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왜 임원 직급을 없애려고 할까 ㅣ 대기업 인사 시즌...바빠진 퇴직자 재취업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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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무·전무 직급 사라진다
작년 삼성·CJ, 올해는 한화
국내 주요기업의 임원 직급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성과주의를 기초로 능력을 지닌 젊은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CJ그룹은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도 통합했다. 올해는 한화그룹이 임원 호칭을 상무, 전무가 아닌 담당·사업부장 등 수행하는 직책에 맞춰 변경했다.
임원직급 통합, 주요기업 ‘차세대 인재’ 발탁 기조 뚜렷
수평화 조직문화 구축, 30~40대 신규임원 발탁 늘어나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마쳤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임원 직급이 바뀐 점이다. 한화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따라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도입 중인 ‘포지션 중심의 임원인사 체계’를 새롭게 적용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차세대 인재 발탁을 위해서다. 새롭게 적용된 인사체계에서 임원들은 포지션의 가치와 적합도에 따라 승진, 이동이 결정된다. 보상 수준도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삼성전자 계열사들도 부사장과 전무급 직책을 부사장으로 통합하면서 승급 단계를 줄였다. CJ그룹도 기존 6단계로 나눠진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압축했다. 인재풀을 넓히는 동시에 성과주의 기조 강화를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사내망을 통해 CL1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고졸·초대졸 사원들에게도 승진 기회의 문을 활짝 연 셈이다.
.혁신안에는 CL1 직급의 상위평가 배분율이 기존보다 5% 늘었고, 업무평가 최고 등급인 S등급에 대한 인센티브 상향, 조기 승격제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CL1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치러야 했던 시험은 폐지돼 업무평가, 어학 심사로 대체된다.
실제 임원 직급을 축소·통합한 기업에서는 차세대 인재 발탁이 활발히 이뤄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올해 정기인사와 관련 “전략, 사업 실행 기능 강화에 맞춰 분야별 전문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인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양기원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이사와 정상철 한화솔루션 Q에너지 대표이사 2명은 모두 1970년대생이다. 한화솔루션 임원인사에서도 1980년대생 임원이 2명 배출됐다.
지난 24일 이뤄진 CJ그룹 정기인사에서도 총 44명의 신규 임원이 탄생했다. 지난해 53명에 이은 역대 두 번째 큰 규모다. 30대 가운데 5명이 신규 임원으로 발탁됐다. CJ올리브영의 수장이 된 이선정 대표는 1977년생이다.
이 대표는 CJ그룹 내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또한 그룹의 올해 신규 임원들 평균 나이는 45.5세로 지난해 대비 0.1세 어려지는 등 젊은 인재 발탁 기조가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젊은 인재를 신규 임원으로 끌어올려 조직에 역동성과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라며 “성과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하면서 조직 구성원들에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임원되서 뭐하나?"
직장인, 임원준비 3년전 대비 35% 줄어
대기업 인사 시즌의 개막
바빠진 퇴직자 재취업 시장
미국 헤드헌팅 업체의 한국지사장인 A 씨에게 최근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기업 임원 B 씨였다. 내년 초부터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지금부터라도 찾아봐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A 씨는 “일부 대기업들은 재계약 대상이 아닌 임원들에게 간접적으로 언질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 경영 상황이 나빠져 올해는 특히 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 인사 시즌이 막을 올렸다. 주요 그룹 중에는 한화가 12일 ㈜한화를 포함한 7개 계열사의 임원 승진인사를 내면서 일찌감치 첫 테이프를 끊었다. 24일에는 CJ가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도 11, 12월 인사를 앞두고 인선 작업에 한창이다. 누군가는 승진의 기쁨을 맛보지만, 다른 누군가는 회사에서 짐을 싸야 한다. 올해는 유독 인사 칼바람이 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반기 실적도 실적이거니와 내년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서다.
쏟아져 나올 퇴직자들 중 상당수는 재취업에 도전하게 된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이들이다. 1∼2년씩 기존 회사에서 자문역이나 고문으로 예우를 받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다시 능력을 펼치는 것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다. 크고 작은 헤드헌팅 업체들에 B 씨처럼 다음 스텝에 대한 요청이 쏟아지는 이유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도 보통 2.5 대 1 정도였던 경영자문단 경쟁률이 올해는 훌쩍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 퇴직 임원 출신들로 구성된 경영자문단은 중소기업들의 애로점에 대한 ‘원 포인트 레슨’ 역할을 한다. 보수는 따로 없다. 대기업 인사 시즌이 끝나는 연말이면 대기업 임원 출신 20∼30명씩을 모집해 약 200명 규모를 유지한다. 지원자들 중에는 재취업 때까지 ‘현장감’을 잃지 않으려 찾아온 이들이 있다. 협력센터의 박철한 소장은 “자문단으로 활동하다 해당 중소기업이나 소개를 받은 주변의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전했다.
재취업 시장에서도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 시각은 청년 채용 시장보다 오히려 더 격차가 크다. 퇴직 임원들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면서 보통 ‘직전 연봉의 70∼80% 선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마음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연봉에서 70∼80%가 깎이는 냉정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A 씨는 “퇴직한 대기업 임원이 비슷한 수준의 다른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극소수”라며 “결국 훨씬 작은 기업에, 그마저도 파트타임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가 많다”고 했다.
대기업에서 치열하게 쌓아온 퇴직 임원들의 노하우는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자산이다. 그 자산은 대부분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퇴직 임원들이 재취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시작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발상의 전환 역시 어려움을 이겨낼 원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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