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아닌 '졸혼(卒婚)' 증가 추세


"영감, 나도 내 인생 살래" '황혼이혼'에 '졸혼' 택하는 5060


'황혼이혼' 급증, 달라진 이혼 인식 때문

'황혼이혼' 이어 '졸혼'까지 등장


2019.11.29 보도

     # 38년 차 부부 김 모 씨(68)와 아내 박 모 씨(65)는 지난달 이혼했다. 이들은 평소 집안일 분배 문제로 자주 다퉜다. 남편 김 씨가 50대 중반에 정년퇴직해 온종일 집에 있었음에도 집안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 박 씨는 참다못해 집안일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는 자신이 이제껏 돈을 벌어 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집안일로 한평생을 바쳐온 박 씨는 자식이 모두 결혼하자 남편에 이혼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이 '황혼이혼' 혹은 '졸혼'으로 서로를 등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살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삶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황혼이혼 20%가량 급증…"이혼 인식, 과거와 달라"

결혼 30년 차 주부 A(58) 씨는 "과거에는 이혼하면 죄지은 것처럼 숨기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혼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이혼이 죄도 아니고 굳이 숨길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황혼이혼'은 급증했다. 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층(만 65세 이상) 남성 이혼 건수는 총 8032건으로 전년 대비 16.7% 늘었다. 고령 여성의 이혼 건수도 4148건으로 전년(3427건)보다 21.0%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혼 건수 증가율인 2.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는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유교주의적 사고에 따라 이혼을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노년층의 가치관이 유하게 변하면서 이혼을 택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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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 여성이 더 긍정적

황혼이혼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세대는 은퇴 시기에 몰린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다. 이 세대는 가부장제 문화가 익숙한 세대로 남성은 '경제활동'을 여성은 '집안일'을 주로 맡아왔다. 이런 고정관념에 남성은 은퇴 후에도 아내에게 집안일을 요구하고, 이에 지친 아내들이 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황혼이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뒤늦게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50~69세 2022명을 대상으로 황혼이혼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혼이혼 관련 부정적 응답을 한 비율은 남성이 58.4%로 여성(41.0%)보다 높았고,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응답도 남성이 30.1%로 여성(14.6%)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응답은 여자가 48.7%로 남자(31.1%)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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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 대신 '졸혼' 택하는 부부도 늘어

이혼 대신 '졸혼'을 택하는 부부도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신조어로 법적인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50대 부모를 둔 B(23) 씨는 "부모님이 현재 별거 중"이라며 "서로의 행복을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하신 것 같다. 부모님이 함께 살았을 때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서로에게 지쳐 보였다. 헤어진 지금은 두 분 모두 이전보다 행복해 보이신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부모님이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졸혼'은 결혼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부부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이혼보다 위험부담이 적다. 또한 졸혼은 재산분할 문제 등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기에 복잡하지 않다는 이점을 가진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오랜 결혼생활 과정에서 누적된 배우자에 대한 실망감과 다양한 갈등이 표출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황혼이혼 결정 과정에 관한 연구' 논문(유순희·정민자/2018)에서 저자는 "노년기는 결혼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시기로 볼 수 있으며, 이혼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이혼에 대한 요구는 초년이나, 중년 이혼의 단기간 이혼 결심보다 훨씬 더 강렬하며, 호적상 이혼을 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는 본인 중심의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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