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난리났다...전세금 못 돌려줘...근심 커지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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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대란 났다
주인은 세입자 못 구하고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 걱정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김모(36)씨는 다음 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이사 가겠다고 통보했으나,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41)씨도 10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데, 아직 후속 세입자가 정해지지 않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정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었는데, 서울 역세권 아파트에서 전세 보증금 못 받을 걱정을 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 인기 주거지에서도 전셋값이 내리고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특히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에선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내리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역(逆)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년 전 비싼 시세로 계약한 세입자들은 ‘깡통 전세’ 피해를 보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세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급증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3331건으로 1년 전(2만762건)보다 60% 늘었다. 임대차법 개정 직후로 ‘전세 품귀’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2020년 8월(3만3456건)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기 지역 전세 매물도 1년 사이 1만9669건에서 4만5702건으로 배(倍) 넘게 늘었다.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금 하락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는 최근 13주 연속 내림세다.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1% 내리며, 2019년 4월(-0.13%)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세 시장이 위축되면서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1059건으로 1년 전(811건)보다 30%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신청 건수(804건)가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계약 만료 시점에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권리를 법원이 보장하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세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 투자’가 성행했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전세금 반환을 놓고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비싼 전셋값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더욱 줄면서 보증금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수도권 ‘입주 폭탄’에 전세가 ‘뚝뚝’
서울과 경기도에서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에선 경쟁적으로 보증금을 낮추며 세입자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는 전체 가구(1048가구)의 절반이 넘는 556가구가 전·월세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9억원대였던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呼價)는 최근 7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다음 달 입주하는 관악구 신림동 ‘힐스테이트뉴포레’(1143가구)도 하루가 다르게 전세 시세가 내리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6월까지만 해도 전용 84㎡ 전세를 10억원에 내놓는 집주인이 많았는데, 이제는 8억원대 매물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9월 입주하는 2411가구 규모의 성남 중원구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은 지난 6월 7억원이 넘었던 전용 84㎡ 전세 호가가 최근에는 4억8000만원까지 내렸다. 11월 532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금빛그랑메종’ 입주도 예정돼 있어 일대 전세 시세는 더 내릴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도권은 아파트는 물론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 물량도 많아 적어도 내년 봄 이사철까지는 전세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전세 수요가 적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선 ‘깡통 전세’ 피해가 급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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