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2) - 일그러진 모습들 [고영회]

 


서울 지하철(2) - 일그러진 모습들
2022.03.30

거미줄같이 짜인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감탄스럽습니다. 노선망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체계 등 우리 지하철은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앞섰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좀 시간은 흘렀지만, 실제 외국에서 전철을 탔을 때 우리 것보다 좋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요즘 지하철을 자주 탑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몇 가지를 도마에 올립니다. 

 

<3호선 어느 역 천장>

서울지하철 3호선은 1985년에서 2010년까지 완공됐나 봅니다. 자주 이용하는 역 천장을 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대개 천장을 쳐다볼 일은 별로 없겠지만, 가끔 올려 보십시오. 처지고 찌그러지고 때가 잔뜩 끼어 있고, 작업하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팽개쳐지고... 이게 서울지하철 천장이라니요. 금속제 천장판의 사용 가능한 기간(내구연한)은 25년 정도입니다. 아마 내구연한을 한참 넘긴 채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돈 때문인가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역 천장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말끔한 곳이 더 많지만 지저분한 꼴을 보인 곳이 참 많습니다. 수도 지하철과 연결된 한국철도 구간 역도 차마 보기 민망한 천장이 자주 보입니다.

 

서울 지하철(2) - 일그러진 모습들 [고영회]
<3호선 어느 역 천장 상태>

 

 

 


<전동 계단>
전동 계단(에스컬레이터)은 사람을 기계가 높은 곳으로 올려주니 참 편리합니다. 계단을 딛고 서서 앞을 보면 어떤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까? 쇠로 된 계단 바닥과 챌판(*)의 칠이 벗겨져 희번덕거립니다. 내 눈에 들어오니 관리자도 당연히 알았겠지요. 전동 계단이 있는 곳마다 깔끔하게 칠 돼 있는 곳이 드뭅니다. 사진에서는 특히 심한 곳이 도드라졌지만, 매끈한 챌판을 찾기 어렵습니다. 깔끔하게 칠하는 게 힘든가요, 돈 때문인가요?

 

서울 지하철(2) - 일그러진 모습들 [고영회]
<지하철 전동 계단 챌판>


<영어 방송에서 역 이름 소리>
"다음 역은 '과천', 과천역입니다", 이어 영어로 '과천'이 나옵니다. 우리말 안내에 나오는 '과천'은 영어 안내에서 나오는 '과천'이 같은 소리입니까? 한참 다른 소리입니다. 우리 외래어 표기 원칙은, 현지 소리에 가깝게 적는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과천을 보통 소리로 말하는데, 영어에서는 왜 ‘과~천!’으로 소리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인은 우리처럼 보통 소리로 ‘과천’을 소리 낼 수 없어서 그럴까요? 우리가 내는 소리와 외국인이 내는 소리가 똑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되도록 우리 소리에 가깝게 역 이름을 말해야겠습니다. 예전에 중학교 들어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방바닥 재떨이’를 영어로 해봐 하면, ‘방~바!닥, 재!떨~이’하면서 웃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위에 말한 지하철 승차장 천장과 전동 계단을 흉물스럽게 내버려둔 이유가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군요. 지하철 공사가 경영이 힘든 이유로 ‘지공거사’를 꺼냅니다. 맞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게 하는 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에게 교통비는 국가나 지자체가 현금으로 지급하십시오. 왜 어르신 복지를 공기업에 떠안깁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부당합니다. 무임승차제 때문에 지하철 환경이 나빠지는 것 싫습니다.

 

 



필자는 2010년 07월 30일 여기 자유칼럼에 ‘서울 지하철'(**)이란 글을 썼습니다. 그때 말했던 것 중 일부 고쳐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입니다. 얽힌 문제를 하나씩 고쳐, 우리다운 지하철을 만들어 서울의 자랑, 나아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자랑거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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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판: 계단에서 단(step)의 수직요소. 여닫이 문의 밑막이면에 붙여서 문짝이 발에 채이어 상하는 것을 보호하는 금속판. 계단의 디딤판 밑에 새로 막아낸 널. 장식용으로도 쓰임.
**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8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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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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