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총장의 수상한 '세컨드폰'...정치인과 비선 소통 증거
선관위의 감사 거절 행위는 국가반역죄
(편집자주)
2022년 대선·지방선거 前 개통
퇴직 후에도 선관위가 요금 내줘
與, 선관위 특별감사관법 발의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익명으로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선관위의 실무 총책임자가 선거 관리의 대상인 정치인들과 비선(祕線)으로 소통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선관위 예산으로 개통한 이 ‘세컨드폰’을 퇴직하면서 들고 나갔고, 전화 요금은 계속 선관위가 냈다. 이후 감사원에 이 전화가 적발되자 김 전 총장은 데이터를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든 뒤 제출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총장이 어느 정치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비선 소통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관위의 공정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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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김 전 총장 아들의 특혜 채용 등 선관위 인사 비리를 감찰하는 과정에서 세컨드폰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지난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선관위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으나,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감사원 감찰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28일 특검에 준하는 특별감사관을 임명해 선관위를 한시적으로 감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감사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와 선관위 사무총장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前 사무총장 세컨드폰 적발되자 데이터 지우고 반납
감사원이 지난 27일 공개한 선관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2022년 1월 중앙선관위 정보정책과장 A씨를 불러 ‘관사에서 사용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A과장은 계약 담당 부서에는 알리지 않은 채 정보정책과 예산으로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해 김 전 총장에게 건넸다. 이 전화는 개인 명의가 아닌 ‘선관위 업무폰’이어서 통신 기록만으로는 김 전 총장이 사용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2023년 6월부터 선관위를 감사하다가 이 ‘세컨드폰’의 존재를 알게 됐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3월 퇴직하면서도 휴대전화를 챙겨 간 상태였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고, 김 전 총장은 2023년 11월 중앙선관위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그러나 ‘공장 초기화’ 등을 통해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된 상태였다. 감사원은 포렌식을 통해서도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총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A과장이 자발적으로 가져다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업무적으로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정치인들과 연락하는 세컨드폰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치인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선 “각양각색인데, 그 부분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휴대전화를 퇴직하면서까지 가져간 데 대해선 “직원들이 알아서 관사에 있던 짐을 꾸려줘서 쓸려 들어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김 전 총장 관사 짐을 싸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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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또 선관위가 김 전 총장에게 휴대전화 반납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해당 휴대전화 요금을 계속 대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의 통화·문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해, 이 건과 관련해서는 관용 물품 무단 반출 혐의만을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국회가 선거법이나 선관위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하므로, 사무총장은 대(對)국회 업무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의 연락을 본인 명의 전화가 아닌 익명 전화로 하고, 그 내용도 남기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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