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으로 전기료 4배 폭등한 뉴욕...“전기료 아끼려 난방 안해" The electric bill is too damn high: Here’s why and what you can do about it

 

탈원전 뉴욕, 전기료 4배 폭등

강건너 뉴저지, 원전 가동덕에 인하

 

뉴욕, 1kWh당 40센트로 치솟아

천연가스값 급등에 덩달아 올라

 

원전 가동 중인 주는 전기료 안정적

 

   미국 뉴욕 주민들은 이달 전기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전기료가 지난 12월~1월보다 최소 2배, 많게는 3~4배씩 올랐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방 1개짜리 아파트에 사는 부부 A씨는 “겨울에 아무리 많이 써도 월 200달러 정도던 전기료가 이번 달 400달러가 됐다”며 “미터기가 고장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롱아일랜드 단독주택에 사는 B씨도 “1월에 전기료를 300달러 냈는데 이달에 850달러 냈다. 다음 달엔 1000달러가 넘을 것 같다”며 “가뜩이나 인플레로 힘든데 전기료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내에 빨래 널었더니 얼어붙어”

뉴저지는 1kWh당 13센트

“원전 없애면 화석연료 의존 증가”

시민들 반대해 원전 3기 계속 가동

 

탈원전으로 전기료 4배 폭등한 뉴욕...“전기료 아끼려 난방 안해
Astoria Internet Cafe asking for donations to help with a recent Con Edison bill. Gabrielle Bienasz Reddit (이 뉴욕시의 인터넷 카페는 고객들에게 치솟는 전기 요금을 지불하기 위한 기부금을 요청하고 있다.) edited by kcontents

 

뉴욕 지역방송엔 매일같이 주부와 상인들이 나와 성토한다. “전기료 아끼려 건조기를 안 쓰고 빨래를 널었는데, 난방도 못하다보니 빨래가 얼어버렸다” “온 가족이 양말에 털신을 껴신고, 두꺼운 이불 덮고, TV도 안 본다” “인건비에 전기료까지 올라 음식 값을 안 올릴 수 없다”고 한다. 뉴욕주정부와 의회는 “전력 회사의 가격 담합을 조사하겠다” “서민 전기료를 지원하자”며 비상이 걸렸다.

 

 

 

뉴욕시의 주요 민간 전력업체 콘에디슨에 따르면 kWh당 기본 전기료가 지난 연말 최대 20센트에서 현재 40센트(480원)로 두 배 올랐다. 여기에 전기 사용량과 시간대에 따라 누진율이 적용돼 3~4배의 ‘전기료 폭탄’이 터지고 있다. 뉴욕 공공서비스국에 따르면 현재 130만 가구가 총 17억달러(2조294억원)의 전기료를 연체하고 있다.

 

전기료 급등의 직접적 이유는 뉴욕 발전원의 75%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90%나 올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며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보조금을 폐지한 데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로 세계 가스값이 크게 올랐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뉴욕의 탈(脫)원전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과 폴리티코 등은 지적한다. 뉴욕시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원자력 발전에 의존했다. 맨해튼 북쪽으로 60㎞ 떨어진 ‘인디언 포인트’ 원전 3기가 59년간 가동됐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뉴욕을 장악한 민주당과 환경단체가 지난해까지 모두 멈춰 세웠다.

 

탈원전으로 전기료 4배 폭등한 뉴욕...“전기료 아끼려 난방 안해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주민이 언론에 공개한 전기료 고지서. 지난해 12월 73달러에서 한달만인 1월 350달러로 5배 가까이 오른 모습이다. /뉴욕 데일리뉴스

 

대서양을 끼고 있는 뉴욕은 풍부한 수력·풍력·태양광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원전만큼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그 공백을 화석연료인 천연가스가 메우게 됐다. 가스 발전 탓에 뉴욕주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 2400만t에서 2021년 2850만t으로 되레 늘어났다. 뉴욕 매거진은 “탈원전과 녹색 경제는 같이 갈 수 없는 명제”라고 했다.

 

 

 

그런데 뉴욕시에서 서쪽 허드슨강을 건너 차로 10여 분 떨어진 뉴저지주는 딴판이다. 뉴저지에선 뉴욕 A씨 집보다 큰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이번 달 낸 전기료가 53달러였고, 취사·난방을 전기로만 하는 비슷한 크기의 주상복합도 200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뉴저지의 kWh당 전기료는 13센트(150원)로, 뉴욕의 3분의 1이 안 된다. 심지어 뉴저지 최대 전력업체 PSEG는 지난해 여름부터 “생산 단가를 절감했다”며 가정용 전기료를 소폭 인하했다. 미국은 주별로 발전 방식이 다르고, 같은 주 안에서도 민영 전력 공급 사업자가 여러 곳 경쟁한다.

 

탈원전으로 전기료 4배 폭등한 뉴욕...“전기료 아끼려 난방 안해
뉴저지주가 가동 중인 원전 중 하나인 라임릭 원전. 뉴저지는 연 3억달러의 원전 보조금을 통해 원전 발전에 의존,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 /엑셀론 전력사

 

뉴저지는 전력의 70%를 원전에서 공급받는다. 원래 천연가스와 원자력 비중이 반반이었는데,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맞추려 최근 가스 비중을 크게 줄였다. 뉴저지도 한때 탈원전을 검토했으나 “원전을 없애면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민 반대로 ‘호프 크릭’ 등 원전 3기를 그대로 가동했다. 뉴저지주는 올해부터 연 3억달러의 원전 산업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2018년 폐쇄한 ‘오이스터 크릭’ 원전 터에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160 원자로를 신규 건설키로 결정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본 미국의 다른 주들은 원전 수명 연장과 재가동, 소형 원전 도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대 주 캘리포니아주도 205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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