 한꺼번에 효과를 내려고 서둘러선 안된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순환개발’을 통해서 특정지역이 일시적으로 전세난 등 혼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김덕례= “주택 정책효과를 부처를 뛰어 넘어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국가주택도시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기구에서 각종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중장기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도시계획과 주택계획이 따로 논다. 문재인 정부에서 30번 가까운 부동산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안전보고서를 내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조정 기구는 주거안정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주택 공급문제부터 각종 부동산 정책들을 조율해 정책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전문가 분석] 서울 집값 폭락한다고? 정말?

 

 

https://conpaper.tistory.com/10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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