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한국 사회구조] 한국도 일본 따라가나...은둔형외톨이 급증(ft.히키코모리)
* 히키코모리 引き籠もり
사회 생활을 극도로 멀리하고,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이다. 위키백과
일본 60세 은둔형외톨이, 부모 살해
'히키코모리'란 무엇일까?
80대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지내던 60대 일본 남성 마츠모토가 만화를 보는 데 방해된다며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해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마츠모토는 35년 동안 별다른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던 그의 유일한 일과는 애니메이션 DVD와 만화책을 보는 것이었다. 마츠모토는 재판에서 살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마츠모토처럼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의 특징은 뭘까?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은둔형 외톨이는 대부분 자신의 생활 공간에 틀어박혀 있다. 외출하더라도 늦은 시간대에 사람들을 피해 사회적 노출을 최소화한다. 은둔의 이유는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대인공포증, 사회공포증 등이다. 일상에서 여러 좌절을 겪으며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꺾이면서 은둔을 시작한다.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성공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하루 두 번 씻기 ▲끼니 제때 챙겨먹기 ▲하루 한 번 하늘 사진 찍기 ▲이불 개기 ▲하루 한 번 창문 열기 등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직접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규칙을 세워 놓고도 가끔은 지키지 못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난 이것밖에 안 된다’며 자책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은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신 질환은 본인과 가족의 노력만으로 이겨내기 쉽지 않다. 바깥에 나갈 용기가 생겼다면, 가족에 도움을 요청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규칙적으로 병원에 내원하기만 하더라도 외부 상황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은둔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이해나 기자
출처 : 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1/11/2023011101123.html
“유럽은 ‘노숙자’, 미국은 ‘마약’ 한국·일본은 ‘은둔’”
은둔형 외톨이 왜 한국에서 생겼나
집단 적응 못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주변 의식 심한 한국
남 눈치만 보는 사회...자아 의식 부족
국가의 선진국형 중장기 사회정책 필요
(편집자주)
왜 유독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는 걸까. 최근 외톨이를 지원하는 민간 지원단체들은 은둔 청년뿐만 아니라 은둔 중년들의 ‘SOS 요청’에 답하기 바쁘다.
지난 1월부터 자립단체에서 몸담으며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모세종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사무국장과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오오쿠사 미노루 고립청년지원팀장을 차례로 만나 한국에서 은둔 문제가 심각한 이유와 중년 외톨이 증가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들어봤다. 저마다 분석은 달랐지만 ‘한국 사회가 은둔 밖에 답이 없는 사회’라는 지적은 일치했다.
‘눈치 사회’까지…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청년뿐 아니라 전 세대 문제로 인식해야
적응 못하면 ‘이상한 사람’…은둔할 수밖에
“왜 중년까지 은둔하냐고요?
가족·학교·회사에서 적응 못하면 이상한 사람이라 낙인 찍는 문화가 안 바뀌니까요.”
1998년 IMF 사태 때부터 위기 중년을 지원했던 모세종 사무총장에게도 중년 외톨이는 난제다. 은둔기간이 긴 데다 정부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 사무총장은 “취업, 청년기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중·장년이 되면 은둔 중년이 된다”며 “40·50대가 사실상 자립의 마지막 시기라고 보면 된다. 60대가 넘어가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원이 없어서 은둔 중년이 생기는 건 아니다. 모 사무총장은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단체가 자립을 지원해도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은둔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온다”며 “학교나 회사 등 집단에서 적응을 못하거나 반하는 사람이 등장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면 되는데 집단의 이익에 어긋난다며 내친다”고 지적했다.
모 사무총장은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외톨이들이 자립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은둔 청년이 조명을 받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자립하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일본처럼 10년 후에는 중년 은둔형 외톨이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가 바뀌어야 외톨이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주변 의식 심한 한국…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은둔 계기에 대해 묻자 한국, 일본 은둔형 외톨이는 비슷한 대답을 했다. 일본 통계의 경우 초·중·고교 등교 거부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를 기반으로 그래프를 작성했다. [서울시·일본 KHJ 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합회 자료]
“한국과 일본은 ‘눈치 사회’예요.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좋은 모습이 아니면 숨어버리죠.”
오오쿠사 미노루 사단법인 씨즈 팀장은 한국에서 ‘일본의 어두운 면’을 봤다고 했다. 그는 일본 히키고모리(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인 K2인터내셔널에서 일하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계기로 ‘1세대 히키고모리’가 생긴 뒤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중년이 돼 현재 일본 사회의 큰 문제가 됐다.
오오쿠사 팀장의 눈에는 한국과 일본이 닮은 점이 많다.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 스스로가 수치를 느끼는 문화나 청년실업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은둔하는 사람이 늘어난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같다고 한다. 그는 “경기불황으로 일하지 않는 청년이 많아지자 부모들은 이를 수치로 여겨 집에서만 데리고 있었다”며 “처음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과 일본 은둔형 외톨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지난 1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립 청년 실태조사에서 은둔 계기에 대한 설문 항목에 45.5%가 취업 문제, 40%가 심리 문제 그리고 40.3%가 인간관계 문제라고 답했다. 지난해 일본 KHJ 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합회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다만 일본은 초·중·고등학교 등교 거부도 은둔 계기가 됐다.
오오쿠사 팀장은 “한국도 일본처럼 은둔형 외톨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크게 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실태조사에서 서울 청년 4.5%가 은둔 청년이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인 가구·전 세대 문제… ‘한국형 은둔’ 논의해야
“유형이 다르다 생각해요. 성인이 되면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유럽은 노숙자가 되고, 비슷한 미국은 마약이나 범죄에 빠지죠.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은둔해버립니다.”
사단법인 씨즈의 이은애 이사장은 은둔 청년 증가를 한국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나라별로 일탈방법이 조금 다르며, 한국은 은둔이 하나의 일탈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데다 가족주의가 강해서 성장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은둔을 하게 된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문제로 국한된 은둔 문제를 모든 세대로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 이사장은 은둔형 외톨이를 모든 세대에 걸친 복지 문제로 접근하려고 한다. 외톨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는 “‘왜 집에만 있냐’고 할 것이 아니라 그의 과거나 현재 상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맞춤형 지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둔 중년에 대한 접근도 유형별로 달리할 것을 제안했다. 이 이사장은 “청년 외톨이가 중년이 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혼, 사업 실패 등 특정 사건을 계기로 중년부터 은둔한 사람이 많다”며 “일본과 같다고 볼 것이 아니라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가 어떤지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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