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 중국의 못난 팽창정책 [김충일]

 


‘골목대장’ 중국의 못난 팽창정책
2022.02.19

“미스타 킴”, “예.”
“강택민, 그 사람 무서운 사람이야.” “예?” 침묵...

김영삼 대통령은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식탁 너머 창 쪽을 바라보며 기자에게 넋두리하듯 한숨과 함께 말을 던졌다.

“우리는 7시간이면 1개 사단을 압록강 다리 건너 북한에 보낼 수 있다. 또 못 해도 일주일이면 17개 사단이 된다.”

1993년 북한 김일성의 NPT(핵확산 금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때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강택민 중국 공산당 주석이 던진 대화 내용이다. 협박에 가깝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 태평양 함대가 오려면 빨라야 일주일 걸리고 유럽에서 연합군이 한반도에 오려면 이태리에서 한 달 걸린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네는 북한 진입 즉시 전투태세가 되지만 미군, 유럽 동맹국은 두세 달 걸릴 거고 그때는 이미 게임 끝이라는 얘기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폭을 준비해서 이를 말리고 왔다고 김 전 대통령이 설명하자 강택민 주석은 오히려 협박조로 미국과 한국이 군사 행동을 일으키면 중국의 참전은 ‘자동적’일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게다가 중국 방문 전 미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일본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와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라는 대북 응징 카드를 합의하고 “중국도 동참하라”고 설득하려던 김 전 대통령의 제안도 “택도 없는 말씀”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당시 김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일본을 거쳐 중국을 순방 취재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대표였고, 그 자격으로 수행기자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김 전 대통령은 한숨 끝에 “미스타 킴, 이건 절대 오프다.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기자에게 다짐을 받았다.

기자는 이것이 중국이 보는 기본적인 한반도관이라고 생각된다. 한반도는 자기네 땅이라는 것이다. 중화(中華)주의다.

특히 중국 보수파가 득세할 경우 이 같은 인식이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등소평 등장 후 조자양 호요방까지 20년은 중국은 자체 경제개혁 작업으로 대외적으로 별 문제를 일으킬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공산당의 권력이 튼튼해지자 자연스레 팽창주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강택민, 습근평 시대가 그렇다. 중국공산당의 중국 제국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힘이 세지면 과시하고 싶어 이 사람 저 사람 툭툭 건드리고 다니게 마련이다.

2017년 중국을 방문, 습근평을 만나고 나온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는 중국의 속주(屬州)라고 하더라”고 습근평의 인식을 전했다. 트럼프의 실언으로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분명한 것은 습근평이 트럼프에게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강택민 시절에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은 이제 문화 왜곡에 이르러 K팝 드라마, 영화, 심지어 김치, 한복까지도 자기네 손아귀에 넣고 싶어 안달이다,

그렇게라도 자기 나라의 자존감 위대성을 알리겠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런 짓은 동네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다. 어디 배운 사람이 그런 마구잡이 깡패, 도둑질을 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공자의 후예요 성리학을 우리에게 전수한 ‘정신적 문화국가’가 아닌가. 좀 더 우아하고 점잖게 힘을 뽐낼 수는 없는 걸까? 그러면 우리도 예의를 갖춰 대접할 텐데...

2,200여 년 전 중국이 한반도에 한사군을 설치한 이후 수, 당, 원, 명, 청 왕조를 거치는 동안 중국군이 한반도를 유린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니 한반도를 속주 취급하려는 충동은 알겠다.

그러나 한민족은 살아남았다. 주먹으로 우리를 멸망시키지 못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했으니 제발 그 골목대장 노릇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동북아의 큰형 노릇을 하려면 말이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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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충일 

경향신문 비상임 감사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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