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의 성공적인 건립을 기대하며...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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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의 성공적인 건립을 기대하며...

2016.06.27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주관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 본원이 우여곡절 끝에 6월 30일 대전의 도심형 사이언스파크(Science Park)인 엑스포 과학공원 내에 건립 기공식을 갖습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할 이 연구원 건물은 사업 출범 7년 만에야 착공돼 5년 후인 2021년 완공됩니다. 건립 규모는 건설부지 26만㎡에 1조 6,66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들에게 낯설은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사업은 무엇이며, 그의 주관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2008년 MB 정부 시절에 시작된 이 사업에서 ‘과학벨트’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조성되는 신개념의 국가 성장거점을 일컫는 말입니다(www.isbb.or.kr).

과학벨트 사업은 2008년 10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이 조직되어 2009년 1월 13일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2010년 12월 8일 과학벨트 특별법이 국회 통과 후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사업의 3대 정책과제로는 ‘거점지구 조성’, ‘기초연구 환경 구축’, ‘과학기반 비즈니스 환경 구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 목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창조적 지식과 미래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차세대 연구 리더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거점을 마련하여 연구자들이 안정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수 이공계 인력을 위한 고급 일자리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를 두뇌 유출국에서 두뇌 유입국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목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www.ibs.re.kr).

정부는 과학벨트 사업을 통해 세계 1% 수준의 과학자 500명과 중이온가속기 이용자 그룹 1,000명을 유치해 2030년까지 ‘기초과학연구원’을 세계 10대 연구기관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과학허브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볼 때, ‘기초과학연구원’이 2030년까지 세계 10대 연구기관 반열에 오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목표로 판단됩니다. 과학벨트가 국가사업이 아닌 지역 사업으로 인식되어 추진되는 한, 과학벨트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랜드 마크로 자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48년에 설립되어 3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는 기초과학의 산실로 ‘노벨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합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의 16개 주에 고르게 분산 배치되어 있으며, 연구소를 설립한 다음 연구자를 찾는 우리나라와 달리 연구자들을 모아 그들의 의견을 토대로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합니다.

1917년에 설립된 일본의 정부 지원 기초과학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지금까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21명의 절반에 가까운 9명을 배출함으로써 ‘노벨상의 산실’로 불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을 순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초과학 전담 연구기관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벨 과학상은 올림픽 금메달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실례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상자는 1972년에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중국의 투 유유(85세) 여사와 1979년에 기생충 감염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인 ‘아버멕틴(Avermectin)’을 개발한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80세)와 미국의 윌리엄 캠벨(85세)입니다. 그들은 연구 결과를 낸 후 44년과 37년이나 지나 80세가 넘어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지금 우리는 연구단을 만들면서 몇 년 후에 바로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과학계도 단기적인 양적 성과의 평가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 성과에 대한 질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 1% 수준의 과학자 유치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40년이 넘게 연구에 집중해온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원에서 국제경쟁력을 지닌 연구자를 발굴해 지원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계와 국회가 정치적 기회주의나 지역이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언론계는 과학벨트나 기초과학연구원이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국가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의 역할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바르게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주체인 과학계는 칸막이 연구 관행을 털어버리고, 10년, 20년 후의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위상을 바르게 정립해야 합니다. 과학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R&D 예산이 산업체로 흘러들어가 거점지역에 유치기업들이 늘어나야만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하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합니다.  

과학벨트 사업이 범국가적 사업으로 제대로 추진되고, 기초과학원의 역할과 위상이 하루빨리 정착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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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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