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 엔저 장기화 우려...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32년 만의 엔저에 

역대급 무역적자·인플레까지 '첩첩산중' 일본

경제·무역 일본 도쿄무역관 김소정 

 

엔·달러 150엔 돌파, 32년 만에 최저치

역대급 엔저에 이어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 기록

 

   지난 10월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 때 150엔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은 것은 버블 경제 후반기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110엔 안팎이던 엔·달러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해 10월 기준으로 연초 대비 무려 3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23.19%), 유로화(17.99%)보다 큰 환율 상승폭을 기록했다.  

 

엔저 장기화 우려,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엔화 32년 만에 최저치 기록 

 

32년만 엔저 장기화 우려...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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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과 경기 부양을 우선시하는 일본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고수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가 엔저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날인 10월 21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1엔을 돌파하자 일본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 9월에 이어 한달 만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24일 닛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엔화 매수 규모는 약 5조5000억 엔(약 5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9월 실시된 엔화 매수 규모를 웃도는 수준으로 일본 정부의 외환 개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은행은 앞서 9월 22일에도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988년 이후 24년 만에 외환시장(엔 매수·달러 매도)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이때 엔화 매수 규모는 약 2조8000억 엔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은행의 개입으로 10월 21일 달러당 151엔 90전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단숨에 144엔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다시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져 10월 26일 달러당 147엔대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돌파한 10월 20일 긴급채권 매입에 돌입했다. 같은 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5%까지 상승해 일본은행의 정책 상한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을 통해 1년물 국채 금리를 0.25%선에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의 금리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통제하는 정책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0~20년물 국채 1000억 엔(약 9500억 원), 5~10년물 국채 1000억 엔 매입 방침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일본은행이 5년물 이상 국채를 2500억 엔(약 2조3900억 원)어치 매입할 계획이며, 별도로 10년물 국채도 금리 0.25%에 무제한 매수 주문을 냈다고 전했다. 

 

 

<최근 1년간 엔·달러 환율 변동 추이(2022년 1~10월)>

(단위: 엔/달러)

32년만 엔저 장기화 우려...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자료: 야후파이낸스]

 

日,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적자 기록 

엔화 약세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무역 적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10월 20일 발표한 2022년도 상반기(4~9월) 무역통계속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9월) 일본의 무역수지(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금액)는 11조75억 엔 적자로,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1979년 이후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까지 사상 최대 적자였던 2013년 하반기(8조7600억 엔)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1년 넘게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일본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4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일본의 총수출액은 49조5762억 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한 데 비해 총 수입액은 60조5837억 엔으로 44.5% 늘었다. 특히 원유 및 LNG 등 광물성연료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 늘어난 17조7145억 엔을 기록해 전체 수입액의 30% 가까이 차지했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가속화의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높아져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완화로 자동차, 철강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도 회복세를 보였으나 수입 증가폭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일본의 무역수지 추이(2010~2022년)>

(단위: 조 엔)

32년만 엔저 장기화 우려...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자료: 닛케이신문('22.10.20.자)]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 3%, 31년 만에 최고 수준

계속되는 엔화 약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3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10월 21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102.9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주*: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해 구매동향 및 인플레이션의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2020년을 100으로 두고 그 차이를 측정함.

 

이는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5→8%)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2%대를 기록해왔다. 엔저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물가가 1년 전보다 4.6% 상승해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올해 초 대비 엔·달러 환율이 30% 넘게 급등하면서 수입 가격이 크게 상승해 식료품을 비롯한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소비자의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지원 등의 조치를 포함한 692조 원 규모의 경제 종합 대책을 10월 28일에 수립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에 가구당 2000~3000엔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1989~2022년)>

(단위: %,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32년만 엔저 장기화 우려...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자료: 닛케이신문('22.10.21.자)]

 

 

시사점

올해 상반기 일본의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물가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일본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엔화 가치 급락이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와 반대로 가는 일본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 마이치니신문이 10월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일본 은행의 금융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현행 통화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국채 발행 잔액은 1000조 엔(약 9800조 원)을 넘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63.1%에 달한다. 일본 재무성의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2025년 국가 국채 원리금 지급은 예상보다 3조7000억 엔이나 늘어나게 된다.

 

일본 정부가 사상 최대 무역적자와 물가상승 압박에도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통화정책은 내년 4월 이후에나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최근에는 엔저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0월 12일 발표한 한·일 간 수출경합도*는 2015년 0.487에서 2021년 0.458로 하락했다.

 

  주*: 수출경합도: 국가 간 수출구조의 유사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도가 높음.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엔저 장기화는 우리 수출기업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므로 엔저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수출기업은 일본 정부의 금융정책 동향과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결제 통화 다변화와 환변동 보험 가입 등을 통해 환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엔저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독창성과 뛰어난 품질·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 세계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자료: 일본은행 홈페이지, 재무성 무역통계, 닛케이신문, 야후파이낸스, 인베스팅닷컴, 한국무역협회,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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