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송전망...왜 8차선 중 4차선만 쓰게 했을까...손봐야
"발전소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8차선 중 4차선만 쓰도록 허용하는 송전망 규정 손봐야"
업계·학계서 목소리 커져
동해안 송전선 문제 시 수도권 대규모 정전 방지방안 필요
ESS와 같은 기술적 대안 유효
전국적으로 송배전망 건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틀을 깨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조 원을 들여 지은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기업들이 파산 위험에 처한 상황을 그대로 뒀다가는 그 피해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민간 발전사들 "전기 보낼 전력망 없어 파산 위기"...송배전망 구축 스톱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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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업계에서는 현재 송전망의 절반만 쓰도록 하는 규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는 지난 2011년 9월 일어난 ‘블랙아웃(순환 정전)’ 등을 거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로 용량의 절반만 쓰도록 기준을 강화했는데 이제는 풀 때가 됐다는 것이다. 마치 8차선 도로를 닦아놓고 4차선만 차가 다니도록 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을 받는 규제다.
이런 기준 때문에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 용량이 지금도 22GW(기가와트)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11GW만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전 8기의 규모가 8.7GW에 이르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소는 2.3GW 정도만 돌릴 수 있다. 지난 20년 사이 선로에 문제가 생긴 일은 2~3회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산불 등의 사고였던 현실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산불이 잦은 봄철을 제외하면 지금 규정은 과도하다”며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송전선을 놀리는 건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다만 ‘대정전이 터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주장이 있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쉽게 고시를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수도권에 대규모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치해 기준을 완화한 뒤 송전선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동해안에서 오는 송전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도권의 대규모 정전을 막을 수 있도록 ESS와 같은 기술적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파산 위기에 처한 민간 발전사들의 경영난과 앞으로 전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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