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 [김홍묵]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 [김홍묵]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
2022.03.14

나비야 청산 가자 /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 잎에서나 자고 가자
조선 영조 때 김천택(金天澤)이 엮은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 시조 ‘나비야 청산 가자’입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 청산에 살어리랏다(후략)
고려 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 앞머리 가사입니다.

청산은 어디일까, 과연 어떤 곳일까?
뭇 시인들은 선경(仙境) 선계(仙界)를 연상했습니다. 인적이 닿지 않은 심산유곡, 꽃 피고 새 우는 오염되지 않은 원시 자연, 아니면 별유천지(別有天地) 도원경(桃源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는 유토피아(utopia)나 전설의 샹그릴라(Shangri-La)일 수도 있습니다. 사는 세상이 아비규환(阿鼻叫喚)일수록 인간은 청산에 살고 싶은 간절한 꿈을 꿉니다.

# 꿀벌, 100대 작물 꽃가루받이 71% 맡아

그 청산을 가꾸고 보전하는 주인공은 나비와 꿀벌입니다. 그처럼 귀중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합니다. 적폐도 아닌데····.

 

 


꿀벌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는 수분(受粉)의 주역입니다. 전 세계 100대 작물의 71%가 꿀벌의 매개로 수분한다고 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채소 등 농작물 생장 체계가 일그러지고, 동물 세계의 먹이사슬도 왜곡됩니다. 식물은 꽃과 열매가 달리지 않아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오랑캐 땅[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으로 변합니다.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한 농가에서는 지난겨울 사료(화분떡)를 주려고 벌통을 열었다가 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벌집엔 얼어 죽은 애벌레 몇 마리만 눈에 띌 뿐 일벌도 여왕벌도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주변 양봉농가 벌통 500여 개가 같은 상황이었고, 경남 지역 18개 시·군 321개 농가 34만6,477개 벌통 중 3만8,433개(11.1%)가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습니다.

전남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양봉협회 전남지회 자체 조사 결과 826농가의 7만1,655개 벌통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지역은 충청·강원·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2만7,000여 양봉 농가의 벌통 수는 270만 개(양봉협회 2020년 12월 기준)에 이릅니다.
꿀벌이 줄어들면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영향을 미쳐 또 다른 피해 가능성이 있을까봐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 세계적 꿀벌 실종 현상, 대멸종의 전조일 수도

꿀벌 실종에 대한 경고는 10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2006년 군집(群集) 붕괴 현상(CCD·Colony Collpse Disorder) 발생 첫 보고.(미국 캘리포니아 주)
-꿀벌이 멸종하면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량의 39%이상이 사라질 것.(정철의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꿀벌이 없어지면 한 해 142만 명 사망 예상.(하버드대 연구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5년 내에 사라진다.(아인슈타인)
인류 종말을 예고하는 절체절명의 적색경보들입니다.

 

 


CCD(꿀벌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의 원인은 바이러스·농약·살충제·기상악화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진행 중입니다.
미국에선 1980년대 450만 개이던 벌집이 2008년 244만 개로 줄었고, 2014년 4월부터 1년 사이 꿀벌 42.1%가 죽었습니다. 독일에서도 1950년대 250만 개 벌집이 2014년엔 60여만 개만 남았습니다. 학자들은 꿀벌 실종이 생태계 파괴로 인한 6번째 대멸종(大滅種)의 전조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생태 파괴의 주범인 인간들끼리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고, 쥐 잡는다고 장독 다 깨고,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한강물 다 흐리는 사이 지구는 초중증(超重症)환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 것 같은 대선 후보들의 사자후와 어퍼컷·발차기 쇼에 귀와 눈길을 빼앗겨 있는 사이 지구촌은 보이지 않는 적들-바이러스·미세먼지·꿀벌 실종 미스터리-의 침공으로 나락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꾼들이 제물에 취해 단물만 빨아 먹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꽁무니를 빼면 국민이 갈구하는 청산은 언제 어디로 가서 찾을 수 있을까. 당선자에게 물어보면 알까요? 입맛이 씁쓸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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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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