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의 핫한 의사직업...가장 많이 돈 버는..못버는 진료과는

 

'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

 

[편집자주]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1000명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공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공계와 의료계의 처우 차이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이에 이공계 엑소더스 실태와 목소리를 담고, 현재 카이스트 등에서 대책으로 마련 중인 의사과학자 육성 계획을 소개한다. 그리고 의대 입시를 대해부하고, 의료계의 상황도 알아본다.

 

#서울권 의학계열 대학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최근 솔깃한 과외 제안을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 주 2회 2시간씩 수학을 가르치면 월 100만원, 시급 6만원 이상을 준다는 것이다. A씨는 "의대생이면 일반 대학생들의 과외비 두배 가량을 준다는 집들이 있다"며 "과외 경험에 따라 달라지지만 약대나 치대 친구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과외 제안을 받는다"고 밝혔다.

 

의대와 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 학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사교육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지원을 위해 중학생 대상 학원이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최근에는 의대를 목표로 한 초등학생 대상 반이 생겨나고 있다. 직접 의대생을 과외 선생님으로 붙이는 경우도 적잖다. 학습 뿐 아니라 직접 의대 입시를 거치며 쌓은 학습 경험과 스트레스 관리 방법, 경시대회 팁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학교 의대반이 들어선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요구는 하나다. 자식이 평생 의사로 살 수 있도록 의대, 못해도 약대와 한의대 정도는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의대 갈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판가름 난다"는 학원가의 문구에 위협을 느끼며 너도나도 입시 전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대치동 A 학원은 초등 의대 수학을 학원 홍보물에 큼지막하게 게시했다. 집에서 잠만 재우면 대형학원의 10배 진도로 선행 학습을 시킬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대 입시로 유명한 다른 B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미적분·확률 등을 익히게 한다. 더 빠른 경우도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 수학을 잡지 못하면 의대는 승산이 없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이같은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의 한 학원도 초6 의대반을 상시 모집한다. 올해 지방대학은 의대 정원의 최소 40%(강원, 제주는 20%)를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해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맞벌이 아들 부부 대신 초등학교 6학년 손자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의대 출신 조카에게 학년별 필요한 선행학습 단계가 빼곡히 써진 노트를 받았다"며 "이미 시작이 늦은 것 같아 학원을 더 늘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초등 의대반'이 생겨난 이유는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 이후 대입에서 수학이 당락을 결정짓는 과목이 됐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 등 높은 난이도의 수학 과목 '초고득점'을 해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영재고·과학고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면 교육비를 전액 환수한다는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학교를 통해 의대로 진학하려던 학생들은 수능 정시 입학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특목고를 준비하던 입시학원 수업 방향이 '수능'으로 바뀌며 덩달아 학원가도 '의대 진학'으로 바뀐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원에선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유아도 의대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 때문에 임신과 함께 교육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온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키우고 있는 조모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대치동에 전세를 얻어 들어갈지 고민 중"이라며 "서울대와 의대를 잘 보낸다는 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적응시키기 위해 미리 영어유치원 때부터 그룹을 형성해줘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20년째 대치동에서 의대 입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강봉성 GL의대입시연구소 원장은 "최근 수시 입시에서는 교과 활동이 중요해져 영어유치원이나 유학을 통해 초등 저학년 때 영어를 수능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며 "의대를 갈 수 있는 친구들은 이를 바탕으로 수학을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놓기 때문에 뒤늦게 이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뿐 아니라 성인들의 의대 준비 열기도 뜨겁다. 강 원장은"최근 대치동에는 30대 수험생들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며 "사회에서 요구하는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성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안정적인 의사를 목표로 다시 수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효송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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