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의 용기가 만든 나라 '대한민국' ㅣ문재인 정권에서 ‘완장’ 찼던 언론인들

 

[사설] 대통령이 꼽은 ‘최대 성과’ K방역

자해하듯 성과를 무너뜨렸다

 

선우정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말 5년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한 정책이 이른바 ‘K방역’이다. 이 최대 치적을 그는 지금 자해하듯 무너뜨리고 있다.

 

투표 당일 30만 확진자가 나온다는

그 황당한 소문은 현실이 됐다

선거에 참여할 590만 고령 유권자에게

오늘의 투표는 실제 전쟁이 됐다

 

주권자의 용기가 만든 나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 후 투표용지를 제출하고 있다./뉴스1

 

문 정권은 집회, 모임 등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을 통제하고 국민 움직임을 감시하고 검사와 격리를 강제했다. 기본권을 유보하면서 국민이 얻은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다. 숫자를 빼면 문재인의 K방역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재작년 2월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섰을 때 진원지로 지목된 종교 단체를 향한 대통령의 혐오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확진자가 30만명이 넘어도 그는 분노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표변한 청와대가 사실상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방역 후진국이다. 숫자가 말해준다. 지난주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OECD 38국 중 가장 많았다. 연초엔 스물셋째였다. 사망자는 아홉째가 됐다. 발병에서 사망까지 2~3주 시차를 감안하면 사망자 지표도 곧 치솟는다. 지난주 한국의 인구 대비 사망자는 일본의 1.7배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의 지표가 일본을 넘어선 적이 많지 않다. 그런데 오미크론 국면에 폭발했다. 아니 폭발시켰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에 방역 패스 중단, 역학 조사 중단, 경제활동 제한 완화, 격리 기준 완화 등 전대미문 정책으로 K방역을 무너뜨렸다. 일부러 만들어낸 위기다.

 

주권자의 용기가 만든 나라 '대한민국'
5차 코로나 대유행에 해당하는 오미크론 유행 국면에서 한국의 확진자가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 상대적 비교를 위해 한국과 방역 방식이 비슷한 일본 추이를 비교함.

 

사람들은 방역 완화를 요구한 자영업자 표를 얻으려고 저런다고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547만명이다. 유권자의 12%에 해당한다. 이 정권이라면 그럴 만하다. 다른 목적도 있다고 본다. 정부는 “치명률이 0.19%로 떨어져 독감 수준이 됐다”고 말한다. “확진자가 늘어도 안심하라”는 것이다. 숫자 놀음이다. 치명률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다. 요즘처럼 확진자가 단기간에 폭발하면 치명률은 줄어든다. 이걸 보고 어떻게 안심하는가. 중요한 건 코로나로 매일 100~200명 사망하고 있고, 사망자 중 79%가 70대 이상이란 사실이다. 이들에게 확진자 폭증과 사망자 증가는 투표를 포함한 일상을 변경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중요한 공포다. 이번 대선에서 70대 이상 유권자는 590만명이다. 전체의 13%에 이른다. 자영업자보다 많다. 걸리면 100명 중 5명이 숨지는 80대 이상 유권자가 이 중 214만명을 차지한다. 이들의 60%가 특정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여당 후보는 1월 21일 “이번 대선은 5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K방역이 무너졌다. 그때 시중에선 “확진자를 늘려 보수 성향 고령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정부가 투표 당일 사상 최대 확진자 수를 발표할 것이란 소문도 있었다. 다 사실이 됐다. 정책 조작으로 국민 1만명의 정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성공한 나라 국민은 정치의 선의(善意)를 믿는다. “선거에 이기겠다고 설마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을 벌일 수 있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문 정권은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문 프로그램까지 사용해 대선 여론을 조작했다. 대통령 친구를 시장에 앉히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해 무고한 선거 경쟁자를 수사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국정 농단’이라며 전 정권 인사를 도륙하면서 뒤에서 몰래 저지른 행동이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대선 여론 조작조차 사과한 적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같은 일을 다시 벌인다.

 

 

 

오늘을 기다린 국민이 많다. 누군가는 평등한 세상을, 누군가는 공정한 세상을 바라며 자신이 믿는 적임자에게 주권을 행사할 것이다. 어떤 이는 재정 지원을 더 받기를 기대하면서, 어떤 이는 세금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면서 투표장에 들어갈 것이다. 얼굴을 보고, 고향을 보고 선택하는 유권자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이유든, 누구를 선택하든 소중한 주권 행사다.

