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안 맞으면 취업 안 되는 경우도 있나요?”

 

“접종 필수직종 아니면, ‘미접종’을 정당한 해고 사유로 보기 어려워”

 

접종 완료율 높아지면서 미접종 불이익 우려↑
중기 인사담당자 43% “신입사원 접종 여부 확인”

 

   “코로나19 백신을 안 맞으면 취업 안 되는 경우도 있나요?”, “미접종자는 취업도 불이익이 있는 듯하네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아지면서 백신 접종 여부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크게 ‘접종자만 채용하는 건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의견과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의견으로 양분된다. 법조계에선 채용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접종을 사유로 합격을 취소하거나 해고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채용 조건으로 접종 확인’은 문제없어
합격시킨 후 미접종 이유로 채용 취소는 문제

미접종에 따른 해고는 과한 징계로 판단될 듯”

 


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76.1%로 집계됐다. 18세 이상 인구만 대상으로 하면, 10명 중 9명 가량(88.5%)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높아지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미접종을 이유로 면접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백신 주사 안 맞았다고 입사 취소됐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회사에서 전화로 백신 맞았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안 맞았고 부작용이 무서워서 앞으로도 맞을 생각 없다고 했더니, 미안하지만 그러면 입사가 불가능하고 얘기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8월 중소기업 인사·채용 담당자 297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백신 접종 여부 확인’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3.1%가 ‘신규 입사자 대상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접종 필수직종 아니면, ‘미접종’을 정당한 해고 사유로 보기 어려워”
변호사들은 회사가 채용 조건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미접종을 사유로 해고하거나 합격 취소를 하는 건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현재로선 백신 미접종을 해고에 대한 정당한 이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법 전문 김일년 변호사(법률사무소 인덕)는 “해고를 하려면 도저히 이 근로자와 고용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물론 소송을 붙어봐야 알겠지만, 백신 접종을 안 한다는 게 그 정도 사유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사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결정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하겠다고 하면, (해고가) 정당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만약 (채용) 합격을 시켜놓고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를 한다면, 그 자체로 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은 구인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채용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만약 취업규칙에 회사가 백신 접종을 요구할 만한 내용이 있더라도, 미접종이 해고 사유로까지 인정될지에 대해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의료인과 같이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종을 제외하고는 미접종에 대한 징계로 해고 처분을 내리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의료인 등은 백신 접종을 안 할 경우 강한 징계인 해고가 가능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외에 일반 직종이라면 해고까지 가는 건 징계가 너무 과해서 아마 부당하다로 (판단) 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한 변호사는 “그런 취업규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다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예를 들어 취업규칙에 ‘품위유지의무’와 같은 걸 기재해 ‘부정행위를 한 사람은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건 최근에는 기업에 따라서 넣을 수도 있는 건데, 미접종은 그 자체로 부정행위라고 하기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채용조건으로 삼는 건 위법 아니야”

다만 변호사들은 회사가 채용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내세우는 건 법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 지원을 하라는 것은 문제가 안 될 것 같다”면서 “보통 용모나 키, 출신, 부모님 재산과 같은 걸 물어보지 못할 뿐이지, (백신 접종) 조건을 건다고 해서 그게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근로자 모집·채용 시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나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과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백신 접종이 이 조건에 포함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백신 접종 여부가 신체적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용모나 키, 체중 등은 사회 통념상 이를 (채용 조건으로) 제시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런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해서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공감대는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변호사도 “채용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내세우는 것 자체는 괜찮을 것 같다”면서 “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을 수도 있는 문제라서,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백신 접종자들만 접촉하기 원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모집 요건에 내세우겠다’라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미접종자가 ‘접종’ 거짓말해서 합격한 경우엔 취소 가능”
만약 회사가 사전에 채용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고지했는데, 미접종자가 거짓말을 하고 입사했을 경우에는 합격 취소가 가능할까. 한 변호사는 “대학 졸업자로 모집했는데 대학 졸업이 거짓말이었다고 하면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자체가 조건이었으니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도 “(백신 접종을 요건으로 적시해놓았다면) 채용 취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기업이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등의 행위가 차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에 근거해 위법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미접종에 따른 불이익이 차별인지는 차별금지법, 고용관계법상의 차별금지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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