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감사합니다'? [고영회]

 

법무법인 '감사합니다'? [고영회]


법무법인 '감사합니다'?
2022.02.23

억장 터지는 판결(대법원 2017두68837 2022.01.10. 선고)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가져옵니다.


“법무법인 감사합니다는 2016. 3. 10. ’취향저격‘이라는 상표를 대리인으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출원을 하였다. 이때 변리사 자동자격이 있는 구성원인 이종수를 담당 변호사로 지정하였다.  특허청은 ’변리사가 아닌 자는 심사․심판의 대리 업무를 할 수 없고 법무법인은 변리사법에 따른 변리사가 아니므로 출원서를 제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상표등록출원을 무효로 하였다. 이에 법무법인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그리고 대법원은 변호사법 제49조 2항(법무법인의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다른 법률에 정한 자격에 의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는 그 직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 조항을 들어 변호사에게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선고하였다.“

​변리사법에는 산업재산권(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사건을 특허청과 법원에 대리할 때에는 ‘변리사’가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위 변호사법 49조 2항은 참 엉뚱합니다. 즉, 법무법인에 변리사 자격자가 있으면 법무법인이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변리사법의 규정과 변호사법 규정이 서로 부딪힙니다. 특허청은, 변리사법에 따라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변호사들은 이런 특허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끝내 대법원은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무법인에 변리사 자격자 한 사람만 있어도 변리사 업무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죠.

이 사건에서 상표출원을 대리한 곳이 ‘법무법인 감사합니다’입니다. 이런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참 특이합니다. 이런 이름으로 활동하는 법인이 있을 리 없죠. 그렇다면 이는 이 사건을 위해 급조한 법인일 겁니다.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법으로 장난하는 이름이죠. 변호사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름, 감사합니다!

 

 



□ 변리사법 21조와 변호사법 49조 2항이 충돌할 때

1961년부터 변리사법 21조에서 변리사 업무에 관한 대리는 변리사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82년에 전면 개정된 변호사법에서 엉뚱하게 다른 분야 자격사법을 건드리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변호사법을 개정하면서, 관련된 다른 법을 명시하지도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여 슬쩍 넣었습니다. 당시 이 조항으로 피해를 당하는 직역은 변리사와 세무사였을 겁니다. 변호사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슬쩍 이 조항을 넣었으니 변리사와 세무사는 알지 못한 채 넘어갔겠죠. 변호사는 이런 조항 없어도 자동 자격 받아 얼마든지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변호사단체는 가끔 꼼수를 부립니다. 2000년에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면서 부칙 조항으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제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제한하려면 변리사법에서 해야지, 엉뚱하게 민사소송법, 그것도 부칙에 슬쩍 ‘변호사 강제주의’를 넣어다가 들켜 무산됐던 적도 있습니다.

두 법이 서로 충돌하게 만든 것은 문제지만, 두 법이 충돌할 때 법원은 어느 법을 기준으로 잡아 해석해야겠습니까? 변리사 업무에 관한 일인데, 당연히 변리사법이 우선돼야 하지요. 그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판사는 이런 상식을 무시했습니다.

□ 조그만 이익 때문에 전문가제도를 흔들지 말라

​세상은 복잡해지고 세상이 발전하면서 해당 분야를 처리할 전문가제도가 생깁니다. 전문가제도는 필요해서 생긴 것이고, 전문가제도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게 자리 잡아야 합니다. 조그만 밥그릇에 집착하여 제도를 무너뜨리면 그 피해는 기업과 발명자에게 돌아갑니다. 전문가제도인데, 변호사에게 자동자격을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동으로 받은 자격으로 법무법인까지 변리사업무를 할 수 있게 확장하다니요. 자동자격의 뿌리가 참 깊고 깊습니다. 변호사법 49조 2항은 전문가제도를 망가뜨리는 조항이고, 변리사법과 충돌합니다. 변호사법 49조 2항을 변호사들 스스로 지워야 합니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헌법소송으로 가야겠는데, 모두 법관으로 채워진 곳이라, 참 힘든 길이죠. 변호사 세상에서 살아가기 참 어렵습니다.

 

 



변호사 관련 사건에서,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은, 나아가 헌법재판소까지 변호사 쪽으로 기울어진 판결을 내놓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걸까요? 어느 자리에 있을 때에 어느 출신이란 것이 작용하면 안 됩니다. 특히 공정 정의 원칙을 다루는 사법제도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변호사로 뛸 사람에게, 변호사에게 기울어지지 않는 판결을 내길 기대한다면... 꿈 깨! 일까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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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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