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재혼' 어떠세요?

 

노년 외로움 견디기 어려워

절차 복잡 실제 성사되기 쉽지 않아

(편집자주)

 

  92세 재미 동포 조모씨는 국내 한 결혼 정보 업체를 통해 여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고 있다. 손자·손녀가 15명이 넘고 무공훈장을 받은 그이지만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이후 외로움은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40만달러 아파트에서 연금을 받으며 혼자 살고 있는데 사후 이 아파트를 새 반려자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한다.

 

'황혼 재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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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효자불여악처(孝子不如惡妻)라는 말이 있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라도 못된 아내만 못하다는 말이다. 요즘은 아내들에게도 통하는 말일 수 있다. 커플닷넷 이웅진 대표는 “사람이 이성을 그리워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제인 폰다가 주연한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2017)을 보면 각자 아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두 노년은 밤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

 

 

황혼 이혼 아닌 '졸혼(卒婚)'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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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 아닌 '졸혼(卒婚)'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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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이에 CC(캠퍼스 커플)가 있다면 요즘 신노년 사이엔 BC(복지관 커플)가 유행이다.

노인복지관에서 만나 교제하다 결혼에도 이르는 사이를 말한다. 이른바 ‘황혼 재혼’이다. 먹고 살만한 경제력은 남녀 모두에게 기본이고 남자는 매너 있는 분들이, 여자는 건강한 외모를 가진 분들이 인기를 끈다고 한다. 신노년들은 본인들 사랑을 ‘끝사랑’이라 부른다. 황혼 재혼한 배우 윤문식(80)은 “끝사랑도 첫사랑 못지않게 아름답고 설렌다”고 말했다.

 

'황혼 재혼' 어떠세요?
일러스트=김성규

 

황혼 재혼은 현실적 한계도 많다.

무엇보다 자녀들의 동의, 사전 재산 정리가 필요하다. 재산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혼인 신고까지 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미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노년 커플의 90%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같이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다. 50대 중반 자영업자 김모씨도 그런 케이스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지인들에게 아내라고 소개하고 각자 집을 따로 두고 두 집을 옮겨다니며 살고 있다. 김씨는 “어떤 때는 어머니, 어떤 때는 육감적 여인, 어떤 때는 딸 같은 역할을 해주는 아내와 같이 사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재혼한 건수는 5308건이었다. 2017년 3886건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나이 먹었다고 사랑하는 감정도 늙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로움은 더 커진다. 노년층이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고립이다. 이미 100세 시대라고 한다. 황혼 재혼 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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