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파] '영끌 청약' 막 내렸다...왜

 

서울·송도·수원 줄줄이 계약포기

 

대출로 자금조달 어려워져

미계약 가구 석달새 두배로

송도자이는 84가구 미계약

 

  "수도권이라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고 믿고 작년 말에 청약을 신청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 포기해야 하나 싶습니다. 불과 2개월 만에 시장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기 이달 1만4천가구 분양

22년만에 최대물량 쏟아져

청약 미달 더 부추길 가능성

 

[부동산 시장 한파] '영끌 청약' 막 내렸다...왜
대출규제 여파로 주택 매매시장에 이어 신규 청약시장도 급랭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무순위 청약에 나선 서울 종로구 에비뉴 청계 신축 공사 현장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신혼부부 A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경기 안성에 분양한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다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최근 계약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수도권이면 어디에서든 청약에 당첨되면 이익을 보겠지 하고 '묻지 마 청약'을 한 게 문제가 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세입자를 구하기도, 향후 분양권을 전매하기도 힘들다는 답을 내놨다. 계약을 포기하면 되지만 14년간 넣어온 청약통장과 함께 향후 7년간 다른 청약 도전에도 발이 묶일 것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묻지 마 청약에 나섰다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가격 고점에 대한 인식이 분양시장으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를 잡으면 입지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와 전세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선당후곰(청약에 당첨된 뒤 고민하며 버티고 보자)' 전략으로 청약시장에 임했던 이들이 대거 낭패를 보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에비뉴 청계1 단지는 지난 3일 무순위 청약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게시했다. 지난해 5월 분양한 이 단지는 앞서 5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아직 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장안동 브이티스타일도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끝내 1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서울 지역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오는 단지는 100가구 이하의 소단지로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지만 인천과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본청약에서 수십 대 1을 기록하고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모집 가구 수의 500%, 그 외 지역에서는 300%까지 예비 당첨자를 뽑는데, 순번을 다 돌고도 계약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에서 2만4057명이 몰리며 평균 1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송도자이 더 스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총 공급물량의 35%인 530가구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했고, 예비 당첨자 대상 추가 계약까지 진행했으나 아직도 84가구가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 3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이 단지는 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줍줍'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랭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정부가 파악하는 미분양 물량도 지난해 말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1만 4094가구)보다 25.7% 증가한 1만7710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정당계약을 한 이후 계약 취소, 해지 물량이나 미분양 물량에 대해 진행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도권 등 일부 아파트 분양 무순위 청약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트에서 쇼핑하듯 무순위 물량을 쓸어 담아갔다. 줍줍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 하지만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 방안을 꺼내들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수요자들의 계약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당첨된 뒤 세입자를 구해 넣거나 6개월(비규제 지역 기준)을 버틴 뒤 분양권을 전매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했는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실상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묻지 마 청약' 흐름이 완연히 꺾일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수요자들에게는 분양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한파] '영끌 청약' 막 내렸다...왜

 

아울러 분양시장에 공급 충격도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경기 지역에는 역대 최다 분양 물량(2월 기준)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경기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16개 단지 1만4317가구(임대 제외)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역대 최다 물량이다.

 

 

이처럼 대거 물량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대선 이슈가 꼽힌다. 부동산 정책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위험을 피해 공급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에서 '똘똘한 청약' 현상이 심화하는 등 양극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결국 어느 지역에 분양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둔촌주공이나 이문1·3구역 등과 같은 핵심 지역이 분양을 앞둔 상황"이라며 "가점이 높은 수요자들 중심으로 핵심 지역이 아닌 지역을 건너뛰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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