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재정 악화로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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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한수원 재정 악화에 발목
탈원전 부메랑 맞은 탈원전사업
[단독]
새만금호 7%인 28㎢에 건설 예정
한수원이 ‘재무위험기관’ 되면서 공사비 댈 여력 사실상 사라져
문재인 정부 시절 ‘탈(脫)원전 탄소 중립’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던 새만금 수상 태양광 공사가 이제는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탈원전 후유증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태양광 사업에 사업비를 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탈원전’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벌인 재생에너지(태양광) 사업이 결국 탈원전에 발목 잡히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5차례 입찰이 불발되며 표류하던 345㎸ 규모 송·변전 설비 공사 사업자로 지난 5월 한화건설이 최종 선정됐다. 4947억원짜리 공사다. 새만금개발청은 오는 9월 사업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 비효율 개선’을 들고 나온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재무구조 전반이 취약한 공공기관 14개를 특별 관리한다며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했고, 여기에 한수원이 포함된 것이다.
한수원은 작년 흑자를 낸 기업이지만,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이 40%가량 감소했다.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된 데는 이런 수익성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새만금 사업 투자에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굳이 새만금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새만금개발청 측도 “한수원이 재무 상태 악화에 빠지며 현재로선 공사를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은 2025년까지 전북 군산시 새만금호(湖) 전체 면적의 약 7%인 28㎢에 525만장 태양광 패널과 부력체, 전기 설비 등을 깔아 2100㎿(메가와트)급 수상 태양광 단지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사업자는 한수원과 현대글로벌이 각각 지분 81%, 19%를 가진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로 한수원이 최대 주주다. 문재인 정부 땐 원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 확대의 첨병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한수원 내부에서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새만금 수상태양광은 당초 1200㎿급 설비를 깔고 올 4월부터 가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변전 사업자 선정이 2년 가까이 지체되며 활로를 못 찾고 있다. 철새 도래지라는 특성 때문에 패널 위에 떨어지는 새똥 문제, 군산 바다 파고 등에 대한 해결책도 아직 미완이다. 수상태양광을 민물이 아닌 해상에 본격 두는 건 국내에선 새만금이 첫 시도. 거친 바다 조류에 잘 견디는 부력 구조물이 있어야 패널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한수원으로선 사업 성패를 장담하기 어렵고, 차후 문제가 생겼을 때 “준비가 미흡했다”는 공격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에 처해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추진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대면서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뒤로는 탄소 감축분에 당장 여유는 생겼다. 하지만 원전으로 확보된 여유분은 산업·건축·폐기물 등 당장 탄소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 나눠줄 계획. 결국 문재인 정부 때 세운 ‘재생에너지 비율 30% 이상’ 같은 급격한 목표치까진 아니더라도 일정량 재생에너지 공급망이 확충돼야 탄소 감축 목표 실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새만금 송·변전 공사는 30개월 이상 걸린다. 이번 달 시작한다 해도 2025년은 돼야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 정부 시절 용량 늘리기에만 급급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전기료 현실화,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 재설계 등 정상화까지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오세정 인턴기자(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4학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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