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여성 기능공들...아직도 근무 환경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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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산재

건설 현장 여성 노동자 신옥자씨

 

여성 위한 휴게실·화장실 없는 노동환경에

건설업 고유의 야외 노동까지

 

   건설 현장에서 형틀 목수는 못을 담은 주머니를 차고 망치를 들고 다닌다. 콘크리트를 부으려면 건물 뼈대에 폼을 이어붙여 거푸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폼을 이어가며 붙이는 게 형틀 목수의 일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유로폼(합판에 철제 틀이 붙음), 알폼(알루미늄이 붙음), 갱폼(철로 만들어짐)의 순서로 무겁다. 타워크레인이 이런 폼을 현장에 옮겨놓으면 목수들이 폼을 들고 이어붙인다. 목수 대부분은 중장년 남성이다.

 

건설 현장의 여성 기능공들...아직도 근무 환경 열악
건설노동자 신옥자씨가 2022년 6월13일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힘들고 무겁고 지저분하고 위험하죠”

보기 드문 여성 형틀 목수인 신옥자(50)씨는 40살이 넘어 형틀 목수가 됐다. 형틀 목수는 건설 현장 초보자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면을 보고 건축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건설일 가운데도 힘든 축에 든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기능공이 되고 급여도 올라간다. 신씨는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서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에서 형틀 목공 훈련을 받았다. 현재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작업을 한다. 이 현장에 온 지 1년이 돼간다.

 

 

 

“힘들고 무겁고 지저분하고 위험하죠.” 형틀 목수의 일을 물으니 거침없는 답이 돌아온다. “폼이 기본적으로 무겁고 파이프가 4m나 돼요. 오비끼(나무 자재) 자체가 무겁죠. 폼에 기름이 많고 폼 자체가 지저분해요.”

 

콘크리트가 묻어나지 말라고 기름칠한 폼은 19.5㎏짜리가 많다. 신씨는 직접 이 폼을 들고 나른다. 폼과 폼을 연결할 때는 핀으로 조립하거나 망치질한다. 폼이 무거워서 힘들고, 내가 한 실수가 아니어도 내가 다칠 수 있어서 위험하다. 족장(아시바)을 오르내려야 할 때도 있고, 자재를 위로 전달하고 전달받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자칫 자재를 놓쳐 자재가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위치를 잘못 잡아도 내가 다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슬래브 위에서 떨어진 적도 있어요. 발판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치기도 하고, 위에서 물건이 떨어져 어깨에 맞기도 하고.” 규격화돼 나온 폼으로 이어지지 않는 공간이 생기면 목재를 잘라 망치질, 못질을 하면서 그 공간을 채운다. “나무 자를 때도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신씨가 족장을 딛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폼을 이어붙일 때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다른 눈들이 아슬아슬하다. 마땅치 않아하는 눈빛도 많다.

 

신씨는 이 현장에서 일하는 팀원 27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여성 형틀 목수는 적다. 적지만 있다. 형틀 목공만이 아니라 철근 미장, 설비, 전기, 신호수, 타일 등 건설 현장의 모든 공정에 여성이 있다.

 

층 높아지면 화장실 다녀오는 데 30분

“여성들은 휴식 시간에 쉴 데가 없어요. 저는 우리 팀에서 컨테이너에 칸막이를 해줘서 잠깐이라도 혼자 누울 수 있어요.”

 

수십 개 하청업체와 그 아래 수백 개 팀이 들어오고 나가는 건설 현장에서 여성 팀원이 쉴 곳을 마련하는 팀이나 업체가 아직은 거의 없다. “여성 노동자들은 구석에 쉴 곳을 찾거나 남성들 휴게실을 같이 써야 해요.” 드물지만 여성휴게실이 있는 곳도 점차 생기고 있다.

 

 

 

“화장실 가는 건 정말 힘들어요. 층이 높아지면 다녀오는 시간이 30분은 걸리니까 눈치가 보여요. 점심시간이나 참 먹는 시간에 가려 해도 멀죠.” 넓은 공사 현장에서 물이 내려가고 손을 씻을 수 있는 화장실까지 가려면 왕복 30분. 작업 속도가 있는데 혼자 자리를 뜨는 일은 어렵다. 팀원들이 이해해주는 편인데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대충 뒤돌아서 용변을 처리한다. “여름에는 땀으로 나가서 그나마 (화장실을) 적게 가요.” 다른 여름 노동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소금 섭취하라 주고, 물 많이 마시고 그늘에서 쉬라 하죠.”

 

2021년 여름 건설노조가 찍은 사진을 보니, 대형 공사장 한가운데 좁은 그늘막 아래 건설노동자가 오밀조밀 모였고, 현장의 얼음보관소 앞에는 플라스틱 보랭통을 든 노동자들이 배급받는 양 줄지어 서 있다. 기온이 30℃ 넘어가는 여름날, 아스팔트나 건설 현장의 온도계는 38℃를 가리킨다. 한여름에 마스크·작업복·안전모·안전화를 온몸에 두른 채 철근을 나르고 망치질할 때의 더위는, 국어사전이 풀이하는 명사 ‘더위’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현장의 온도는 실감이 안 나요. 헉헉 숨이 차요. 숨이 막히죠.”

