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서울 아파트 팔지도 사지도 못해...왜

 

"돈줄 막혀 팔지도 사지도 못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 4분의 1토막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거래량이 연초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들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자는 높은 호가와 금융 규제로, 매도자는 양도소득세 등 높은 거래비용으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량 감소는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켜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장 추이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규제 무풍지대인 오피스텔 거래량은 크게 늘었는데 정부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왜곡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월 거래 하루 평균 40건 불과

1월 대비 78% 급감 '거래절벽'

강남보다 노도강 감소폭 더 커

 

어쩌나!..서울 아파트 팔지도 사지도 못해...왜
17일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200건으로 하루 평균 40건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하루 평균 거래량은 1월에는 187건이었지만 9월 89.9건, 10월 74.5건, 11월 39.2건 등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특히 중구와 강북구만 따지면 11월에 체결된 거래가 각각 14건, 16건으로 자치구 전체에서 하루에 한 건도 아파트가 거래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이유는 정부의 취득세·양도세·보유세 등 전방위적인 세금 중과 방침과 맞물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8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9월 말 추석 이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현재는 사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팔기가 더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수자 입장에서는 최근 호가가 너무 오른 데다 대출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진입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4월 '가계대출 총량제'를 도입하고 각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최대 6%가 넘지 않게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려 대출을 옥조였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부동산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차주단위 DSR 40%(은행 기준)를 적용한다. 내년이 되기 전에 이미 적용을 시작한 은행도 있다.

 

매도자들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호가가 높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상급지로 이동하려면 신고가로 팔지 않고서는 어렵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30평대 기준으로 양도세·취득세·복비 등 거래비용이 최소 1억원을 넘어가니 호가를 내릴 수도 없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을 조이니 현재 집을 최대한 비싸게 팔지 않고선 갈아타기가 불가능하다"며 "배짱 호가라기보다는 가격을 내릴 경우 거래비용을 떼고 나면 수평 이동도 불가능하니 소수 급매 말고는 호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규제가 투기 수요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의 발목까지 잡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 절벽은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보다 노원구와 도봉구 등 중저가 밀집 지역이 더욱 심했다. 올해 1월 강남 3구 일평균 거래량은 27.9건이고 11월은 이보다 76.9% 줄어든 6.4건을 기록했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같은 기간 31.2건에서 4.3건으로 86.2% 감소해 감소폭이 강남 3구보다 9.3%포인트 높았다. 서울 25개구 중 노원구 감소폭이 87.9%로 가장 컸고 이어 강북구(85.2%), 도봉구(83%) 순이었다.

 

어쩌나!..서울 아파트 팔지도 사지도 못해...왜

금융 규제가 아파트 실수요를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오피스텔 같은 대체 상품은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1~10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5만9022건으로 지난해 동기간(3만5311건)보다 6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19.3% 감소했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업무시설'로 분류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고 특히 대출 한도가 70%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는 걸 보면 실수요가 죽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아파트로만 수요가 몰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실수요자의 의사 결정에 혼선을 주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거대 양당 후보 모두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완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공시가격 속도 조절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향배를 확인한 뒤 실제 거래에 나서겠다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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