 

주권자의 용기가 만든 나라 '대한민국'
4차 대유행부터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상대적으로 급증했다. 5차 대유행에 해당하는 오미크론 유행부터 인구 대비 코로나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다. 비교를 위해 방역 체계가 한국과 비슷한 일본의 추이를 덧붙였다. 일본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쇄국에 가까운 방역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기다린 사람들이 있다. 문 정권에서 청와대 울산 재판, 조국 재판은 지연됐다. 대장동 수사는 중단됐다. 법원과 검찰이 정의를 미뤘다. 유동규와 김만배는 침묵하고 있고, 권순일의 일상도 그대로다. 1조원짜리 서울시 박원순의 생태계는 정상 작동하면서 수많은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윤미향과 이상직은 여전히 국회의원이고, 조민은 아직 의사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어도 부산대와 고려대의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기다려온 것일까. 특정 후보를 지지한 김어준은 지금도 세금을 먹으면서 공공 전파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미래도 오늘 결정될 것이다. 진실을 바꾸려고, 비리를 감추려고, 비루한 자리를 보전하려고, 부정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국민 세금을 더 뜯어먹으려고 버틴 사람들이다. 누구를 선택하든 오늘은 이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송재윤 교수는 어제 ‘조선칼럼’에서 대한민국의 첫 민주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라고 했다. 5·10 총선거를 통해 수립된 정부다. 공감했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시 선거는 전쟁 같았다. 선거를 파탄 내려는 좌익 폭동으로 선거 직전 나흘 동안 투표소 57곳이 공격받아 민간인 72명과 경찰 7명이 숨졌다. 그럼에도 등록 유권자의 95.5%가 투표에 동참했다.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주권자의 용기가 만든 나라다. 오늘도 그럴 것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

 


 

문재인 정권에서 ‘완장’ 찼던 언론인들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문재인 정권 들어 KBS에는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MBC에는 정상화위원회, 연합뉴스에는 혁신위원회, YTN에는 미래발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법원은 진미위의 운영규정이 위법이라는 판단을 현재 2심까지 내린 상태다. 기자들이 스스로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뒤 회사에 징계를 요구하고 회사는 그 요구대로 징계하는 모습이 언론사에 들이닥친 인민위원회를 보는 듯했다.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기자가 해고되고 징계받은 문재인 정권

공영방송은 대놓고 편향적이 돼

 

문재인 정권에서 ‘완장’ 찼던 언론인들

KBS에서는 문재인 지지 원탁회의 멤버인 김상근 이사장-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MBC에서는 최승호 사장-보도국의 실세로 나중에 사장까지 한 박성제 보도국 취재센터장 체제에서, 연합뉴스에서는 노무현재단 상임중앙위원을 지낸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조성부 사장 체제에서, YTN에서는 자사 출신 최남수 사장이 내정자라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 노조 주도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KBS에서는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가 기존 이사들을 몰아내고 진미위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진미위 위원장을 맡은 정필모 부사장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직행해 스스로 진미위 활동의 정치성을 드러냈다.

 

MBC에서는 사측 2인, 노측 2인으로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말이 사측이고 노측이지 실은 한통속이었다. 노사 공동조직이었기 때문에 위원회와 독립한 회사의 견제도 없었다. 그 결과 KBS만 해도 해고는 삼갔으나 MBC는 해고의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YTN 최남수 사장 내정자는 결국 내정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TBS 사장 재직 시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을 만든 정찬형 사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미래발전위원회 구성을 주도한 해직 기자 중 한 명인 우장균은 정찬형에 이어 사장을 했다.

 

KBS MBC YTN은 국영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사이고 공기업이 대개 그렇듯이 민노총 언론노조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직원들은 보수 정권이 잡으면 곁눈질로, 진보 정권이 잡으면 정면으로 언론노조의 눈치를 본다. 완장질이 가능한 것은 그런 구조이기 때문이다.

 

KBS MBC야 원래 그러려니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연합뉴스의 변질이다. 과거 연합뉴스는 언론사들로부터 전재료(轉載料)를 받아 운영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국영이나 다름없는 공영통신사가 됐다. 언론사들의 공유체제에서 벗어나자 연합뉴스도 주인 없는 공영방송사를 닮아갔다.

 

MBC에서는 19명이 해고됐다. 이명박 정권 때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5명보다 훨씬 많다. KBS에서는 17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명박 정권 초 불법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7명보다 훨씬 많다. 연합뉴스에서는 전례 없이 1명이 해고되고 3명이 징계를 받았다. YTN에서만 이명박 정권 때 6명이 해고됐지만 6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끝났다.

 

해고와 징계 사유는 ‘파업에 가담하지 않았다’ ‘사조직을 결성해 직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등 정상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법인카드의 경미한 오용 등 걸면 걸리는 사유도 있다. 보도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해고나 징계를 했으면 보도가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완장들이 설친 후 보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편향적이 됐다.

 

 

이들 언론사에도 상식적인 기자들이 있으니 정권이 바뀌면 자율적으로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지만 수적으로 열세여서 자정(自淨) 기능이 발휘될지 의문이다. 공영방송사 노조가 민노총에 장악된 상태에서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뀔 때 MBC 광우병 보도가 터져 나왔다. 가짜뉴스로 혹세무민하면서 나라를 뒤흔드는 보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처럼 조급하게 사태를 바로잡으려 해서는 불법파업-해직-인민위원회식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완장질의 폐해는 감사와 수사 의뢰로 도려내되 멀리 내다보고 공영언론사의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MBC 같은 제2의 공영방송은 과잉이다. 연합뉴스와 YTN은 민영화해야 한다. KBS는 보도 기능을 축소하고 단순화해 전쟁과 같은 국가비상사태 시의 보도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이들 공영언론사가 다 없어도 옳은 판단을 하는 데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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