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렇게 갑자기 긴급하게 해야됩니까.”...월성 조기 폐쇄 그날의 진실


[단독] 반대하자 의장까지 바꿨다, 월성 조기 폐쇄 그날의 진실


“오늘 이렇게 갑자기 긴급하게 해야됩니까.”

2018년 6월 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 전날에서야 이사회 소집 소식을 들은 한국수력원자력 이사 12명이 회의실에 속속 등장했다. 테이블엔 ‘의안번호 27호, 월성1호기 운영계획(안)’이라는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날 한수원 측은 이사회를 소집해 “이용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월성 1호기를 계속가동 해도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1시간 20분간 이뤄진 이날 회의는 짜맞춘듯 흘러갔다. 회계법인이 내놓은 경제성 평가 자료를 확인한 이사들은 별 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13명 이사 중 12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1명만 반대표를 행사했고 11명은 찬성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안이 가결됐다. 한수원 내부 관계자는 “6월엔 이미 산업부와 한수원 내부에 경제성 평가가 수차례 고쳐졌다는 얘기가 돌던 시점”이라고 했다. 특히 한수원 직원들의 경우 원전 폐쇄가 일자리 사수와 연결된 문제기 때문에 노조를 중심으로 경영진에 대한 저항도 심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한수원 측이 조기 폐쇄에 반대하는 조성진 교수를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고 의장에서 교체하는 등 이사회 회의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날 이사회 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이사로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때부터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날 회의는 긴급하게 소집됐다. 본래 회의에 앞서 사무국장이 그 전 이사회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지만 “긴급하게 회의가 잡혀 회의록에 대한 이사님들의 사전 확인을 거치지 못했다”며 이 절차를 생략할 정도였다. 이사 일부는 전날에서야 회의 개최를 연락 받았다고 한다.

 

 


이날 이모 의장은 회계법인이 진행한 경제성 평가 결과를 언급하며 조기 폐쇄 안을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회계법인 보고서에 쓰인 ‘최근 3년간 월성1호기 평균 이용률 57%’ 등의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연유 등을 질문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렇게 갑자기 긴급하게 해야되는지”를 재차 물었다.

이를 두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수원 간부들은 감사원 조사 등에서 "6월 7일 회의가 끝나고 이사진에게 경제성 평가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하게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사진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6월 7일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된 적이 없다. 조 교수는 회의가 시작하기 전 도착해 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돌아갈때까지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한수원 측은 조 교수가 돌아간 후 나머지 이사들을 상대로 경제성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의 내부 관계자는 “결과를 정해놓고 이사진을 거수기로 세웠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이사진이 경제성 평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끔 사전 작업이 이뤄졌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6일 검찰 관계자들이 한수원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오는 모습

한수원은 6월 15일 본래 직전 회의 의장이던 조 교수를 긴급하게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조 교수는 이전 회의인 6월 7일 의장직을 맡았다. 전임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연스레 선임자이던 조 교수가 의장직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6월 15일 회의에선 의장이 이모씨로 바뀌었다. 한수원 측은 “조 교수는 임시의장이었고 기재부에서 이씨를 정식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 이사회 정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다만 의사회 의장 부재시 의장은 비상임이사중 선임자, 연장자의 순으로 그 직무를 맡는다”고 규정 돼 있다.

그러나 한수원 관계자들은 이례적인 의장 선임 경우라고 이야기 한다. 이전엔 의장 부재시 임시의장이 의장직을 수행하고 그 사람이 결국 이어받는 경우가 많았단 것이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조 교수는 곧바로 사퇴했다. 한수원 내부에선 조 교수가 아예 안건을 부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방법을 썼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수원 관계자는 “산업부와 한수원 측에서 미리 합을 마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긴급한 의사회 소집과 의장 교체, 이의제기 없는 조기 폐쇄 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김아사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2020/11/17/QX3AQJJMQVFRLG4SWC6SW6KX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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