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의 기술] "자녀 말고 손주에 증여하라"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A씨는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고 있고, 자녀들마다 2명씩 총 4명의 손주들이 있다. A씨는 재산 중 일부를 자녀들에게 미리 물려줄 생각으로 주변 전문가들에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증여하고 싶은 재산의 일부를 손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했다.
A씨처럼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재산 일부를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한다.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손자녀, 증손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것을 세대생략증여라고 한다. 조부모 입장에서는 손자녀를 사랑해서 하루라도 빨리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손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자녀에게 증여한 후 그 자녀가 다시 손주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증여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금 공제액이 커진다. 자녀와 직계비속 등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액은 5000만원인데 이는 증여받는 사람 1명당 금액이다. 같은 액수의 재산을 증여할 때 받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공제액도 증가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A씨의 사례에서 3억원을 자녀 2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증여하면 자녀별로 5000만원의 증여세액 공제가 적용된다. 각각 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A씨가 3억원을 자녀와 손자녀 총 6명에게 5000만원씩 나누어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현행법은 손자녀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액에 30%를 가산해 최종 세액을 계산하도록 규정한다.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 곧바로 증여하면 자녀에 증여하는 경우보다 증여세를 30%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액이 1000만원일 때 손자녀에 증여하면 1300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손자녀가 미성년자고 증여하는 재산이 20억원을 초과하면 가산율은 40%로 높아진다.
이같이 할증과세가 적용되더라도 손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세대를 거쳐 상속할 경우 물려줄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담하고, 나중에 자녀가 손주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다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단순한 예로 증여할 자산 1억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하면 5000만원의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5000만원의 과세표준에 대해 1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증여세는 500만원이다. 자녀가 다시 손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5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총 증여세액은 1000만원이다. 손자녀에게 1억원을 곧바로 증여하면 500만원의 세액에 30%를 가산한 750만원이 증여세다.
세대생략증여는 조부모가 사망했을 때 부담하는 상속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개시 이전에 증여한 재산도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상속인에게 증여한 경우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고,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자녀는 상속인이므로 상속일로부터 10년 내에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만, 손자녀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일로부터 5년 내에 손주에게 증여한 재산만 상속세 과세 대상이다. 손자녀에게 증여하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는 재산의 범위가 줄어든다.
사소하지만 잘 활용하면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이러한 부분도 염두에 두고 상속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허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사진=법무법인 화우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머니투데이
자녀에게 주는 부동산, 상속VS증여 절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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