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안하무인 '건설노조' 뒤에는 누가 있나

 

노조가 레미콘·크레인도 점령

 

레미콘 운송권 쥐고 콘크리트 '값·질' 결정

타워크레인 통제도 노조가 맡아

시공사 "기계 하나 맘대로 못 써"

 

[편집자 주]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건설현장은 하이에나 같은 일부 건설노조들의 막장 행태로 골병을 앓고 있다. 법 위에 선 이들은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폭행·협박 같은 실력행사를 통해 공사 진행을 방해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일부 건설노조들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지적하고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본다.

 

#.1 지난달 28일 한국노총 레미콘운송조합 청주지부는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비슷한 일은 부산에서도 있었다. 민주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부산지역 기업에 두 자릿 수 인상을 통보했다. 부산·경남은 최근 레미콘 업체 3곳이 영업을 중단했을 정도로 경영난이 심한 곳이다.

 

#.2 "특정 레미콘(콘크리트 믹서 트럭)을 사용하지 않으면 운송 자체를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요구를 들어 줬으면 품질에는 신경을 써 줘야 하는데...종종 물을 타거나 믹서 가동 시간을 줄여서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요"

 

   건설업계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 전체 건설노동자는 약 200만명이다. 이 중 민주노총 가입자는 약 7만명. 전체 건설노동자의 3.5% 정도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막강하다. 물리력을 동원하는 한편 각종 이권을 잡고 현장을 점령중이다.

 

막장드라마 안하무인 '건설노조' 뒤에는 누가 있나


 

레미콘 운송노조도 대표적인 건설 현장의 저승사자다. 시멘트, 골재,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폭등 3중고를 앓는 중 레미콘 생산업체는 운송노조의 두 자릿 수 운반비 인상 요구에 시달리고 있고 시공사는 특정 레미콘사를 선호하는 노조 탓에 '불량 콘크리트' 리스크를 안게 됐다.

 

 

 

지난달 28일 한국노총 레미콘운송조합 청주지부는 운송비 25%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레미콘 트럭 500여대가 파업에 참여했고 청주와 인근지역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지난 4일 레미콘운송노조는 운송비 17∼22%를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일은 부산에서도 있었다. 민주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부산지역 기업에 운반비 16% 인상을 통보했다. 이 지역 레미콘 제조사들은 최근 2년간 10% 이상의 운반비를 상승 반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윳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유류비 대부분을 레미콘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인상 명분이 없고 업계 전체가 위기인데 자신들의 이권만 강조하는 운송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붕괴 참사를 겪은 광주광역시의 불량 콘크리트 타설 문제에도 일부 레미콘 운송노조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는 지역 레미콘사 조합이 건설사에 물량을 배분한다. 지역 조례에 따라 지역 레미콘사 제품 의무 사용 비율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운송이 이권화 되면서 노조가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골조업계 관계자는 "지역 레미콘 운송노조의 요구에 맞춰 특정 레미콘사를 배분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요구를 들어 줬으면 품질에는 신경을 써 줘야 하는데 종종 물을 타거나 믹서 가동 시간을 줄여 나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막장드라마 안하무인 '건설노조' 뒤에는 누가 있나
사진은 기사와 무관.ⓒ연합뉴스

 

#.3 "일단 500만원 정도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쥐어 줘야 현장 작업이 편해요. 기초공사나 골조공사에 사용하는 고중량 건자재 운송을 하려면 타워크레인 없이는 힘들거든요. 분명 모든 하청업체들이 공유해야 하는 설비인데…노조가 이 권한을 쥐고 흔드니 방법이 없네요"

 

 

 

중량 건자재를 운송하는 타워크레인은 건설노조 입김이 현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설비다.

 

건설업계와 각 노조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노조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민노)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한노)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한노 분과) 등이 활동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각 노조별 타워크레인 점유 수는 약 4500여대로 추산되며 노조별 대수는 △민노 3000여대 △한노 1000여대 △한노 분과 500여대다. 국토부 추산 국내 타워크레인 대수(약 6200대)의 72%를 넘는다.

 

문제는 민노 타워크레인분과 노조의 규모가 커지고 한국노총 2개 타워크레인 노조가 경쟁구도를 가져오면서 제 식구 채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타워크레인의 가동을 이권화하고 이를 빌미로 하청업체에 '뒷돈'을 요구하는 것도 관행처럼 굳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중량물을 옮기는 타워크레인은 골조공사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설비"라며 "이 설비의 가동 권한을 쥐기 위해 노조가 채용자를 특정하고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현장 전체의 분위기 전체를 흔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이 자재 운송에 '뒷돈'을 요구하는 등 악행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비노조원을 채용한 일부 현장에서는 이들에게 상납금 혹은 관리비를 요구하는 노조원도 있다.

 

 

 

수도권 골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임원은 "일부 악성 노조원은 비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찾아 수익의 일부를 노조에게 상납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려 해도 노조 간부들은 기존 노조원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해 가입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BN 김덕호 기자 (pad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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