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균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문가,"크랙(균열)은 건물 구조체의 처짐현상"
지하3층 주차장 균열 보수 전경
원성윤
이번 취재는 한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에 바닥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에 몇 칸 돼 보이지 않아 '이 정도' 균열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화를 걸었다.
"대략 몇 칸 정도 균열이 가 있던가요? 3~4칸짜리면 작은 균열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30칸 이상이 금이 가 있었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월드타워(2016년 완공)와 롯데월드몰(엔터테인먼트동)로 이뤄져 있다. 크게 2개의 건물이지만 밑에 지하주차장은 연결돼 있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은 제2롯데월드 지하 3층을 가보니 역시나 균열이 좀 가 있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설마 다른 층도 이럴까?'
지하 4층을 내려갔다. 기자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하 3층의 균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길고도 넓게 균열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균열은 200~300m가량 펼쳐져 있었다. 축구장 넓이만 한 공간의 주차장에 균열이 가 있었다.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10월에 겨우 '임시개장' 허가를 받아 운영을 시작한 곳이 불과 개장 2개월 만에 이 같은 균열이 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하 2층, 3층, 4층, 5층, 6층 모든 층에 걸쳐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롯데 측에서는 이번 주차장 균열 현상이 마감재인 '몰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시멘트가 마르는 과정에서 어느 건물이나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건축시공학회, 제2롯데월드 주차장 균열 기자회견'에서 한천구 청주대 교수가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콘크리트 균열조사, 보수 및 결과에 대한 검증 자문을 맡은 한국건축시공학회는 제2롯데월드 주차장 균열과 관련,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와 관계없는 균열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서울시와 서울시 자문단이 지하주차장에 손바닥만 한 지름의 구멍 19개를 뚫었다. 25cm 높이의 원기둥 중 표면 마감재인 3mm 부위에만 균열이 보이고 실제 바닥 콘크리트에는 균열이 없어 건물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라는 게 자문단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점검은 근본적인 의문에 해결을 가져다 주지못한다. 제2롯데월드의 '구조체'와 '지반'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균열 부위를 코어링(원기둥 모양으로 사료 파내기)한 것만으로는 제2롯데월드의 이번 균열이 어떤지, 입체적인 분석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우리 몸으로 따지자면, 위나 장에 문제가 생겼는데 얼굴에 난 여드름을 보니 '사춘기 때는 그럴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꼴이다.
특히 제2롯데월드의 검증 자문을 맡은 한국건축시공학회는 단 하루만의 '코어링' 조사로 이번에 제기된 문제를 일축해버렸다.
롯데건설과 한국건축시공학회의 이상한 관계
지난 12월 30일 취재 당시, 롯데 측의 '안내'는 기자를 의아하게 했다. 기자가 지하주차장의 균열에 대해 질문하자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 문제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분인 한국시공학회장님 전화번호를 드릴 테니 한번 말씀을 들어보시겠어요?"라는 것이었다.
언뜻 들었을 때는 취재기자의 편의를 돕겠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롯데 측이 안내하는 교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쓰라는 얘기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 측에 자문하고 있는 한국건축시공학회가 오늘(2일) 롯데 소유인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이것이 롯데건설의 반박인지, 대표성 있는 학회의 진단조사 결과인지 선뜻 구별해내기 어렵다. 물론, 후자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건설은 이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 학계의 입을 빌려 안정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형식이다. 이 방식이 훨씬 효과적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건축 및 토목 관련 학회들은 현재 제2롯데월드 문제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한국건축시공학회장인 한천구 교수는 콘크리트 등 건축 '재료'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건축 '구조' 전문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콘크리트 재료와 건조수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건축 구조의 문제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안형준 교수 "이번 균열, 건조수축균열과 상관 없어"
이번 균열이 롯데건설과 한국건축시공학회에서 주장하는 '건조수축균열'과는 상관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건조수축은 콘크리트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햇볕도 없는 지하주차장의 마감재에 금이 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에 나타난 전체적으로 나타난 크랙(균열)은 건물 구조체 처짐"이라고 확신했다. 즉, 제2롯데월드의 구조물에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균열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하부는 어떤지 뜯어봐야 알 수 있다"며 "중앙부와 상하부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 2~6층까지 주차장 전면부에 걸쳐 이런 균열이 나타났다. 에폭시로 땜질을하면 "아무 문제 없다"라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차량이 지나다니고 계속해서 이용해야 하는 주차장에 끊임없이 땜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6년 상층부가 개장하고 난 뒤 하중이 밑으로 더 가해질 경우 하부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밀안전진단'을 해야 한다. 식당가 균열, 아쿠아리움 균열, 석촌호수 침하 문제 그리고 이번 지하주차장 균열까지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이다. 하나의 문제를 하나의 원인으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 해석은 곤란하다.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구조체의 문제를 비롯해 롯데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주변 지반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제 서울시가 답할 차례다. 롯데건설과 한국건축시공학회의 주장만을 믿고 "문제없음"으로 발표하고 넘어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다. 건축, 토목, 지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진단해야 할 시점이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제기하는 보도들이 과도하게 느껴지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의혹을 깔끔하게 해소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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