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K-브레인 유출] 선진국의 인재육성 비결
노벨상부터 볼보·에릭슨까지…기술강국 스웨덴,
연구자 정년 67세 보장, 육아휴직 등 제도 뒷받침도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우리나라 국토면적 5배, 인구 5분의 1인 스웨덴은 북유럽 강대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0만명에 불과하지만 과거부터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등 기초과학을 중시해온 덕에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이 막강하다. 특히 이공계 인재 특화 교육 제도와 자율성 높은 연구환경이 '기술강국 스웨덴'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임장권 스웨덴국영연구소(RISE) 수석연구과학자는 "스웨덴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의무적으로 1년간 직업 경험 교육을 받는다"며 "대학생은 1년간 의학·공학 계열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스웨덴은 기초과학·응용기술 강국이다. 알프레드 노벨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기초연구'에 노벨상을 시상한다. 스웨덴 노벨상 수상자는 34명이다. 또 기술 기반에서 태동한 기업이 자동차 기업 볼보(Volvo), 통신장비 제조기업 에릭슨(Ericsson), 에너지기업 ABB 등이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도 영국-스웨덴 합작기업이다. 조선·철광·정밀기계 등 기술력도 강하다.
임장권 수석은 "스웨덴 교육 커리큘럼은 대부분 실험 기반"이라며 "공대 학생은 기본적으로 코딩을 하고, 반도체 교육도 웨이퍼를 활용하는 등 현장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 기초과학을 제외하면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은 산업체가 중심이 된다"며 "대학-연구소-산업체가 협의해 현장형 인재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대학과 산업에서 키워야 할 인재가 미스매치(불일치)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교육 단계부터 들어오는 '반도체 계약학과(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계)' 같은 제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 전문가들이 대학에 가더라도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돼 교육보다는 프로젝트 수주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체 중심의 미래인재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 수석에 따르면 한국과 스웨덴의 연구인프라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스웨덴은 우리나라처럼 성과·정년 압박을 받지 않는 게 다르다. 또 연구자 정년은 67세까지 보장된다. 결혼이나 육아로 인한 연구공백을 적극 지원한다. 육아 휴직을 해도 임금 80%를 보전 받는다. 고용이 불안할수록 임금이 높은 편이어서 중소·중견기업 종사자들이 대기업이나 연구소 직원들보다 월급이 많다는게 임 수석의 설명이다.
임 수석은 유럽에서 전력반도체 연구를 하는 유일한 한인 과학자다.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시니어멤버로, 전력반도체 분야 전 세계 상위 10% 안에 꼽히는 연구자다. 스웨덴에선 15년 이상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재 전력반도체 분야 연구책임자다.
머니투데이
런던(영국)=김인한 기자
英 이공계 인재확보 총력전
고경력자 활용, 해외 유학생 비자지원
"학령인구·이공계↓, 문제 재정의하면 기회 될 수도"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는 독일 훔볼트재단이 해외 우수 학자들에게 수여하는 훔볼트상 중 칼 프리드리히 폰 지멘스상을 받은 세계적 물리학자가 있다. 2010년부터 양자컴퓨터의 근간이 되는 양자과학 연구와 후학을 양성하는 김명식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물리학과 교수(사진)다.
최근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학교 출입증부터 꺼내 보였다. 출입증에는 갱신 기한이 2050년 이후로 적혀 있다. 앞으로 최소 30년은 더 학교에서 후학 양성과 양자과학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임페리얼칼리지에는 정년이 없다. 나이 들어서도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칠지 연구에 집중할지, 또는 행정 지원을 할지 판단해 본인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도 이같은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수한 교수·연구자들이 오랫동안 활동하는 모습은 이공계 인재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영국 교수들은 그동안 축적한 실력과 경험을 토대로 학생 코칭과 신진 교수·연구자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임페리얼칼리지는 영국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에서 발표한 2023년 세계 대학랭킹 6위 대학이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이공계 인재부족 현상 해법'에 대해 "물리학의 특성은 문제를 끊임없이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다시 생각하면 인재부족 현상은 위기일 수 있지만 기회로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시장경제주의의 가치를 함께 할 수 있는 국가의 우수인재를 유치해 교육하고 국내에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해외 우수인재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내부 인재들과 건강한 경쟁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우수인재들이 편안했던 '컴퍼트 존'(안전지대)을 벗어나면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해외인재의 국내유입, 국내인재의 유학 모두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새로운 학문과 학풍을 경험한 인재들이 더 뛰어난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해외 우수인재들에게 학비·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또 우수인재의 정착을 돕기 위해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며 '인재 확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인구구조가 줄어드는 문제를 재정의하면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열심히' 보단 '잘' 해야 한다"면서 "그 맥락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인재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인재들이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최고 인재들은 끊임없이 큰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특징이 있다"며 "양자컴퓨터도 결국 꿈을 꾸는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와 고부가가치산업 등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꿈은 이뤄져서 좋은 게 아니라 꿔서 좋은 것"이라며 "이공계 인재들에게 그런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는 인재육성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런던(영국)=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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