 

2022년 5월 말, 고용노동부는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와 ‘사업장 자율점검표’를 발표했다. 건설노조가 2021년 여름 건설노동자 1453명에게 물어본 조사 결과를 보면, 체감온도가 35℃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에 작업을 중지하라고 정부가 안내했는데도 ‘일을 계속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76.2%였다. 정부는 2022년에도 같은 자료를 배포했다. 2022년 여름의 폭염에도 실내가 아닌 곳에서,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과 그늘, 휴식을 제공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는 힘이 있을까. “더위 먹고 힘들어하면 안 돼요. 요령껏 해야 해요.” 요령껏. 신씨의 이 말을 폭염 속에서 일할 모든 노동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아저씨는 뭐 해요?” 질문, 걱정, 지적, 감탄

날씨 이야기에서 다시 현장 이야기로 돌아왔다. “힘들죠. 버거울 때는 있어요. 그래도 현장 닫는 일요일만 빼고 일주일 만근이에요.” 건설 현장에서 여성 형틀 목수로 일한다는 것은 남성 노동자들이 던지는 많은 말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저씨는 뭐 해요?” 처음 본 공사장 노동자들은 신씨 ‘아저씨’(남편)를 궁금해한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여러 종류의 걱정, 지적, 감탄이 이어진다.

 

 

 

“내가 모르는 100명이 나를 알아요. 내가 높이 올라가서 폼을 붙이고 있으면 ‘남자들은 뭐 하냐’고 우리 팀을 찾고, 망치를 들고만 있어도 ‘대단하시네’ 소리를 들어야 하죠.” 화낸 적은 없다. 아, 전에 일했던 현장에서 현장 소장이 ‘아줌마’라고 불러서 화낸 적이 있다. 소장은 이후 남성 노동자들처럼 ‘신옥자’ 형틀 목수, 이름을 불렀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건 자부심이 느껴진다. 한장 한장 이어진 폼을 볼 때 뿌듯하다. “일이 좋아요. 보람차요.” 신씨는 건설일 이전에 다른 일을 했다.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했다. 그런데 형틀 목수처럼 재미있는 일은 처음이다. 무언가를 건설하는 일, 없던 것을 솟아나게 하는 일, 이렇게 재미난 일을 그동안 남자만 해왔단 말인가. “살아남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건설 현장에서 여성도 같이 일할 수 있게 노동환경도, 동료들의 시선도 조금씩 바뀌면 좋지 아니한가.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한겨레

 

건설현장 여성 느는데… 여성 화장실 없어 VIDEO:トガノ建設 かがやく女性の力☆☆建設現場へGO!/ 건설기술인 10명중 8명이 40대 이상 고령화 가속...여성 10% 비중

 

건설 현장의 여성 기능공들...아직도 근무 환경 열악

 

https://conpaper.tistory.com/78481

 

 

송도 삼성바이오 건설현장 실태

“수치심 유발하는 간이 화장실, 女노동자들 방광염 앓아”

 

    “인권경영 평가점수 24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성하라”

“수치심을 유발하는 간이 화장실, 노동자의 인권 제도적으로 보장하라”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는 16일 오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G타워 앞에 앞에 모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 현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장 노동자 약 5300여명 중 1432명이 참가한 SBL의 인권경영은 낙제점이었다. 100점 만점에 평균 24점이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설현장 인권문제 해결촉구 기자회견 (사진=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제공)

 

실제로 SBL 4공장 건설현장에는 5300명이 근무하지만 700여 개의 의자만 제공되고 있다는 것.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현장 주변 아스팔트 위에 쓰러지듯 누운 노동자들의 모습이 SBL의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독일 기준에 따르면 SBL 4공장 건설현장의 화장실은 남성용이 32.3% 여성용이 46.9%에 불과했다. “현장 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이 방광염을 앓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노조는 “부족한 화장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추가된 간이화장실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하는 실내 공간 안에 소변기를 설치하면서 외부에서 이용자의 행동이 모두 보일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다. 심지어 천장이 없고 가벽이 낮아 렌탈(고소작업대)를 타고 올라가면 소변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4공장 건설현장 식당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120m가 넘게 줄을 서는 식당은 밥이 부족하기 일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시킨다. 하청회사들은 식당에서 소모되는 시간 때문에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고 근무시간을 1시간 늘였다. 노동자들은 이유 없이 1시간 현장에 채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는 주차시설도 마찬가지다. “주차장의 입구가 한 곳 뿐이라 퇴근 시간에는 1시간 가까이 주차장에서 정체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고 노동자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주차장 출구 쪽에 주차하는 경쟁을 벌이게 되고 그만큼 삶의 질은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수시로 발생하는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짚었다. “지난 5월에는 2022년에만 4번이나 임금이 지연된 것에 항의하는 대성기공 소속의 노동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사장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상습 체불을 일으켰던 대성기공이 사장은 최저가로 입찰한 상황에서 설계 변경, 자재값 인상 등으로 적자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수차례 대출을 받았지만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자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간 도급업체인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의 도급비를 인상함으로써 임금이 지급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노동자들의 상습적 임금체불, 법정 제수당의 미지급, 장시간 노동 등 노동인권의 침해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진정으로 인권경영을 한다면, 지금 당장 협력업체의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SBL 현장의 노동인권 실태는 단지 SBL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휴게실과 화장실에 대한 설치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20억 미만 공사는 휴게실 설치의무를 제외하고, 최소 설치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의 휴게시설 방치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1인당 휴게실 면적기준과 화장실의 설치 기준을 명확히 하여 SBL과 같이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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